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지리산 둘레길의 사람들
3.재조명되고 발굴된 ‘여행길’
<기획취재>지리산 둘레길의 사람들
3.재조명되고 발굴된 ‘여행길’
  • 편수민기자
  • 승인 2011.06.2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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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만들어진 길, 그 뒤안길

길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그리고 역사를 만난다. 길은 어떤 길로 가느냐에 따라 종착점이 크게 달라진다. 최근 길은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걷는 사람들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 올레길을 필두로 전국으로 '길 문화'가 확산됐다. 본지는 이러한 길에 대한 재조명과 개발가능성, 문제점 등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날은 선선한 날씨에 걷기가 좋았다. 사진도 찍으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라고 서로 인사를 하며 반가워한다. 우리는 ‘둘레길 가족’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리산 둘레길은 제주 올레길과 함께 대한민국 도보 여행길의 메카로 불리고 있다.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난 2004년 도법스님(현 사단법인 숲길 이사장)이 지리산 남원 실상사에서 천일기도를 마치고, 도반 수경 스님과 함께 박남준, 이원규 시인을 데리고 ‘생명평화 탁발단’을 꾸려 섬진강 길을 걸으면서 ‘지리산 순례길’에 대한 원안이 그려졌다.
2007년에 사단법인 숲길이 창립되고 지리산길 조사, 설계, 정비사업 추진 등의 준비 후, 2008년 남원 산내~함양 휴천 간 시범구간이 개통되었다. 각종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의 마을전경



지난해 ‘1박2일’에 방영된 후 센세이션에 가까운 둘레길 여행 돌풍이 불었고 많은 관광객이 다녀갔다. 이러한 매스컴의 위력으로 지리산 둘레길이 재조명되고 더욱 다듬어졌다. 반면에 방송 이후 둘레길 주변이 쓰레기 천지라는 기사 등이 보도되는 등 부정적인 면도 함께 드러났다.
둘레길의 도보길 자체에 인해 쓰레기가 비교적 없었지만, 사람들이 머물거나 쉬어간 간 벤치 등지에는 쓰레기가 눈에 띄어 여행객들의 성숙한 의식이 아쉬웠다.

둘레길을 걷노라면 지리산 지천에 피어있는 야생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인기프로 방영 후, ‘둘레길’의 변화

푸른 향기가 나는 길을 따라 걸었다. 지리산 둘레길의 장점은 어디서 시작하든 어디에서 그만 두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취재진은 11km를 걸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예상했던 것보다 한적했지만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지리산 둘레길 이용객 현황을 보면 '1박2일' 방영 후인 9월 부터 방문객 수가 증가 했음을 알 수 있다. ⓒ제공= 사단법인_숲길

지난해 지리산 둘레길에는 약 46만 명이 다년간 것으로 집계됐는데 ‘1박2일’이 방영된 9월부터 이용객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숙박, 식대 등 소득추정치도 8월에 비해 9월 소득이 5배 정도 높았고, 9월 이전 가장 높았던 5월(6억4천)에 비해 약 14억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객 성향과 패턴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중년 이상의 연배의 도보여행 마니아층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젊은 층의 이용객이 증가하는 등 둘레길 여행객이 늘어났다.
‘1박2일’ 방영 후 긍정적인 변화도 많았지만, 단순한 관광지라 여기며 TV를 통해 보이는 좋은 모습만을 보고 방문하는 관광객으로 인한 여러 부정적인 현상도 증가했다.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인월-금계)에서 만날 수 있는, 자하여장군 과 천하대장군


둘레길 상인들,
‘둘레길 홍보효과 톡톡’ vs ‘작년보다는 방문객 줄어’

지리산 둘레길 초입 부근 마트에서 만난 상인이 “둘레길 방문하시는 분들인가요?”라며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에게 둘레길 관광객이 손님으로 많이 오는지 묻자 꽤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트 건물 밖 유리 벽면에는 둘레길 구간별 안내도가 크게 붙여져 있었다.

둘레길에는 인근 주민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쉼터도 곳곳에 있었다. 나름의 호객행위가 있기도 했지만 순박함이 느껴졌다. 가격도 일부 몇몇을 제외하고는 예상했던 것보다 저렴하고 맛도 좋았으며, 전반적으로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3구간의 한 쉼터엔 ‘1박2일 강호동,은지원이 쉬었다 간 두 번째 쉼터’라는 노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곳을 운영 중인 아주머니는 “작년보다는 사람이 좀 줄었어”라며 “우리 집은 위치가 중간에 있어서 좀 불리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같은 둘레길이라도 입지와 조건 등에 의해 경제적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지역주민들 사이에도 입장차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막바지 봄기운을 뿜듯 날아다니는 갖가지 나비 들도 만날 수 있었다.


순례객들,
‘자연’과 ‘사람들’이 있어 즐겁지만, ‘운영’의 미흡함 느껴...

둘레길을 방문한 순례객 유형으로는 단체로 방문한 등산 동호회 사람들, 회사동료 팀원끼리 방문한 이들, 친구끼리 뭉친 이들도 있었고 혼자 둘레길을 걷는 이들도 있었다.
부산에서 지리산 둘레길을 방문한 차태진(32) 씨 일행이 둘레길 지도을 펼쳐놓고 탐방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에서 회사동료들과 방문한 차태진(32) 씨는 새로 부서발령이 난 팀원과의 화합과 팀 내 담합을 위한자리로 지리산 둘레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3구간(인월-금계)과 4구간(금계-동강)의 종주를 목표로 삼았으나 일행 중 한명의 개인사정으로 3구간 종주로 둘레길 여행을 끝마쳤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등산화를 무료로 고쳐주는 등 사람들의 친절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서른 번째 생일을 기념해서 홀로 둘레길을 방문한 박은진(30) 씨는 그날 바로 돌아갈 일정으로 주위의 추천을 받아 둘레길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둘레길 도보 중에 힘들어하는 자신을 배려한 다른 순례객 일행의 도움으로, 그들과 함께 끝까지 종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에게서 중간에 흐려진 이정표와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길을 헤맸다는 공통점을 발견해, 둘레길 운영․관리의 부족함이 드러났다. 차 씨는 “길 중간에 이 길은 협의가 되지 않아 이용이 불가하다는 안내가 있어 그대로 따랐다”면서 “나중에 안 사실인데 협의가 끝나서 이용이 가능한 길이었는데... 30분을 더 돌아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씨는 “중간에 이정표가 없고 화살표시는 흐려진 구간이 있어 한동안 길을 헤매고 당황스러웠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리산 둘레길 2구간(운봉-인월)과 3구간(인월-금계) 중간의 인월에 있는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사단법인 숲길_지리산 둘레길 인월센터 신현주 센터장
신현주 센터장, “선에서 점을 만들어가는 중”

지리산 둘레길 인웰센터의 신현주 센터장은 여러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시행착오도 겪었음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면서 항간에 붉어진 쓰레기 문제에 대해, “1박2일 방영 후 둘레길에 쓰레기 천지라는 기사를 봤다”면서 “기사 보도 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밝혔다.
둘레길 방문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고, 외부에서 많은 봉사활동이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사단법인 숲길에서 자체적인 이용자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화활동프로그램, 농촌봉사, 마을문화 만나기 등의 프로그램을 접목해서 차츰차츰 자리를 잡고 시행착오를 바로 잡고 있다고 했다.

신현주 센터장은 “지리산 둘레길은 쉽게 생각하는 관광지가 아니다”라면서,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 진 만큼 힘들게 어렵게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방문객 증가로 인해 발생한 여러 문제가 한 번에 바뀔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개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둘레지기 명칭으로 사업을 준비 중임을 언급했다. 민박을 하는 주민의 마을공동기금 기부를 유도하는 등 마을협의회의 여러 활동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앞으로 둘레길의 각 마을과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며 “지금까지 선을 이었다면 지금은 점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면서, “지금의 선(마을)을 좀 더 예쁘게 가꾸는 마을사업을 통해 마을 활성화를 꾀하려 한다”는 포부를 밝혀 앞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중군마을 벽화


지리산 둘레길의 ‘미래비전’

둘레길을 만든 사람들(사단법인 숲길)에서 ‘느림의 미학’과 ‘인내심’을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고 어떠한 일이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길이 아니며, 여전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 긍정적 효과 이외 쓰레기 문제 같은 많은 부정적 요소들이 나타났지만, 호들갑 떨지 않고 스스로 자정능력을 키우고 있었다.
순례객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멋들어진 소나무


그들은 길에 의미를 담고 지역주민, 이용자, 길과 길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어울려 살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하는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실제로 방문한 둘레길은 일시적 인기의 거품이 빠져나가고 눈에 띄는 문제점도 많이 안고 있는 등 과도기적 시점에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느낀 강력하고 한결같은 마음이 둘레길의 밝은 미래 청사진을 그려주고 있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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