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정풍' 불씨 살린 추미애
꺼져가는 '정풍' 불씨 살린 추미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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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사무실 왜 만들었나>

김태홍 의원(민주당 광주 북을)은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신중해질 뿐이다"고 말했다.
정풍(整風)은 찻잔속 태풍으로 사그라드는가?
지난달 31일 의원워크숍을 기점으로 민주당 소장파의원들의 당정쇄신 운동이 잠잠해지고 있다.

386그룹의 대표주자로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진 김민석의원이 이들의 사기에 찬물을 끼얹은데다, 김대중 대통령의 모호한(?)반응도 스폰지처럼 이들의 탄력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

그러나 1차 서명의원으로 정풍운동을 주도한 김태홍의원은 2일 "개혁파 소장그룹의 기세는 잠시 멈칫했을 뿐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했다. 김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워크숍은 두번에 걸쳐 지각변동을 했고, 결국 당내 분위기는 일순해 다시 원지점으로 돌아왔다는 것.

첫번째 지각변동은 알려진대로 김민석 의원의 기조발표 발언 내용. 김의원은 "김의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각을 세워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며 "본인도 회복하기 힘들것이다"고 말해 당시 충격파가 어느정도였는지 짐작케했다.

그러나 충격과 배신감, 허탈감에 빠진 소장파의원들은 다음날인 1일 새벽녘에 들면서 원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20여명 이상의 의원이 자유발언자로 나서, 당정쇄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것.

민주당 워크숍에서 김민석 발언에 발끈 '권노갑 지칭'
김태홍 의원 "당 밖의 비공식 라인이 당보다 더 큰 힘 갖고 있다"


김의원은 "당 밖의 비공식 라인이 당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면서 우회적으로 권 전최고위원을 지목했고 박인상, 천정배 의원등이 잇따라 '돋보이는' 발언으로 소장파 의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이어 새벽 2시 30분께 마지막 추가 자유 발언자로 나선 추미애의원이 그동안 변죽만 울리던 발언을 명료하게 구체화시키켰다. 김의원의 표현으로는 '압권'.

추의원은 "어떤 사무실 개소식이 있었다"며 "그에 대해 김태랑 위원장(민주당 경남도지부장) 등 일부 사람들은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들이 오고갈데가 없어서 만든 사무실이라고 하지만 민심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에는 재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이 거론한 사무실은 권 전최고위원이 퇴진한 뒤 개소한 사무실. 추 의원은 "김민석 의원의 발언에 충격을 받고 분임 토의도 들어가지 않고 나가서 발언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계속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성명파의 충정이 훼손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김의원은 "추의원의 발언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당내 분위기를 완전 장악했다"며 "한때 의기소침했던 소장파의원들이 이 발언으로 완전히 힘을 얻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따라서 김의원이 말이 과장되지 않았다면, 소장파그룹이 주축이 된 여권의 정풍운동은 잠시 잠잠해졌을뿐 언제든지 다시 살아오를 것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의원은 이와관련 "대통령의 추후조치를 봐야 알겠으나, 현재까지는 국면전환에 큰 도움이 안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에 절차상의 문제제기가 많았고 동료의원들의 지지를 얻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증명된것인 만큼 앞으로는 움직임에 좀 더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추미애 의원의 발언 요지.

"(김민석 의원도) 바른 정치 모임의 일원이고 당직자이기도 하다. 절차 문제를 많이 지적했는데 나도 전에 비슷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당은 국민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스스로 던진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미래를 제시한다면 희망을 줄 수 있지만 진통만 거듭하고 해법을 찾지 못하면 문제를 제기하지 안한 것만 못하고, 과거보다 못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김경재, 천정배 의원의 발언에 동의한다. 정당은 미래에 대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공약을 지켜서 신뢰를 얻어가야 한다.

그간 우리는 소수 정당이라는 이유로 보신에 급급하고 소극적이었다. 경찰청장 인사도 부적절한 인사였다. 그래서 실수했다. 소수 정권인 만큼 차라리 힘이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서 민심과의 간격을 보이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 당을 위해서 선배들이 흘린 피와 눈물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고, 우리 당이 그분들 덕분에 존재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당은 국민을 위해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선배들이 국민에게 보상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냉정하다고 하는지 모르지만 정치가 미래를 바라보고 민심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다.

전 법무장관 인사에 대해서 말하겠다. 만약 말 실수가 없었다면 지금쯤 청문회가 열렸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문제인가, 추천받은 사람이 우리 당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추천하는) 직책에 있던 분들이 그에 어울리는 책임을 져달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들이 그런 권한이 있기 때문에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김중권 대표가 당을 잘 이끌어왔다. 개각 시점까지는 당원들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3.15개각 직후에 힘이 빠졌다. 그 이유는 여러분 모두 알고 있다. 그때 어떤 사무실 개소식이 있었다. 그에 대해 김태랑 의원 등 일부 사람들은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들이 오고갈 데가 없어서 만든 사무실이라고 하지만 민심이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묶지 말라고 했다. 민심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에는 재고해 봐야 한다.

정대철 최고위원이 말한 대로 경제가 나빠서 서로가 힘든 것을 참을 수 있지만 인사를 잘못한 것은 정말 밉다는 여론을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 모두 재신임을 묻자는 데 동의한다. 집권당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가 무력한 원인이 외부에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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