답답하지만 희망 보이는 추석명절
답답하지만 희망 보이는 추석명절
  • 채복희 시민의소리 이사
  • 승인 2011.09.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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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렇게 비 많이 오고 하루도 햇볕 쨍할 날이 없더니 이럴줄 알았다. 하늘이 높고 바람이 맑아지더니 결국 가을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름은 모름지기 무덥고 습하고 태양이 작열하다 밤이 되어서야 약간은 선선한 느낌이 들면서 지친 하루를 끝낼 수 있어야 한다. 간간이 소나기 내리고 먼데 태풍 불면 비바람 몰아쳐 하루 정도 더위를 잊고 살다 다음날이면 다시 뙤약볕이 쨍쨍해지는 날이 반복돼야 진정한 여름이다.

하지만 올 7~8월 두달간 불과 며칠 빼고는 줄창 비가 내렸다. 게다가 거센 바람까지 동반해 텃밭에 하늘거리며 자라던 여린 채소잎사귀들이 견디질 못할 정도였다.

짙푸른 잎사귀들이 다 떨어져 나가 앙상한 가지만을 남기고 간신히 서있는 고추나무(잘 크면 마치 어린 나무처럼 튼튼해진다)에는 더이상 고추가 돋아나지 않는다.

역시 힘만 받으면 주렁주렁 매달려 좀 과장한다면 한 그루에 한가마니 수확이 가능한 가지도 장마가 끝나면서 아예 말라 비틀어져 죽어갔다. 그동안 가지 따서 밥상에 올린 게 두어번 정도, 참으로 허망한 여름이었다.


그렇게 올 밭농사는 끝이 나더니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없으면 못사는 붉은 고추가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뉴스에는 고추도둑이 하도 성해 시골 경찰서 마당이 고추건조장이 되고 있다는 웃지 못 할 소식도 전해진다.

지금처럼 고추값이 금값이라면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골짜기 안쪽 고추밭은 주인들이 매일 나가 지켜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비싼 양념값에 한숨 쉬는 도시민들이나 작황 좋지 않은 고추밭 지켜야하는 농민들이나 시름은 비슷하게 깊어간다.

그러나 농산물 문제는 이 잘난 정부가 이미 한방에 해결해버린 분야다. 중국산이 밀물듯이 들어오면 그만이다.

아직도 국산에 대한 일방적 애정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속도 없이 비싼 값에도 국산만을 고수하다보니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농업과 관련된 한 이 정권은 아무런 정책이 없다. 그러니 대통령이 나와서 말뿐인 ‘사과’를 한 것 아닌가.


세상이 아무리 변해가도 추석명절에 느끼는 풍요로움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행복감은 비록 사소할망정 한 개인의 삶을 충만하게 해주는 중요한 원소가 된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고추나 햇사과, 햇밤, 올벼쌀, 그것으로 빚은 송편 등의 이미지는 무겁게 끌고 가는 생의 수레에 달린 색색의 풍선같은 존재가 된다. 그래서 가만히 눈치 채이지 않을 정도의 살아갈 작은 힘이 어깨에 보태지고 또 보태지곤 하는 것 아닐까.

올 여름 날씨만큼이나 답답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던 이 정치권에 ‘3일의 찬란한 결심’이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주고 있다. 안철수, 그가 앞으로 어떤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지 아무도 모른다.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았다고 부르짖으며 동굴 속에 갇힌 청맹과니나 다름없는 정치인들은 그동안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도 기쁨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을 빈 한 자연과학도가 3일 동안 한 고민과 결심이 태산같은 무게와 진지함으로 그러면서도 무르익은 햇과일 같은 신선함을 동반해서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희망을 선물했다.

그가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한, ‘고민 3일째’이던 날 이 소식을 들은 여당대표의 반응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갇힌 공간에서 닫고 산다 산다 했더니 저 지경이구나 싶었다.

썩은 과일같은 그러한 모습과 너무도 비교되는 안철수의 찬란한 모습에 눈이 부셨다. 참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사그라져 가던 희망을 불러 일으켜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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