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혈관센터 설립 위한 국회정책포럼' 논의 본격화
'국립심혈관센터 설립 위한 국회정책포럼' 논의 본격화
  • 이재의/전남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1.07.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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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4명 가운데 1명 심혈관질환이 원인
7월18일 국회포럼, 설립 논의 본격화 기대
이재의 / 전남 나노바이오 연구센터 소장
오는 7월 18일 오후2시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위한 국회정책포럼’(주관 이낙연 국회의원, 주최 국립심혈관센터 추진위원회)이 열린다. 문옥륜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임종윤 대한심장학회장이 주제발표를 한다. 패널로는 권준욱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박방주 중앙일보 과학전문기자, 박형근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건세 건국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명호 전남대 순환기내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정책포럼은 센터 설립에 필요한 예산 반영 등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장성군이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와 더불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국립심혈관센터는 MB정부가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사항이다. 장성군은 2009년 5월 조례를 제정, ‘국립심혈관센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강정채 전남대 전 총장을 위원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전남도는 6월30일 보건복지부에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그간 추진위는 센터설립을 요구하는 ‘1만명 서명운동’을 펼쳤고,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통해 설립에 따른 문제점과 잇점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였다. 운영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24일 박준영 전남 지사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식으로 건의했다. 김황식 국무총리, 이재오 특임장관, 청와대 비서실 등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건의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아직 이도저도 아닌 그저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선진국들 국가지원 전문연구센터 설립․운영

필자는 지난 2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스페인, 영국 등 선진국 심혈관센터 사례를 살펴보기 위한 벤치마킹에 동행하였다. 우리의 국립심혈관센터는 어떤 모델이 바람직한지 윤곽을 잡기 위함이었다. 선진국들은 예외없이 비만 인구와 심혈관질환자들의 급격한 증가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맨 처음 방문한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 심혈관센터(CSIC-ICCC)는 카탈로니아 주정부가 중심이 돼 산타크루병원과 바르셀로나 자치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설립했다. 병원과 인접한 수녀원을 리모델링해서 3,889㎡ 면적에 들어섰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를 위해 필요한 동물사육실을 갖추었고, 연구원이 86명이다. 물고기, 쥐, 돼지 등을 이용한 전임상 실험과 심혈관질환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기초연구 및 치료방법, 치료제 개발 등 열중하고 있었다. 마드리드 소재 스페인 국립심혈관연구센터(CNIC)는 바르셀로나의 ICCC와는 연구프로젝트나 연구인력, 국제적인 네트워크 등에서 사뭇 달랐다.

스페인 보건부가 설립하여 직접 운영하는 이 곳은 2003년 출범했다. 연면적 2만5천㎡에 6층 대형 건물로 연구센터 종사자가 350명에 이를 만큼 큰 규모다. 의학기술이 발달한 유럽사회에서는 대부분의 민간병원을 중심으로 질환을 치료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스페인은 심혈관질환에 대해서 만큼은 유독 국가가 나서서 전문연구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그만큼 국가의 보건의료비용에서 심혈관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앞으로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CNIC 소장 푸스터(Fuster) 박사는 치료기술 뿐 아니라 다른 데서는 하기 어려운 역학조사, 질환의 발생원인 규명 등 광범위한 국제협력 연구를 진행시켜 심혈관질환의 치료에 대해서 만큼은 국제사회를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상적인 것은 유럽의 다국적 기업 필립스가 CNIC 연구실에다 심혈관 수술용 세포조직 이미지를 3차원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고가의 신기술 MRI장비를 설치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질환의 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식품 및 생활습관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펼쳐지고 있었다.

건강보험 재정악화, 연간 12조8천억원

영국은 스페인과 달리 각 대학이 보유한 연구역량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왕립런던대학 부설 심폐연구센터에는 다국적 제약기업 GSK가 심혈관계 의약품 개발을 목적으로 공동연구를 위해 거액을 투자해 직접 연구소를 지었다. GE, 도시바 등도 수술할 때 필요한 의료기기 개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다. 또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응급을 요하는 심혈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의사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응급후송시스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난해 방문했던 일본 오사카 소재 ‘국립순환기병센터’는 이미 40여년 전에 설립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수도인 도쿄가 아니라 지방도시 오사카에 자리 잡게 된 것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1970년대 초반 오사카에다 일본 순환기학회가 주도가 돼 설립을 추진했다. 물론 당시 오사카부 지사가 적극 호응하여 부지를 제공하는 등 유치 노력을 적극 기울인 결과다. 독일 바드나우하임 심혈관센터도 인구 3만명의 자그마한 지방도시 헤센주에 자리잡고 있다. 인구 10만명의 소도시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미국의 메이오클리닉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심장센터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밖에도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도 국가가 나서서 심혈관질환을 체계적으로 연구, 관리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망자 4명 가운데 1명이 심혈관질환자로 10분에 1명꼴로 사망한다.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로 4년 새 총 친료비가 2배나 급증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국립암센터’는 있지만 ‘국립심혈관센터’는 아직 없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2조8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진료비 증가율보다 높아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주요원인이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 국립심혈관센터가 설립돼 체계적인 예방활동을 펼치면 현재보다 80%이상 심혈관질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도 예방과 관리 개선으로 2030년까지 약 1조천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국립심혈관센터 호남 설립 타당

우리나라는 치료기술도 꽤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에 비해 유전자 치료법 80%, 줄기세포 치료법 90% 등으로 심혈관질환 치료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개발한다면 세계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전남대 병원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는 심혈관 치료로봇은 현재까지 세계적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관상동맥용 스텐트, 심혈관계 신약, 줄기세포치료 등 고부가가치 차세대 의료기술 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산업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다.

국립심혈관센터를 호남에 설립하자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국토균형발전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의료시설 과밀지역이다. 충북 오송과 대구.경북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이미 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의료시설이 배치됐다. 호남지역만 아직 의료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장성은 지리적으로 광주 전남 전북을 아우르는 중심지다. 최근 광주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됐고, 전남대 및 조선대병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광기술원 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 상당한 연구역량이 갖춰져 있는 상태다.

또한 장성에 위치한 나노바이오연구센터는 전남대병원 한국과학기술원 등과 심혈관계 수술에 반드시 필요한 스텐트를 2013년까지 국산화하기 위해 한창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향후 혈관마이크로 로봇이 실용화될 경우 고부가가치 차세대 의료산업으로 확대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국회정책포럼’을 통해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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