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지역산업」
「新지역산업」
  • 이재의/전남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1.05.30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향후 10년간 지역의 산업발전전략 밑그림
5+2 광역경제권 불균형 반드시 시정돼야

 

이재의 / 전남 나노바이오 연구센터 소장
지역산업 발전전략이 내년부터 크게 바뀐다. 지식경제부는 5월19일 전국 지자체와 지역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역경제권 선도전략산업 선정지침(안)’ 설명회를 가졌다. 이른바 ‘신지역산업’이다.

신지역산업 발전전략은 국가산업정책과 지역의 산업육성방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향후 10년의 지역산업 발전을 선도할 비전과 전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 핵심요지는 현행 ‘선도산업’과 ‘전략산업’으로 구분된 정부의 지원체계를 ‘선도전략산업’과 ‘지역특화산업’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광역경제권별로 미래성장동력 2, 대표주력산업 2, 서비스산업 1개 등 ‘선도전략산업을 각각 5개씩 선정’하여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지역산업정책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5+2’의 구도 속에서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지역 간 격차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크다.

2000년대부터 지역산업정책 본격화

우리나라에서 지역산업정책이 처음 시행된 것은 1998년 DJ정부가 들어서면서 부터다. 그 이전까지 지역은 산업정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로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위주의 일반적인 산업정책만 존재했었다.

다만 경제발전 초기단계인 1960~70년대 포항제철, 울산정유, 여천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의 생산기지를 몇몇 지역에 분산 배치하고, 국책연구기관을 충남 대덕에 집중 배치하였다. 그게 전부이고 오늘날 지역산업의 밑그림이 됐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기업 집중현상을 초래했다. 또한 경부축 중심으로 국토의 동남권에 산업벨트가 형성됐다. 반면 호남은 상대적인 낙후지역으로 변했다.
지역산업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 초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부터다. 특히 DJ정부에 들어 지방자치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지역발전에 대한 밑으로부터의 강한 요구가 분출됐다. 이때 시작된 4개 지역 특화산업은 오늘날 지역산업정책의 모태가 됐다. 대구의 섬유, 부산 신발, 창원 기계, 광주 광산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2002년 등장한 참여정부는 DJ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국가균형발전’을 국정의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표방했다. 행정수도 지방이전, 국가기관의 지방이전, 지역별 특화된 산업클러스터육성 등 3가지 방향에서 강력한 균형발전을 추진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도 제정하였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박정희정권 시절 ‘경제개발 5개년계획’처럼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해서 체계적으로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전략이었다.

이때 지역산업 발전전략의 기본 틀이 잡혔다. 대상지역이 ‘4+9’로 전국으로 확산됐다. DJ정부 때 시작된 4개 대도시 지역에다 신규로 9개의 道 단위 광역지자체를 포함시킨 것이다. 광역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마다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자기 지역에 가장 경쟁력이 있을 법한 전략산업을 각각 4개씩 선정하여 중앙정부가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지역의 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중앙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전남의 4대 전략산업으로 생물, 신소재 조선, 물류, 관광산업 등이 선정됐다.

중앙정부는 해마다 최소 5조원 이상의 ‘균형발전특별예산’을 확보하였다. 그 가운데 매년 약 1조원 가량을 지역산업에 투자하였다. 지난 10년간 광주의 광산업이나 금형산업 등을 비롯해 전남의 생물산업진흥재단, 신소재 및 세라믹, 조선, 유통시설 등에 기반구축을 위한 막대한 시설투자가 이뤄졌다. 가령 나주 식품산업연구센터, 화순 생물의약연구센터, 장성 나노바이오연구센터, 곡성 생물방제센터, 장흥 천연자원연구원 등에 각각 200억~500억원씩 투자하여 전남생물재단은 총자산 1600여 억원 규모로 거대한 지역산업 혁신기관의 면모를 갖췄다. 최신 연구장비와 시험생산시설들이 설치됐다. 30여명의 박사급 인력을 포함해 모두 170여명의 고급 인재들을 채용하였고, 생물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선도전략산업’으로 지원방식 변경 환영

그런데 MB정부가 들어서자 지역산업정책은 새로운 도전과 시련에 직면했다. 균형발전특별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지역산업은 ‘균형’보다는 ‘효율’이 중시되면서 정책 또한 큰 변화를 겪었다. 가장 큰 변화는 2가지다.

첫째, ‘4+9’에서 ‘5+2’로 지역산업 추진체계가 바뀐 것이다. ‘4+9’가 기존의 광역시나 도 단위 행정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면 ‘5+2’는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충청권, 수도권 등 5개 광역단위를 기본으로 하면서 강원도와 제주를 추가했다. 기존의 전략산업은 시도단위 행정구역으로 나뉘다보니 행정 중심이지 경제권 중심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됐다. 2~3개의 행정구역을 묶어 광역화시키면 좀 더 효과적인 경제권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견해였다.

이런 주장은 일면 타당했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광역경제권 내부의 협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요소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5+2’가 영남권을 2개, 호남을 1개 권역으로 설정함으로써 국비의 지원 비율 역시 2:1로 지역간 불평등 심화로 귀결될 것이라며 시행 초기부터 호남권이 강력하게 저항했다. 4년여가 지난 이 시점에서 볼 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가 밝힌 2010년도 주요 권역별 사업예산 배분 내역을 살펴보면 이 점이 명백하다. 영남권(대구·부산·울산·경남·경북) 5천66억8천900만원, 호남권(광주·전남·전북) 2천499억9천200만원, 충청권(대전·충남·충북) 2천810억6천300만원, 수도권(서울·경기·인천) 1천747억5천500만원, 강원권 758억6천900만원, 제주 363억7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영남권이 호남권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지원을 더 받았던 셈이다.

둘째, ‘전략산업’에서 ‘선도산업’ 중심으로 지원방식이 달라진 점도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선도산업’은 대기업이 지역산업 발전의 중심에 서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행초기부터 전략산업과 갈등을 빚었다. 전략산업은 지역의 특화된 자원과 인력을 바탕으로 뿌리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해당 지역과 내적 연관성이 깊었다.

반면 선도산업은 대기업이 관심을 갖는 사업을 외부로부터 이식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 가령 전남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선도산업으로 추진했는데 막상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려 하여도 적당한 지역 기업이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짧은 기간에 기업유치도 용이하지 않다. 결국 선도산업 지원은 몇몇 수도권 소재 에너지관련 대기업에게로 지역산업을 위해 쓰여져야 할 대부분의 예산이 회귀돼 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02년부터 본격화된 지역산업정책은 올해로 딱 10년째다. 5년마다 지역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다보니 올해는 2단계 사업이 대부분 마감되는 해이다. 내년부터 신지역산업 정책이 시작된다. 내년부터 시행될 신지역산업 정책은 그간 갈등을 빚어왔던 선도산업 위주의 지원방식을 개선하여 전략산업을 ‘선도전략산업’이라는 명목아래 선도산업과 통합 개선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뒤늦게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간 지역실정을 도외시한 채 선도산업 위주로 진행되던 데서 탈피해 전략산업과 선도산업의 조화를 꾀하려한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더 큰 난제인 ‘5+2’ 광역경제권을 손보지 않은 채 현재의 구도를 유지한다면 매우 염려스럽다. 지역간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균형잡힌 지역산업 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5+2’ 구도를 바꿔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