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를 찾아서(2)
연대를 찾아서(2)
  • 이홍길/광주민주동지회회장
  • 승인 2011.04.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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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전남대 명예교수광주·전남 민주동지회회장
분단 한국의 역사는 복잡다단했다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괴기스럽다고 말하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해방정국의 좌우 갈등 속에 많은 지도자들이 암살당한 것도 그러하거니와 대통령이 자살하고 대통령 후보를 지낸 사람이 사법살인을 당하는 역사가 어찌 예사로운 역사라 하겠는가? 애시당초 건국초기에 첫 단추를 잘못 달았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큰 지도자들이 자살하고 사형당하는 저간의 사정들이 너무나 절통하고 애통스럽다.


이미 과거가 되버렸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죽산 조봉암 선생의 죽음이 하도나 서럽고 억울하여, 해원삼아 추도할 꺼리로 행적을 더듬다가 두 분의 연대 제안을 발견하였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었고 또 하나는 조봉암 선생의 「민주세력의 집결방안」의 제시였다. 나라를 위한 충정의 제안으로 백척간두 진일보(백척이나 되는 대나무 꼭대기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의 결단을 보였으나 세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반대파들의 냉대 속에 역사 속에 묻히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파격적 충정들이 그들의 명줄을 재촉했을지 모르겠다.

파행자와 비겁자에게는 의인들의 옳은 말, 좋은 말은 오히려 견디기 어려운 가시가 되는 것은 아닐까?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살펴보자. 2005년 7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전제로 야당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공식 제안하였다. 사실상 총리지명권, 조각권 등의 권력을 내각제 수준으로 한나라당에 이양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열린 우리당도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창당정신의 구현이라고 맞장구를 쳤으나 한나라당, 민주당, 민노당이 모두 반대하고 열린 우리당의 일부 소장의원들도 반대하였다. 노대통령에 의하면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부추겨 사람들로 하여금 지역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지게 만든다.

지역구도야 말로 국민을 분열시켜 나라의 미래를 막는 걸림돌이었다. 그에 의하면 나라가 국난을 당할 때 마다 지도층의 분열, 지도층과 국민의 분열이 국난을 가중시켜 심한 경우는 망국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얼른 보면 생뚱맞은 그의 대연정 주장은 구국의 결단이었다. 지역구도에서 오는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은 여러 가지 분열의 빌미를 생산하고 키워,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를 해치는 걸림돌이 됨으로 반드시 치우고 고쳐야 할 것이었다. 여야 합의에 의해서 대연정이 이루어지면 관용과 상생의 정치‧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시작되어 우리의 정치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하게 정권을 내놓는 것도 불사하게 되는데, 여기에 정치인들이 불신과 의심을 뛰어 넘는 발상의 대전환과 결단이 요구되기에 이른다.

 정치적 라이벌로 역사적 궤적마저 달리했던 야당에게 현재에도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야당에게 느닷없이 정권을 내주겠다는 제안은 일상적 판단으로 보면, 분명 생뚱맞은 주장이었다. 모든 야당들이 반대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렇지만 분명 지역구도는 망국적이었는데, 어느 정당도 정치인도 이를 타파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대통령의 제안은 현실성은 떨어져도 누군가는 제시해야 할 백척간두 진일보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큰 접근은 반세기 전에 죽산 조봉암 선생의 「민주적 당면과업」에서도 들어나나 야만의 정치현실은 그의 주장을 경청하기 보다는 그를 사지로 내몰았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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