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헤게모니(3)
연대와 헤게모니(3)
  • 이홍길/광주민주동지회회장
  • 승인 2011.06.0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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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전남대 명예교수광주·전남 민주동지회회장
신해혁명을 달성한 늙은 국민당과 5․4운동의 신생 혁명역량인 공산당이 반제․반군벌의 국민혁명의 역량으로 통합되었다는 것은, 중국과 중국인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서는 역사적 필연이라고 칭할 정도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 필연을 현실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손문의 영도력과 그의 용공노선이었다.

극복해야 할 반식민지의 현실이 있어 변혁이 자명하게 요구되는데, 공산주의는 세계사적 변혁을 기치로 하고 삼민주의는 중국의 변혁을 내세우고 있는데다 레닌의 러시아가 중국의 국민혁명을 그들의 세계혁명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어서, 국민당과 공산당의 변혁의 공동전선은 원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였다. 공산 러시아가 제공하는 원조는 국민혁명 세력이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물질역량이었던 것이다.

국민혁명을 위해서 공산당원을 개인자격으로 입당시켜 용공정당으로 변신한 새로운 국민당은, 삼민주의의 민생주의를 공산주의로 공산주의를 민생주의로 인식하여 의식상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었다. 大同小異, 같음을 크게 하고 다름을 작게 하는 구국의 연대가 실험되고 있었다.

높은 목표가 구체적 개인과 구체적 집단들에 의해서 공동으로 추구되고 달성되어야 하는데, 그 구체적 개인과 집단의 실존과 욕구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역사적이 아닌 일상의 삶속에서도 동상이몽․오월동주․적과의 동침과 같은 속담들이 쉽게 사용되고 있는데, 피차간의 욕구와 위신이 부딪칠 때는 그 본색들이 당위와 명분을 내세우면서 들어난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뽑는다.

서자가 적자를 무시한다고 불평하는 것은 조직 내의 기성세력의 당위이고 누가 진정한 변혁세력이냐고 핏대를 세우는 것은 신생역량들의 명분이 된다. 당위와 명분은 독버섯과 같은 생명력을 가져, 적당한 조건과 토양을 만나면, 조직의 분화를 부끄러움도 부담도 없이 과감하게 수행하는 역량들이 되고 만다.

황차 그들이 극복하고자 한 제국주의와 군벌들과 그 힘들에 기생하는 사회 정치적 기득세력들은 변혁세력들의 분화를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을까? 결코 그럴 수 없었던 것은 중국의 국민혁명의 성공은 국제적 차원으로는 혁명 러시아의 세계전략의 성공이기 때문에 제국주의 열강들은 국민혁명에 반대하면서 변혁세력들의 분화를 촉진하고 조장하기 위해서 반변혁의 국민당 우파세력을 원조하고 군벌세력들은 그들의 상전인 제국주의 세력들과 함께 변혁의 역량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수단 방법을 다하였다.

반면 국민당에 거점을 마련한 공산당 세력들은 그들의 변혁노선을 확신하면서 삼민주의를 폄훼하고 국민당의 중요 조직 부서를 장악하고 당내 당조직을 만들어 뿌락치 활동을 강화하여 나아갔다. 정치 외곽조직인 노동․농민․학생운동 등의 대중조직을 외견상으로는 국민당 조직을 빙자하면서 내용적으로는 공산당 조직으로 만들어 가 국민당원들의 경계심과 의구심을 촉발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계급 투쟁적 노․농 운동은 경제상황을 악화시켜 현상을 지탱해 온 사회 주류세력들의 혁명이탈이 가속화되어 반공정서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변혁의 영도 중심인 손문이 사망하고, 변혁의 선봉장인 요중개가 암살당하는 가운데, 국민당은 좌․중․우로 분화되면서 그 혁명 영도 역량을 상실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분화과정을 틈타 장개석의 쿠데타가 성공하여 국민당내에 공산당과 그 우호세력들이 축출되는 청당이 이루어져, 장개석 국민당과 공산당이 투쟁하는, 연대가 살육전으로 전도되는 끔찍한 중국 현대사가 펼쳐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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