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1. 여는 이야기길
우후죽순 생겨난 길 어떤 의미가 있는가?
<기획취재>1. 여는 이야기길
우후죽순 생겨난 길 어떤 의미가 있는가?
  • 편수민 기자
  • 승인 2011.06.10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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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만들어진 길, 그 뒤안길

길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그리고 역사를 만난다. 길은 어떤 길로 가느냐에 따라 종착점이 크게 달라진다. 최근 길은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걷는 사람들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 올레길을 필두로 전국으로 '길 문화'가 확산됐다. 본지는 이러한 길에 대한 재조명과 개발가능성, 문제점 등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최근 제주 올레길을 필두로 지리산 둘레길도 인기오락프로를 통해 재조명을 받고 여행객들의 인기를 얻으며 ‘걷기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못지않게 광주에는 무등산 지역의 무돌길, 담양에서는 가사문학권의 정자길이 최근 개발됐다.

매년 천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해외로 떠나는 요즘, 우리나라 여행지에 대한 관심과 홍보가 더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천해의 관광 자원을 가진 남도의 여행길에는 따뜻한 미소와 아름다운‘사람들’이 있고, 시원하게 눈을 씼겨주는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간 생활과 본성에 가장 가까운 '걷기'가 인기를 끌고있다"

"뚜렷한 목적과 계획없이 열풍에 휩쓸린 개발은 대중의 외면을 받기 쉽다"

 

인간 본성 되찾는 여유로운 '길'

 

제주 올레길 ⓒ사단법인 제주올레
제주 올레길은 계획적인 코스 개발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적인 도보여행지로 성공했다. 이후 전국적인 도보여행 열풍을 가져온 '길'은 새로운 여행문화를 만들고 있다. 올레길의 성공 이후 전국에서 도보여행 코스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 둘레길, 남해 지겟길, 무등산 옛길, 충남 태안바라길, 경기 남한산성길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무등산 옛길 외에 담양 메타세콰이어 길, 담양 정자길 등이 유명하다. 특히 지난해 무등산 일대에서 새롭게 ‘무지개를 뿜는 돌’이라는 뜻의 무돌길이 새로이 개발됐다. 또 문화재청에서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여행길’로 광산구의 필암서원에서 월봉묘소까지 12km를 선정한바 있다.

기존에 있던 길이었지만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에 재조명 되면서 인기를 끌 뿐만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 지는등 ‘길’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근래 들어 최고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양적 풍요와 앞을 보고 달리는 것에 치중했던 대한민국이 어느 시점부터 ‘참살이(웰빙)’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꾀하더니 이제 그 흐름 속에서 길도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사람들은 양적 풍요 뿐 아니라 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원한다. 그래서 몸과 정신을 위한 참살이가 인기다.
산업화와 성장 일변도의 극한의 경쟁사회에서 살았던 이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인간의 본성과 느림의 미학을 알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달리던 사람들은 조금 더 느리게 자전거타기, 달리기 등을 시작했다. 등산, 트레킹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인간 생활과 본성에 가장 가까운 ‘걷기’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 위하는 등 갖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한자로 사람을 뜻하는 사람인(人)은 사람과 사람이 기댄 모습이고, 인간이란 사람과 사람사이를 뜻한다.

그만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쏟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그곳에 돈이 몰리기 마련이다.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몰리고,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이야기를 함께 써내려갈 수 있는데 왜 인기가 없겠는가. 

각 코스는  15km , 평균 5~6시간 소요

누가 뭐래도 현재 걷기열풍의 선봉장이며 성공적 사례로 일컬어지는 제주 올레길의 ‘올레’는 스페인 투우경기에서 들릴법한 소리지만 사실 제주 방언이다. ‘좁은 골목’ 또는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을 뜻하며, 통상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을 말한다.
도보여행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은 언론인 서명숙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개발한 것이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 총 15km)가 개발된 이래, 2010년 8월까지 총 21개의 코스가 개발되었고 그 길이가 약 350km에 달한다.

각 코스는 보통 15km 이내이며, 평균 소요시간이 5~6시간 정도이다.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구성했고,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도는 코스도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는 지속적으로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존 길을 탐사하고 걷기 좋은 길을 선별하여 서로 연결하여 코스를 만드는 형태이며, 필요한 경우 폭을 넓히거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식으로 걷기 좋게 만들었다.

올레길에 못지않게 지리산 둘레길도 인기 오락프로에 방영된 이후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둘레

지리산 둘레길 ⓒ사단법인 숲길
길은 말 그대로 지리산 둘레를 환형으로 연결하는 장거리 도보길 이다. 지리산길이라고도 한다.

 

전북, 전남, 경남에 이르는 3개의 도와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포함한 5개 시군 16개의 읍면과 80여개 마을에 걸쳐있다. 총 길이는 300여km에 달한다.
2007년 1월 설립된 사단법인 숲길에서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주변의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연결하여 만들어낸 도보 여행 코스이다. 가능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도보여행에 적합하게 구간을 정하고 길을 정비하는 식으로 마련했다.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과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를 잇는 14km의 운봉-주천 구간을 비롯하여, 운봉-인월, 인월-금계, 금계-동강, 동강-수철 등의 다섯 구간으로 크게 나뉜다. 걷는 동안 주변의 자연은 물론 해당 지역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정자길, 무돌길 새롭게 각광

담양은 소쇄원, 식영정, 명옥헌 등 옛 문인들이 모여 학문과 예술을 논하던 정자로 유명하다. 그 정자들이 있는 곳을 이어만든 길을 정자길이라 한다. 대나무숲과 자미탄(紫薇灘) 등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담양에는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세워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정신이 정자길 곳곳에 서려 있다.

자미탄은 백일홍이 핀 여울이란 뜻으로, 이를 사이에 두고 들어선 정자들마다 각각의 사연이 담겨 있다. 자미탄길을 따라 정자 순례를 하고 단풍 명소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길을 함께 걸으면 담양의 정취를 완연히 느낄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동구에서 전남 화순·담양을 거쳐 북구로 다시 돌아오는 전체 15개 노선 50㎞의 ‘무돌길’이 단계적으로 개방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돌’은 무지개를 뿜는 돌, 무등산을 돌아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무등산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속속 개방된 무돌길을 인터넷 카페와 등산 동호회 단위로 전국 각지에서 10만여명 이상이 다녀갔다.

그리고 최근에 광산구가 조선시대 유학자와 문화유산을 연계한 옛길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산구는 임곡동에서 응모한 ‘조선 최고 사상가들과 함께 떠나는 위대한 나의 발견’이 문화재청 주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여행길’에 응모해 지난해 8월 선정됐다.

코스는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에서 출발해 요월정∼월봉서원∼고봉학술원∼백우산∼귀전암터∼월봉묘소로 이어지는 12km 구간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하서 김인후와 고봉 기대승 등 조선시대 선비들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길이다.

무등산 옛길 탐방 모습 ⓒ광주시


‘길 열풍’의 뒤안길을 걱정할 때

뜨겁게 달궈진 양철냄비는 금방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열풍과 붐이 모두다 시대의 큰 흐름이 되는 것은 아니고, 잠깐의 유행으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의 성공적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후죽순 ‘길’들이 생겨나고 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도 더 나쁘다. 도보열풍을 일으켰던 당초의 느림의 미학과 인간본성으로의 회귀에 기인한 벤치마킹이 아닌 경제적 파생효과만 노리고 돈벌이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이 열풍이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나중에 결국 옥석이 가려질 것이며, 초기 몇몇 성공사례만이 기억되고 그마저도 후폭풍에 사그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있는 길의 필두에 서있는 올레길, 둘레길 등의 경우 특별한 패키지가 있는 관광도 아니고 엄청난 시설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다. 기존에 있던 길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보완하고 스토리텔링화 한 것이다.

도보열풍으로 인해 마구잡이식 길 개발로 자연을 훼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길들도 지나친 개발보다는 당초 취지에 맞는 개발과 발전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뚜렷한 목적과 치밀한 계획없이 열풍에 휩쓸려 우후죽순 길을 개발한다면 갈대와 같은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먼 시기의 일이 아니다. 그 후 투자에 대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의 후폭풍이 쓰디쓴 광풍으로 다가오기 전에 경계하고 다시 한 번 재점검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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