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제주 올레길의 어제와 오늘
2. 걷기 열풍을 몰고 오다
<기획취재>제주 올레길의 어제와 오늘
2. 걷기 열풍을 몰고 오다
  • 편수민 기자
  • 승인 2011.06.16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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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 만들어진 길, 그 뒤안길

길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그리고 역사를 만난다. 길은 어떤 길로 가느냐에 따라 종착점이 크게 달라진다. 최근 길은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걷는 사람들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 올레길을 필두로 전국으로 '길 문화'가 확산됐다. 본지는 이러한 길에 대한 재조명과 개발가능성, 문제점 등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올레길 간세(조랑말)모양 이정표 와 길을 걷는 올레꾼 모습


제주 올레길은 도보 열풍의 중심에 서있다. ‘산티아고 길 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제주에 만들리라.’ 2006년 언론인 서명숙(현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씨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기획 연재물을 쓰다 자신의 고향 제주를 떠올렸다.
뜻이 통하는 지인들과 2007년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걸어서 여행가능한 길을 만들었다. 끊어진 길을 잇고, 잊힌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내어 온전히 걷는 사람들만을 위한 길,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길을…. 지금의 제주 올레길이 탄생했다.


제주도는 한때 신혼여행객 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대한민국 최대 관광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같은 값이면 해외여행을 간다’는 등의 의식변화로 한물간 관광지로 전락해 갔다.
이러한 제주도의 심장에 ‘올레길’이 숨결을 불어 넣더니 ‘생태 제주’라는 이름으로 다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렌터카 여행에서 도보 여행으로 전환한 것이, 거의 혁명에 가까운 21세기의 제주도 이미지 메이킹을 이룩해 냈다. 어떠한 리모델링도 이처럼 성공적이진 않을 것이다.


올레길로 인한 제주도의 변화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작성된 ‘도보여행 활성화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에서는 기존 제주 관광객보다 제주올레 여행객의 1인당 생산유발효과가 554,956원으로, 74,667원 더 높았다. 휴양 및 관람 목적의 제주방문 비율보다 올레코스탐방 비율이 3.4% 높아 제주방문 형태와 목적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한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비수기인 10월과 11월에 관광객의 수가 최근 10년 이내에 최다 인원을 기록했으며, 신종플루 등 전염병으로 인한 단체관광이 30.2%로 감소한 가운데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올레신드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제주토산품_오일성 대표(56)
제주상인, “제주 올레길은 은인”

제주 올레길 6코스 근방 서귀동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토산품의 오일성(56) 대표는 올레길 개방 후 매출이 30% 정도 올랐다고 했다.
그는 서울 태생이지만 군 제대 후 제주도에서만 31년간 기념품 장사를 해온 제주도 터줏대감이었다. 오 대표에 말에 따르면, 예전 신혼부부가 제주도를 많이 찾을 때는 지금의 자리에서 제주토산품 가게가 10개 이상 성업을 이루다가 하나둘씩 없어졌다고 했다.
2002년 월드컵이 지나고 2003년부터 매출이 줄어들어서 울상이었다. 2007년 올레길 탄생 후 2008년부터 매출 신장으로 올레길 열풍의 수혜를 받고 있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오 대표의 말에 따르면 한 펜션업자는 빚이 많고 손님도 없어 중국으로 도망치려 했는데 올레길 덕분에 매일 손님이 꽉꽉 들어찬다고 했고, 올레길 근방의 J호텔은 원래 사장이 동생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돈을 더 들여 제주 다른 곳에 호텔을 만들었는데 J호텔보다 장사가 안 된다고 귀띔을 했다. 또한 제주 올레꾼들 사이에 유명한 M게스트하우스는 원래 장사가 될 수 있는 장소가 전혀 아니었는데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오 대표의 말에서 올레길로 인해 제주 상인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마지막에 올레길 방문객의 증가만큼 쓰레기도 많이 늘었는데 일부 방문객 중 병이나 캔 등을 올레길 옆에 있는 주택에 던지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레꾼들, “모든 것 좋지만 안내 부족…”

올레꾼 모녀_ 김현숙 씨(36), 강영희 씨(55)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중년여성 2명은 올레길 위에 서있으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코스의 처음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다. 그들은 “지인에게서 7코스가 가장 풍광이 좋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네비게이션에 올레길 7코스를 검색해 봤지만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6코스 중간에 위치한 제주올레 사무국에서 지도를 겸한 안내책자를 받고서야 길을 다시 나섰다.

두 번째로 만난 모녀는 올레길 지도가 그려진 손수건을 나란히 목에 두르고 있었다. 부산에서 온 어머니 강영희(55)씨와 일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현숙(36)씨였다.
강영희씨에게 올레길에 대한 느낌을 묻자 소녀와 같이 상기된 표정으로 “TV에서 많이 봐왔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니 느낌이 다르다”면서 “직접 걸으며 파도냄새도 맡을 수 있고 풍광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딸인 김현숙씨는 “안내판, 화살표시 등 처음 온 사람들도 잘 찾게 이정표 등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사전에 많은 관련 자료를 검색했으나, 딱히 좋은 책자나 지도를 발견치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어머니 강씨도 ”오다가 숲길이 있었는데 낮인데도 어두워 여자 둘이 걷기에는 조금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실제 방문한 제주 올레길은 길에 들어서면 간세(조랑말)모양의 표지판과 리본, 화살표 표시등으로 길을 잃을 염려는 적었으나, 초행길인 여행객이 코스나 코스의 도입부를 찾기가 어려워 앞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제주 올레길 6코스 전경

제주를 변화시킨 문화아이콘 ‘올레길’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김민정 홍보팀장은 최근 언롱홍보, 관련 제작물 업무 등등 제주올레 브랜드 관련 전반적인 일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3년 전 처음 제주에 정착했다고 밝힌 그녀는 예전에 비해 제주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김 팀장은 “제주올레는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을 위한 길이다”면서 “유명 관광지를 렌터카로 여행하던 문화가 올레길로 인해 도보여행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제주올레 사무국 전경


그는 제주 올레길은 기존의 유명 관광지 이외의 제주도의 아름다운 곳들을 연결해 길을 만들었고, 올레길은 제주도민조차 평생 살았어도 알 수 없는 곳들을 발견해 제주도의 속살을 보여줬다고 소회했다.
예전 렌터카여행이 대세일 때는 차로 여행해 1박2일 또는 3박4일 정도면 제주도는 더 이상 여행할 곳이 없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주올레길 여행은 하루에 1코스씩 잡아도 23일이 걸리며, 같은 코스여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경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제주도 재방문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사단법인_제주올레/ 김민정 홍보팀장
제주올레 홍보팀장, “올레길은 계속 만들어가는 중”

제주올레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패스포트, 코스별 스탬프찍기, 올레길 친구찾기 등 재밌는 프로그램과 아이템들이 많았다. 이러한 것들은 처음부터 계획 하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이를 계획한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처음에 예산도 없었다고 한다.
김 팀장은 ‘아름다운 제주도에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서명숙 이사장과 뜻이 통한 사람들이 모여 길을 만들고 하나둘씩 코스가 늘어가자 필요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함께 “올레길은 지금도 만들어가는 중이다”라고 했다.

김 팀장은 “기본적으로 제주올레의 취지는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이다”면서 “처음 계획은 시흥에서 시작해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시흥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제주올레 사무국에 탐사팀이 있고 각 코스마다 임명된 올레지기가 자원봉사 활동으로 긴급한 쓰레기를 치우고 리본을 다는 등의 운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이해 예초와의 전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 올레길엔 ‘자연’이 있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순한 풍광이 있었다. 이정표들 조차 풍경을 가리지 않는 리본, 그려진 화살표 등이었고, 조랑말 모양의 표시판도 프레임 형태의 무릎높이로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
최소한의 설치물이 있었으며 주차장 화장실들은 만들어 지지 않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했다. 제주도 장애인협회가 자신들의 주차장을 공용무료주차장으로 내어놓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처음 제주 올레길이 깔리고 사람들이 많이 방문함에 따라 어렵게 발견한 흙길을 포장해 버리는 등의 일들이 초창기에 많이 발생했지만 제주시와 많은 대화를 통해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올레길 운영에서 ‘배울 점’

제주 올레길은 지역민을 품으려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올레길에서 파는 기념품 중 가장 흥미로운 간세(조랑말)인형을 꼽을 수 있다. 간세인형은 도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제주도에 거주하는 여성이 제주도에 버려진 헌 천으로 제주도의 조랑말 인형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숙박․식당 등을 운영하는 상인 외에 자신의 집 앞을 아무 대가 없이 내준 제주 도민을 위해 올레길에 관심을 보인 기업을 제주마을과 연계해 1사-1올레마을 자매결연도 맺고 있었다. 예를 들면 벤타코리아와 제주올레 12코스의 무릉2리가 손 잡고 ‘무릉외갓집’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수익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수익으로 돌아가고, 일감이 늘어남에 따라 무릉리 주변으로도 혜택이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제주 올레길이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보이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제주 올레길을 만든 사람들(사단법인 제주올레)은 ‘처음’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 때문에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중섭 거리' 전경

 

제주 올레길 6~7코스 근방 서귀포 야경

 

올레길 중간에 있는 '소정방 폭포'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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