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길을 찾다 제5강]
‘서양인의 눈에 비친 아시아’
[아시아에서 길을 찾다 제5강]
‘서양인의 눈에 비친 아시아’
  • 편수민 기자
  • 승인 2011.05.23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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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숄츠 조선대학교 교수
베르너 사세 한국학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광주지역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시아 문화이해를 위한 공개강좌를 마련했다. 지난 17일부터 문화전당역 앞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와 광주교대 대강당에서 모두 6회에 걸쳐 격주 목요일로 진행되는 이번 공개강좌는 ‘아시아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시민의 소리>는 독자를 위하여 이번 강좌를 매 회마다 현장의 소리를 전달한다.<편집자 주>

‘아시아에서 길을 찾다’의 제5강은 안톤 숄츠 조선대교수 와 베르너 사세 한국학자의 대담형태로 ‘서양인의 눈에 비친 아시아’란 주제로 진행됐다.
안톤 교수와 베르너 사세 교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한국말에 능통했다. 안톤 교수는 1994면에 사세 교수는 1996년에 처음 한국에 왔다. 둘 다 십년이상 한국에서 살고 있으며 사세 교수는 2006년 독일대학교 은퇴 후 삶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백발이 성성하고 점잖아 보이는 사세 교수는 호리호리하고 유쾌한 안톤 교수가 처음 한국학 공부를 시작했을 시절의 스승이다.
안톤 교수는 사세 교수가 은퇴하고 나서 서로 친구사이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며 대담을 시작했다.

한국인의 눈에 비친 서양인



▲안톤 슐츠(이하 안톤) :

▲안톤 슐츠(이하 안톤) : ‘서양인의 눈에 비친 아시아’라는 주제의 테마는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처음 강연을 제의 받았을 때, 만약 내가 외국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를 초대했을지 안했을지 궁금했다. 강연의 내용이 피부색인지 아니면 나의 머릿속 생각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한국 사람에게 서양 사람이면 다 미국사람이고, 동남아에선 온 여성들이 대부분 주부이며, 동남아 남성들은 모두 노동자라는 식의 편견 등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하고 싶다. 우리는 이미 한국에 다문화 사회가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지금 이시간이 한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도 다문화 사회가 있고 여러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는 한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기존 유럽, 미국 등에서 잘못했던 점을 보고 배운다면 발생치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중요한 시간에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문화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외국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베르너 사세(이하 사세) :

△베르너 사세(이하 사세) : 나는 독일대학교에서 은퇴 후 아주 한국으로 왔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한국인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외국에 거주하는 것은 현재에 와서 흔한 일이다. 21세기인 지금 분명 우리는 한 지구에서 같이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안톤 :
얼마 전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나에게 “한국말 할 줄 알아?”라고 물은 후, “미국 어디서 오셨어요?” 라고 질문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독일에서 왔음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 부모님 아직 미국에 계시죠?”라면서 자주 미국 가느냐고 물었다. 그 택시기사에게 “솔직히 말하면 전 한 번도 미국 안 가봤어요”라고 말해주었다.
재밌는 상황 이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서양인의 얼굴을 보고 단순히 미국사람이라고 여긴다.

2년 전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다. 대통령 앞이라 조금 긴장되었지만 내 말을 다 이해했는지, 내용을 좋아했는지 궁금해 하며 발표를 끝마쳤다. 나의 기대와 달리 이대통령은 “이야~ 한국말 진짜 잘 한다.”라는 한마디만 내게 했다. 이 대통령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의 한국말 사용 자체를 신기해하고 정작 내용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세 교수님이 좀 전에 언급한 것처럼 21세기인 지금 한국 사람들도 외국에 많이 살고 있고 한국에서 사는 외국 사람도 많다. 그렇기에 한국인의 이러한 외국인에 대한 이미지와 생각은 굉장히 중요하고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세 : 지금의 백발이 성성한 내 얼굴을 보고 미국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미국사람이냐고 물어서 독일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오~ 독일 미국사람이시네.”라고 재밌는 말을 했다.
흰 머리 나는 사람은 미국사람도 있고 유럽 사람도 있다. 외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있는데 그것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톤 :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외국인이 미국인 유럽인 등등 다양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것들을 당연히 알지만 머릿속 깊은 무의식에선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다. 나는 외국인이라 여기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잠깐 방문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외국인은 한국사회의 일원이 아니라고 여기진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라도를 보더라도 시골지역에서 결혼하는 사람들 중 30~40%가 외국 사람하고 결혼한다. 대부분이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출신의 여성들이다. 30~40%의 수치는 작은 수치가가 아니다.
나는 1994년에 처음 한국에 와서 처음 서울에서 살았다. 당시엔 생각보다 외국인이 적었고, 지금의 서울을 보면 엄청난 변화가 많았다. 외국인을 위한 글로벌 센터도 만들고 외국인에 대한 잠재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중에 잠깐 방문하는 사람이 아닌 한국에 아주 사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다른 미국인과 마주쳤을 때 “어디서 오셨어요? 방학했어요?” 라는 대화는 오가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오랫동안 살고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사회의 한 부분이 된다. 그들이 사회의 한 부분이 되었을 때 이 사회의 미치는 변화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봐야한다.



△사세 : 유럽에는 한국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다. 유럽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중국분 이죠? 아, 일본사람이죠?”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한국도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인 외에는 외국 사람이 없는 듯 여긴다. 우리는 외국인을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고, 대하는 사고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만약에 식당에서 젓가락질 할 때는 많은 분들이 ”젓가락질 잘 하시네“ 또는 말할 때 조금이라도 한국말을 하면 “이야 한국말 잘 하시네” 라는 친절한 반응이 나온다.



사회참여와 통합에 필요한 ‘언어’와 ‘문화’

▲안톤 :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합을 원하면 그 핵심에는 ‘언어’가 있다. 만약 내가 한국말을 못한다면서 한국사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가 한국말로 이야기하니까 나도 한국말 배우고 써야한다. 사세 교수 말대로 어디 가서 안녕하세요만 말해도 “한국말 잘 하시네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가끔 화가 난다.
솔직히 말하면 사세 교수님과 나는 한국말을 잘 못한다. 다른 외국인들 보다는 잘하지만 한국인 보다는 잘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한국에서 10년을 살았지만 한국어가 아직 부족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합을 원하면 그 핵심에는 ‘언어’가 있다. 만약 내가 한국말을 못한다면서 한국사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가 한국말로 이야기하니까 나도 한국말 배우고 써야한다. 사세 교수 말대로 어디 가서 안녕하세요만 말해도 “한국말 잘 하시네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가끔 화가 난다. 솔직히 말하면 사세 교수님과 나는 한국말을 잘 못한다. 다른 외국인들 보다는 잘하지만 한국인 보다는 잘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한국에서 10년을 살았지만 한국어가 아직 부족하다.



△사세 : 외국에서 재혼하는 한국 사람들의 자녀들 중 한국말이 더러 부족한 아이들이 있다. 나는 서양인의 외모라 한국말을 잘 못해도 어느 정도만 하면 잘한다고 여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얼굴이 한국 얼굴이라 한국말을 못하면 화를 낸다. 이점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안톤 : 굉장히 중요한 언급이다. 사회 통합과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이것은 한국사람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문제이다. 외국인 중 한국에 10~20년 살면서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은 벽을 만들기 마련이다. 한국주재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의 한 역할을 맡고 싶다면 제일 먼저 한국말을 배우는 게 기본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도 아직 한국말을 못한다고 생각하고 계속 배우고 있다.

한국에 좀 더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나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어는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인이 오히려 그들에게 더 잘 배우라고 요구하면 사회통합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사세 : 한국남성과 동남아 여성사이의 자녀들의 언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여성들은 한국에서 살며 아이까지 낳았으며, 아이들은 아버지와 같은 한국 사람이지만 안타깝게도 현 실에서는 한국인이라기 보단 외국인이라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적인 관점으로 보아도 극복해야 될 일이다.

한․중․일이 각문화의 특색이 있지만 어느 면에서는 한문으로 통하는 하나의 문화권이다. 문제는 한문문화가 점점 없어져 한국인이 자기 문화와 역사도 모르게 될까 우려된다. 자기 문화도 모른 상태에서 어떻게 다른 문화에 익숙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어느 정도의 한자와 한문을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뿌리가 없어지고, 자신의 문화 역사를 버리게 되는 것과 진배없다.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서도 자기 역사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세계문화를 알기 위해서 우리 문화를 공부해야 된다.



▲안톤 : 지금 사세교수가 말한 대로 동남아사아에서 오는 여성들과 그들과 결혼하는 사람들은 솔직히 말해 대부분 낭만적인 관계가 아니다. 연령이 높은 노총각, 장애인 등이 대부분 이러한 결혼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의 자녀다. 이 아이들은 동남아시아 피부 색깔이나 코 등으로 외관상 구별이 가능하다. 우리는 앞으로 20~30년 후의 문제를 염두에 둬야한다. 한국 사람들 간 계급이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지금 유럽․미국 등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민족문제를 한국 또한 겪을 수 있다.

프랑스는 해마다 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며, 또 시내에서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도 터키인과 이태리 사람들의 통합이 잘 안되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번 이런 1급 2급 사회가 생기면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 한국에는 무척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다문화사회에 대해 지금 결정하는 것들이 앞으로 30~40년 후 이런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이 정말 다문화 사회인지 그 사람이 태국에서 왔는지 필리핀에서 왔는지는 상관없이 우리가 한 가족이라 생각하면, 지금 유럽․미국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이곳에선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계속 이런 다민족 하에, 깨끗한 한국문화만 있고 다른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를 그냥 타문화라고 생각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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