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대리운전 보험’
믿을 수 없는 ‘대리운전 보험’
  • 박재범 기자
  • 승인 2011.05.26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고시 1차 차주 자동차보험 지급 뒤 대리운전 보험은 후 지급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 지자체에서라도 조례 제정해야

대리운전이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관련 법체계가 명확하지 않고 보험 도 불분명한 채 운영되고 있어 이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광주시나 전남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조례 제정 등으로 시민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자가용자동차 대리운전(이하 대리운전)은 주로 야간취객 등을 대상으로 자가용자동차의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종 업종으로 지난 1998년부터 소규모로 등장해 2003년 후반부터 전국에 걸쳐 대형·조직화되고 있는 추세다.

현행 대리운전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관할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대리운전 사업소를 운영할 수 있다.

현재 광주지역 관할세무서에 등록된 대리운전 업체 수는 총 97개(4월말 기준)로 지난 2006년만 해도 5개 업체에서 2007년 12개, 2008년 19개, 2010년 20개 업체가 신규로 등록했으며, 올해만 10개 업체가 대리운전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한국대리운전자협회와 대리운전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의 연합콜번호를 사용하는 등록된 대리운전자 수는 약2,500여명으로 평일엔 약 7천명, 주말엔 1만 명 가량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대리운전 업체는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나 규제를 받지 않아 대리운전 기사의 운전경력 및 면허 종류의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가장 큰 문제점은 무보험 대리운전으로 인한 차주의 손해배상의무 발생과 대리운전보험의 한계로 인한 차주의 보험할증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리운전 보험 지급한계 낮아
2년 전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박아무개 씨는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기 위해 대리운전을 불렀다. 대리운전 기사는 운행 중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좌회전을 하다 반대편 차선에서 직진 신호에 따라 직진하는 반대편 승용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정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의 여파로 상대편 승용차는 완파해 결국 폐차됐고 타고 있던 3명은 중·경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 박 씨의 차에 타고 있던 4명도 병원에 입원했으며, 그의 차량도 차축이 틀어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대리운전 업체 대표는 당시 대리운전 보험에 들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 박 씨는 안심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달랐다.

대리운전 업체에서 가입한 보험이 대인이나 대물, 자기차량 피해 등에 지급되는 보험금이 실제 지급돼야할 보험금보다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또한, 사고를 냈던 차량이 박 씨의 차량이여서 먼저 박 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지급된 뒤 대리운전 보험에서 후 지급되는 방식이여서 박 씨는 몇 년 간 보험료가 할증되는 손해를 입었다.

박 씨는 “대리운전 회사에서 대리운전 보험으로 처리할 줄 알고 사고발생 시 모든 것을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손해를 입었다”며 “추가된 금액을 받기 위해 몇 달 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다시는 대리운전을 부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대리운전 회사가 보험을 가입돼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책임보험은 보상하지 않고 임의보험부분만 보상하고 있어 차주(고객)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리운전보험의 담보에는 대인1(책임보험) 담보가 없고, 사고의 형사적인 책임은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 있지만, 민사부분 배상책임은 차량소유자와 운전자의 공동책임이다. 결국 대리운전자가 변제능력이 없을 시 차량소유자가 배상해야 한다.

또한, 대인1(책임보험) 부분은 차량소유자가 접수해 처리해야 하므로 결국 보험료 할증은 이용자인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

이와 관련 사고 발생시 대인과 대물에 무제한 보상이 가능한 대리운전자 보험에 가입했다고 홍보하고 있는 한 업체에 얼마까지 보상해주는 보험에 가입했냐고 문의한 결과 “담당자가 아니라 정확한 금액을 잘 모르겠다”고 답해 실제 사고 발생시 얼마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 할 수 없었다.

올해 4년 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정아무개 씨는 “회사에 보험료 명목으로 월 10만 원 가량 납부한다”며 “하지만 보험약관을 보여 달라고 하면 무조건 무제한으로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대답뿐 이었다”고 말했다.

▲속칭 ‘길빵’ 조심해야
지난 4월 식당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최아무개 씨는 집에 가기 위해 식당 주인에게 대리운전을 불러달라고 부탁한 뒤 비상등을 켜놓은 차에서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렸다.

얼마 후 대리운전을 불렀냐며 한 남성이 찾아왔고 최 씨는 “생각보다 일찍 왔다”며 대리운전을 시켜 귀가했다.

집에 거의 다다를 무렵 대리운전기사는 앞서던 차량의 후미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최 씨는 대리운전 회사에서 당연히 보험을 들어 보상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확인 결과 대리운전을 해준 남성은 식당에서 부른 대리운전 회사 직원을 가장한 속칭 ‘길빵’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최 씨는 모든 비용을 본인이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해야 했다.

한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에 등록된 직원이 아닌 자들이 대리운전을 기다리는 차주에게 다가가 불러서 온 것처럼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 사고 발생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처럼 차주가 대리운전 무보험으로 인한 보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리운전 사고 위험을 담보하는 보험상품(특별약관)에 가입하거나 무제한 종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대리운전 위험담보 상품(특약)은 ‘가족이나 부부 한정 운전’으로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대리운전 무보험으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별도로 가입해야 하며, ‘26세 이상 기본계약’에 가입한 경우는 대리운전자가 반드시 26세 이상이어야 대리운전 무보험으로 인한 손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관계자는 “회사에 납부해야하는 금액이 아까워 혼자서 활동하는 대리운전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도 회사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알려주면 사고 발생시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법안 국회에서 계류 중
지난 2009년 6월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은 이 같은 대리운전으로 인한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 대리운전업체의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록과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대리운전업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리운전자는 만 21세 이상으로서 2년 이상의 운전경력이 있어야 하고 대리운전업체 또는 소속 운전자는 보험에 들어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냈을 때는 자신이 가입한 대리운전보험을 통해 우선 피해보상을 하도록 했다. 지금은 차주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먼저 보상(최고 1억 원)하고 초과하는 피해액을 대리운전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대리운전을 할 때 대리운전자 신고필증, 보험가입 증명서, 요금표를 고객에게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관련 정부 부처에서 대리운전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자율 규제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대리운전업체에서는 사고 발생시 무제한으로 보험지급이 가능하다고 앞 다퉈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확한 보험가입 증명서를 내보이는 업체는 대부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실에 지역 지자체에서만이라도 대리운전과 관련 대리운전업체에서 대리운전자 신고필증, 보험가입 증명서를 공개하는 등의 자체조례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험사에서 내놓은 대리운전자 보험상품. 대인, 대물 등의 대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한인 반면 대물과 자손, 차량에 대해서는 보상금액의 폭이 크고 담보여부 등 가입조건이 까다롭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