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떠났는데…
기차는 떠났는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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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은 만들어가는 것>

'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동요 노랫말에 서린 기차소리를 광주 도심에선 이젠 들을 수 없다. 노랫말을 입에 올리는 것으로만 기억해낼 수 있는 아련한 향수로 묻혀버릴 것인가.

지난해 8월 광주도심철도 이설에 따라 광주역∼효천역 구간 10.8㎞의 철도가 폐선되어 이제 철로는 거의 제거되고 그 아래 깔려있던 회색의 작은 돌들만 남아있다. 그래서 자동차나 자전거는 물론 사람이 걸어다니기도 불편하다. 인접한 도로 입구 쪽만 드문드문 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광주역∼효천역 10.8㎞ 폐선 철도 부지에 광주 문화성 담아야

광주 도심을 가르는 이른바 '10.8㎞에 이르는 폐선 철도부지'를 도시구조에 맞춰 활용하는 방안은 없을까.

도시문제를, 도시환경을 예술적인 방식으로 풀어간다. 광주라는 도시 전역을 대상으로 문화적인 개입을 한다. 바로 이것이 광주시민이 예술에 거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개인과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지역의 역사공간이면서 시민의 기억 장소로 연결되는 매개체로의 공공예술이 필요하다. 공공예술은 명상 휴식 레크리에이션의 장소를 제공, 바쁜 일과 속에서 인간의 기본적 삶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같은 공공예술의 필요성과 연관시켜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지역사회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일차적으로 비엔날레 개최도시인 광주에서 어떻게 공공예술을 실현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2002비엔날레 전시행사의 하나로 '광주시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제안했다.


2002광주비엔날레 '공공예술 프로젝트' 제안

광주시의 역사, 문화 현실 속에서 예술과 공공시설을 접목시킨 시설물 부재를 지적, 재단 전시팀은 그 첫 번째 장소로 도심 폐선 철도부지에 주목한다.

이 철로의 운명은 무엇일까. 일본 강점기 동안 개설된 철도와 기차역이 갖는 질서, 기차라는 미디어와 자동차라는 미디어를 비교할 때 우리에게 기차는 낡은 문명, 로우테크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경향도 있다.

성완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이 철로가 현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빈 공간으로 있지만 거기에 그렇게 존재함으로 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며 10.8㎞에 이르는 폐선 철도 공간의 특성과 결합된 전시물로 '그 무언가'를 제시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또 광주에 흥미로운 인공물이 많다며 5·18자유공원(상무지구)의 상징물을 예로 든다. 이곳 공원은 옛 상무대 터로 5·18당시 계엄군이 점령하여 억울한 시민들을 고문, 수사했던 장소를 상징물로 보존하고 있다.


"옛 상무대 터 헌병대 건물은 긴장감 주는 뮤지엄"

헌병대 본부, 영창, 법정 등을 복원, 재현해 놓은 사무동의 텅 빈 공간을 성감독은 "이상한 긴장감을 주는 뮤지엄(museum)"이라고 표현했다. 그 '비어있음'을 4회 비엔날레 전시주제와도 연결시켜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상징인 5·18기념물을 공공예술로의 역할 및 정형성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는 구상도 피력했다.

폐선 철도부지 활용 문제는 이미 광주시가 그 방안을 구상, 추진 중에 있어 구체적인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그러나 지역 역사를 광주만의 도시적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광주시의, 광주시민 앞에 놓인 과제다. 문화예술 관점에서 역사적 사건의 흔적, 기념물, 공공설치물, 조경 등에 대한 재조명과 대안 제시는 여러 각도에서 지속되어 광주의 역사성과 도시성, 문화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승화된 공공예술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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