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6월의 청년에게
스물넷, 6월의 청년에게
  • 박몽구
  • 승인 2011.06.03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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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향기 흩날리던 명동성당 길에서
초여름 산들바람 싱그러운 금남로에서
우리들은 보았다

도시 한복판에서 꿈틀거리는 바다를
거짓 역사로 얼룩진 교과서를 던진 선생님
두터운 결재 파일을 밀치고 나온 회사원
쇠를 치다 말고 검은 작업복째 뛰쳐나온 청년들

하나같이 가진 것 다 팽개치고
파도를 이루어 총칼 앞으로 두려움 없이 나아갔다
최루가스 막아서면 젖은 수건으로 숨 참으며
곤봉이 내리치면 흰옷과 흰옷을 묶어
다시 솟아오르는 파도가 되어 바리케이드를 넘어갔다

여리디 여린 꽃잎들 모이면
한자리에 너무 오래 눌러앉아 풍기는
악취 뿌리칠 수 있다는 것을
혼자서는 곧잘 꺾어지는 풀뿌리들 함께 엮으면
차가운 칼 뚫을 수 없는 방패가 되는 걸 보았다

채 여물지 않은 광주의 5월 아픈 등을 딛고
책을 던져 기꺼이 거름이 된 한열이의 죽음을 딛고
마침내 깨끗한 새벽이 보이는 명동 언덕을 얻었다
끝 모를 야욕, 비정한 총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내일로 가는 길 한 가닥 열었다

행간에 숨긴 말 꺼내어 막힘없이 말하고
일한 만큼 나눠받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장벽으로도 막을 수 없도록
아낌없이 던졌던 꽃 같은 스물넷의 청년

거짓 물막이 터져 온 마을 흙탕물에 잠기지 않도록
통한의 휴전선을 더욱 높게 쌓는 농간 뿌리치고
내일을 몰고 오는 파도 다시 일궈야 한다

빼앗긴 민주주의의 해맑은 얼굴
삼천리 어디서나 보이도록 높게 떠올려야 한다

 


 

박몽구 : 광주 태생으로 전남대 영문과,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77년 월간 『대화』지 시 당선으로 등단하여, 『개리 카를 들으며』, 『마음의 귀』, 『수종사 무료찻집』 등의 시집을 상재하였다. 한국크리스찬문학상 대상 수상. 계간 《시와문화》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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