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생물소재산업 글로벌 기지화 가능할까?
전남 생물소재산업 글로벌 기지화 가능할까?
  • 이재의/전남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 승인 2011.04.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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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생물소재 부가가치 원물의 10~100배 이상
인천은 왜 전남의 생물 신소재에 관심이 있나?
이재의 / 전남 나노바이오 연구센터 소장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야채나 생선을,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은 소 돼지 닭 따위를 앞으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 등을 의심케 한다.
스위스를 여행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루체른의 아름다운 풍광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알프스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호수의 투명한 물빛과 예쁜 화초들은 ‘친환경도시’라는 강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스위스의 다국적 식품기업 네슬레는 루체른의 ‘친환경’ 이미지를 배경 광고로 사용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네슬레는 광고 뿐 아니라 실제로도 환경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1991년부터 전사적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하여 폐기물과 CO₂를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우유 초콜릿 과자 생수 커피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평범한 식품을 판매하는 회사지만 친환경을 실천하는 네슬레의 이런 노력은 소비자들에게 ‘환경적으로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는 회사라는 호의적인 인상을 깊게 남겼다. 2004년 포춘지가 네슬레를 21세기 10대 성장 기업을 선정하면서 식품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네슬레를 꼽았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기능성 생물소재 부가가치 원물의 10~100배 이상

산업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전남의 살 길은 ‘친환경’이다. 친환경인증 재배면적은 58%로 2위인 경북의 11%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친환경 이미지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타 지역에 비해 비교경쟁력을 갖는 다양한 특산 생물자원도 풍부하다. 벼는 물론 감 갓 고구마 구기자 녹차 대나무 마늘 매실 무화과 창포 황칠 유자 등 적어도 25종 이상의 특산작물들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대부분 1차 생산물 형태, 즉 원물로 팔리고 있다. 원물을 그대로 팔 경우 부가가치는 기껏해야 5% 미만이다. 기능성 생물소재로 가공할 경우 부가가치가 10~100배까지 높아진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 날개 돋친듯 판매되고 있는 ‘쿠퍼스’의 경우다. 식의약청에서 ‘알콜성 간 보호’ 기능성식품으로 개별인정을 받았다.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에 그런 기능성이 숨겨져 있었는데 이걸 찾아내서 야쿠르트에 섞었기 때문이다.


최근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을 첨가한 야쿠르트 ‘쿠퍼스’의 성공은 생물원료 소재 글로벌 기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전남도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보통 야쿠르트였을 때 연간 매출 1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200억원으로 12배나 껑충 뛰었다. 덕분에 헛개나무를 재배하는 전남 장흥군의 농가들도 횡재를 했다. 20여 재배농가에서 헛개나무 그대로 팔 때는 기껏해야 1억원에 불과했는데 쿠퍼스의 성공으로 지난해 무려 98억 원이나 벌어들였다. 재배 농가당 평균 수입이 500만원에서 갑자기 5억원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재배면적을 160ha에서 210ha로 늘렸다. 쿠퍼스 성공사례에서 배울 점은 첫째, 천연소재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 둘째, 보통의 야쿠르트에 천연소재의 기능성을 첨가하자 제품의 가치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천연소재와 일반식품의 ‘융합’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냈다. 또 다른 사례다. 단오날 머리 감는데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창포’는 함평군 일부 농가에서 관상용으로만 키우고 있다. 창포 자체로는 마땅히 대량 소비처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나노바이오연구센터와 입주기업이 공동연구 결과 창포에 함유된 모발보호기능 물질을 순도 높게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대량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창포샴푸’ 등 창포의 기능성물질을 활용한 응용제품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창포샴푸 시제품에 대한 미용실 등 전문소비자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뜨겁다. 소위 대박 조짐이 보인다는 게 소재개발 회사 관계자의 반응이다. 이 회사는 머지않아 창포농가와 계약을 통해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창포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공장설비를 갖추는 등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별다른 관심을 끌지 않았던 천연물 소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생활주변을 감싸고 있는 환경이 각종 질병이나 오염으로 인해 너무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름 모를 수많은 화학 첨가물들이 식품을 위협하면서 암 발병율을 높이고 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대도 친환경 건강제품에 대한 시장규모를 키우고 있다. 예전과 달리 친환경 천연물 소재가 산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인천은 왜 전남의 생물 신소재에 관심이 있나?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지난해 인천 송도테크노파크는 전남 생물산업진흥재단에 의미 있는 제안을 해왔다. 전남지역에 풍부한 천연물 생물소재를 양쪽 지역 기업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본격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인천지역에 밀집된 화장품 제조기업들의 요구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방화장품 등 천연물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아니면 아예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화장품의 항염, 항산화, 항노화 효과 등 소위 기능성 화장품 소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양쪽 지역의 협력이 성사된다면 시너지효과는 기대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남의 특산 천연자원을 부가가치가 높은 기능성 생물소재로 개발하여 대량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구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수유가 관광객의 눈요깃감을 뛰어 넘어 고수익을 창출하는 생물소재로 변신할지도 모른다. 송도테크노파크의 제안은 전남 생물산업진흥재단과 이 지역 특산자원 재배농가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양 지역 관련 기업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인천지역 화장품 기업들은 마케팅 역량이 뛰어나다. 화장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천연물 소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천연물 기능성 화장품 소재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전남은 그동안 생물소재의 대량 소비처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전남은 지난 10년간 생물소재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두루 갖췄다. 생물산업진흥재단 산하에 천연물의 기능성을 규명하는 천연자원연구원을 비롯하여 식품산업, 생물의약, 나노바이오, 한방산업, 해양바이오, 생물방제 등 7개의 연구센터를 갖췄고, 지난 해에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의 헬스케어연구소까지 화순에 유치하여 국제인증까지 추진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친환경 생물소재산업의 글로벌기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전남의 준비는 거의 다 된 셈이다.

모든 소재산업이 비슷하지만 생물소재 역시 화장품이나 식품, 천연의약품 등 완제품으로 만들어서 판매할 기업이 필요다. 그런 완제품 기업들은 대부분 서울 등 대규모 소비자가 존재하는 수도권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전남의 소재기업과 인천의 완제품 기업 간 협력은 양측 모두 절실하다. 지역 간 전략산업을 기반으로 협력하는 모델이 이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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