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값진 선물 피톤치드
자연이 주는 값진 선물 피톤치드
  • 이재의/전남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1.05.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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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효능 생활속에 파고들다
이재의 / 전남 나노바이오 연구센터 소장
과학적 관점에서 숲의 자연치유효과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야 시작됐다. 충남대 박범진 교수는 일본 유학시절 다음과 같은 연구를 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대기업 남자 직원 12명과,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 여성 중 백화점 매장에 근무하는 사람 12명 등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는 직종 종사자 24명을 숲으로 데려갔다.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15분간 숲속에서 한가롭게 거닐며 숲의 풍광을 구경시켰더니 코티졸 농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코티졸은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또한 긴장하면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는데 도심의 거리를 15분간 한가롭게 구경한 사람들과 비교해보니 숲을 산책한 사람들에게서 맥박, 혈압이 훨씬 낮아졌다. 숲에서는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NK세포 숫자도 크게 늘었다. 늘어난 NK세포 숫자의 지속 효과를 측정했더니 무려 1달간이나 이어졌다. 실험집단의 사람들을 2일간 숲에 머물게 했더니 몸에 이로운 항암단백질의 활성이 높아졌다.

축령산에서 피톤치드 향내를 즐기는 사람들


독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숲 자원을 현대인의 만성질환을 통합의학적 치유대상으로 삼았다. 첫째, 고혈압, 당뇨, 뇌질환 같은 심혈관질환, 둘째, 천식 등 호흡기질환, 셋째, 아토피 등 피부질환, 넷째, 우울증, 불안 등 정신과질환, 다섯째, 신경성 위장염 등 소화기질환, 여섯째, 암환자의 회복, 재활 등에 숲 치유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편백 숲에는 모기가 없다’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해 6월 장성 축령산 편백 숲 공기가 강원도 소나무숲 공기보다 피톤치드 농도가 53%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또한 천식을 일으키는 곰팡이 ‘알터나리아 알터나타’에 대해 항균효과가 있는 사비넨이 상당량 (0.4마이크로그램/㎥) 함유돼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피톤치드 농도 또한 소나무숲이 월평균 4.5~4.9마이크로그램인데 비해 편백숲은 6.7로 더 높게 나타났다. 잎사귀에 함유된 피톤치드 함량도 편백은 소나무에 비해 3.9배, 잣나무 보다 2.2 높았다.

여름철 축령산에는 보통 숲과 달리 모기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최근 전북대 이회선 교수의 연구가 그 이유를 밝혔다.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물질로 작은빨간집모기, 중국얼룩날개모기, 토고숲모기 등 3종의 모기 성충을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놀라운 모기 살충효과가 나타났다. 편백잎 추출물이 모기 성충을 100% 제거했다.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등 보통 시중에서 판내되는 화학물질로 합성해서 만든 모기약과도 비교해보았다. 합성모기약은 농도를 진하게 사용해도 모기가 잘 죽지 않는데 비해 편백잎 추출물은 동일한 농도를 사용했을 때 그 효과가 무려 12배나 컸다. 또한 비염, 기관지천식, 아토피피부염, 결막염, 두드러기 등의 원인으로 알려진 집먼지진드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사람의 피부에 기생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거나 심지어는 얼굴 표피를 움푹 움푹 파이게 하는 미세한 진드기의 일종인 ‘데마티피스’를 제거하는데도 편백잎 추출물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피톤치드의 이런 약효성분은 ‘히노키티올’이라는 편백 특유의 화학물질의 효능으로 밝혀졌다.

편백나무 숲과 잎의 신비한 효능은 나무가 해충이나 유해한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피톤치드’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러시아 토킹박사가 1930년 무렵 발견하였다. 1960년대에 왁스만은 ‘고등식물이 생산하여 미생물에 작용하는 물질’이라고 정의했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식물(phyto)’을 뜻하는 그리스어와 ‘다른 생물을 죽인다(-cide)’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상당수의 식물들은 피톤치드를 뿜어낸다.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상당수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세균에 대한 피톤치드의 살균효과는 매우 강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왜 식물은 이렇게 독성이 강한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낼까? 동물과 달리 식물은 자유롭게 자리를 옮길 수 없다. 때문에 잎을 갉아먹으려는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곤충이 싫어하는 물질을 방출하거나 미생물에 대해 항균성 물질로 대항하고, 다른 식물이 생장을 방해할 때도 피톤치드를 방출하여 자신의 생활권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다른 측면은 식물이 자신의 성장을 조절하기 위해 필요한 대사물질로서 피톤치드를 체내에서 생산해낸다는 견해도 있다. 이와 같은 ‘식물이 만드는 생리활성물질’인 피톤치드는 다양한 화학성분이 포함된 숲을 대표하는 ‘천연화합물’이다.
피톤치드 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것으로 알려진 편백나무 잎


피톤치드 천연소재 산업화 가능성 무궁무진

장성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나노바이오연구센터는 향토자원인 축령산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산업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편백나무을 이용한 제품들은 우리 주위에서도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든다면 히노키목욕탕, 어린이집 등 유아들을 위한 실내장식과 장난감, 학생용 가구류, 편백 톱밥베개 등 나무 자체를 직접 이용하는 것부터 편백 추출물을 활용하여 공기청정기, 아로마테라피용 편백오일, 비누, 치약 등 일상용품들이다. 앞으로 천연 살충제, 살비제와 피부진드기 제거 및 아토피용 기능성 화장품으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는 편백 톱밥에다 효소를 섞어 발효시킨 다음 모래찜질처럼 편백효소찜질방이 인기다. 그밖에도 병원에서 세균소독용으로 화학소독제보다는 천연 피톤치드소독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진다. 또한 축산사료첨가제로 천연항생제, 애완용 강아지의 털에 붙어있는 진드기 제거용 소독제 등 다양한 편백 응용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바이오센터에서는 최근 전라북도 니트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편백피톤치드를 섬유 원료물질에 함침시켜서 아토피 치료효과가 있는 ‘기능성 섬유’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런닝셔츠 팬티 내의 란제리 등 피부에 민감하게 접촉하는 속옷의 천을 피톤치드 섬유로 만들 수 있다면 부가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제품개발을 위해서는 나노기술이 필요하다. 강한 휘발성을 갖는 피톤치드 성분이 서서히 방출될 수 있도록 서방출 캡슐 제조기술과 더불어 제품별 농도와 효능을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 등이 대부분 나노기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노센터는 전남대병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 심혈관질환 수술용 스텐트를 개발하고 있는데 피톤치드가 심혈관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나노센터는 피톤치드를 이용하여 개발하기 쉬운 제품부터 단계적으로 실용화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에는 ‘편백기업협의회’를 구성하여 기업과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대 수의학과와 공동으로 축산사료 첨가용 천연항생제도 연구하여 기업에게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면 우리나라 최초로 향토자원인 편백나무를 활용하여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육성됨으로써 ‘편백피톤치드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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