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박테리아
수퍼박테리아
  • 이재의/전남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1.06.2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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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남용이 부른 인류의 재앙
7월부터 축산사료에 항생제 사용 전면 금지
이재의 / 전남 나노바이오 연구센터 소장
올 5월 초 독일에서 발견된 수퍼박테리아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재작년에는 신종바이러스 때문에 인류가 공포에 떨었다. 프랑스 비세트르병원 박테리아바이러스 실장인 파트리스 노르만 박사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수퍼박테리아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다.
이번 수퍼박테리아로 인한 질병은 어쩌면 현대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질병으로 기록될 가능성도 크다. 이렇듯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병원성 미생물의 출현은 인류를 당혹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예상되는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수퍼박테리아의 한 종류)에 약 9만4천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1만9천여명이 사망했다. 이 숫자는 2004년 미국에서 에이즈로 사망한 1만7천명보다 많다.
팝의 전설 마이클잭슨도 코 성형수술 후 수퍼박테리아 MRSA에 감염돼 코가 가라앉고 피부재생이 불가능한 질병에 시달렸다. 어떤 항생제도 효험이 없어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대병원에서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53명의 MRSA 감염자 발생 사실이 2006년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졌었다.

항생물질은 세균이 자기방어를 위해 생산해내는 천연의 독성물질이다.
마이클 잭슨도 수퍼박테리아 감염

엄밀히 말하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미생물이다. 박테리아는 세균으로 불려지는 생명의 최소 단위인데, 대부분의 세균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광학현미경으로도 염색과정을 거쳐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세포핵과 세포막, 세포벽, 리포솜 등 여러 가지 소기관을 갖추고 체세포 분열처럼 핵을 증식, 분리시키며 그 수를 늘려간다. 즉 자체적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을 가지고 새로운 개체를 번식시킨다.
반면 바이러스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얼마전 전자현미경이 발명된 뒤에야 비로소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세포핵과 단백질 공장인 리포솜이 없다. 때문에 자신의 유전자정보를 확산하기 위해 숙주의 세포 속에 들어가서 단백질 형성을 대행시키는 방법으로 번식한다.
감염된 세포가 터지면서 새로운 개체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것이 반복된다. 자신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숙주가 필요하다. DNA의 변형이 매우 빠르고 다양해서 예방이나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다.

그러나 박테리아는 사이즈가 커서 우리 몸의 세포 안으로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상처가 나거나 흠집이 나면 침입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우리 몸 속에서 친화성이 있는 조직의 세포를 쉽게 파고들어 질환을 일으킨다.
급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바이러스 감염은 치사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세균 감염 등 2차 감염을 동반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에이즈바이러스는 2차 감염에 의한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치사율이 매우 높다.

바이러스는 대개 백신 접종으로 예방하는 방법 외에는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바이러스 발견 후 백신을 개발하여 접종하는 시점까지 감염된 환자들이 문제다.
재작년 신종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도 국내에서는 화순에 설립된 녹십자백신에서 백신을 대량 공급하는 예방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하여 확산을 막았다.


빵에서 자라는 푸른곰팡이로부터 플레밍은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였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천연의 독성 방어물질

병원성 세균인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대개 마이신(mycin)이라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세균성 감염 질병과의 싸움에서 인류가 최초로 승리를 거둔 것은 영국의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의 발견 때문이다.

‘기적의 약’으로 불려지는 페니실린은 빵에서 피어나는 푸른곰팡이로부터 우연히 발견됐다. 1929년 플레밍은 미생물을 배양한 접시에 푸른곰팡이가 떨어지자 그 주위에 다른 병원균이 전혀 자라지 못하는 것을 관찰했던 것이 계기다.

페니실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부상병의 수술후 세균감염을 막아 목숨을 건지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페니실린 발견 이후 곰팡이는 항생제를 얻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항생물질의 탄생 배경은 흥미롭다.
어느 특정 세균이 자신의 전성기를 지나 노화기에 접어들어 약화되기 시작할 때 다른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세균 자신이 직접 만든 독성물질이 항생물질이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산물로 작은 양으로도 다른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킬 수 있는 천연 독성물질인 셈이다.

처음에는 곰팡이 또는 토양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만들어낸 것에서 분리하여 이용했으나, 지금은 화학구조를 약간 바꾼 반합성, 또는 완전히 새로운 합성제도 많이 개발돼 수십 종류가 사용되고 있다. 항생제가 미생물을 죽이는 메커니즘은 다양하다.
세포벽의 합성을 억제하여 삼투압을 견디지 못한 세균이 터지게 하거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여 죽이기도 한다. 또한 세포막을 파괴하여 세포내용물이 외부로 새어나가 죽게 한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DNA구조를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거나 세포의 에너지생산을 방해하여 죽인다.
항생제 남용은 수퍼박테리아의 출현이라는 새로운 재앙을 불러왔다. 정부는 올 7월부터 축산사료에 항생제 사용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항생제 내성, 세균이 저항하는 전략

한때 항생제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겨졌다. 거의 모든 질병에 항생제가 사용되면서 남용되기 시작됐다. 곧바로 세균들도 살아남기 위해 반격을 준비했다.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항생제의 효과를 소용없게 만들어 버렸다.

항생제 내성균의 등장이 그것이다. 거의 사라진듯 했던 결핵균이 1980년대 이후 다시 등장해 해마다 2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인간도 메티실린, 반코마이신, 리네졸리드 등 새로운 강력한 항생제들을 개발하여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세균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다. 수퍼박테리아가 출현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항생제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수퍼박테리아가 널리 퍼질 경우 성형 등 간단한 피부수술 마저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수퍼박테리아의 출현은 항생제 남용의 결과이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내성균의 종류도 많아진다.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균 증가속도가 세계 1위다. 약한 감기만 걸려도 항생제 복용이 일반화돼 있다.
뿐만 아니라 가축 성장촉진과 대량사육에 따른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소, 돼지, 닭, 장어를 비롯한 양식 물고기 등에 항생제가 광범위 하게 사용되고 있다. 날마다 즐겨먹는 고기들이 우리 몸속에서 수퍼박테리아를 생겨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아예 항생제 사용을 매우 신중하게 하자는 전략으로 바꿨다. 우리 정부도 올해 7월부터 축산용 항생제 사용을 전면 금지시킬 계획이다. 내성균이 출현하는 속도를 인간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인간이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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