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를 찾아서(1)
연대를 찾아서(1)
  • 이홍길/광주민주동지회회장
  • 승인 2011.04.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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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전남대 명예교수광주·전남 민주동지회회장
필자는 지난 4월3일 제주 4․3공원에서 열린 제 63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몇 분의 오월 어머니들과 함께 참석하였다. 식장에 내걸린 기치는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평화로운 미래”를 소망하는 마음들을 드높여 내보이고 있었다.

“화해와 상생으로 평화로운 미래”는 그야말로 크리스탈처럼 빛나는 모범답안이다. 화해가 있어야만이 상생할 수 있고 그래야만이 평화로운 미래가 가능하고 가능할 것이었는데, 우리들은 옛날에는 어림없었고 오늘에도 그렇지 못한 채 여전히 화해․상생을 읊조리고 있다.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장은 고유문에서 “해원을 염원하는 추모의 정”이 영령님들께 닿을 것을 기원하고 “화해와 상생의 세상”을 거듭 고유하고 있었다. 제주 민선 도지사도 “제주 4․3 해결이 제주 공동체가 소중하게 지켜온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중요한 선결과제”이며 “이념적 굴레에서 벗어나서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가 꽃피울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 그 아픈 역사를 곱씹기에는 아직 어린 제주여중생 고 나윤양은 그녀의 「꽃」이라는 시에서 “맞서 싸울 일도 없고 물 한 모금 구걸할 일”도 없는 온실속의 꽃들을 다행하게 생각하면서도 진흙 속에 진탕 속에 핀꽃이 좋더라고 한국 현대사속에 불가피하게 형성된 제주의 통한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있는데, 이미 살아버린 63년의 세월이 바래고 바래서 절규가 울음이 되고 울음이 시가 되버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4․19를 경험한 5․18을 체험한 광주 노구의 가슴이 그냥 서늘하기만 하였다.

제주 4․3 유족회장은 아버지는 토벌대 신분으로 형님은 무장대 신분으로 죽임을 당하였다. 투쟁과 갈등이 지나쳐 가해와 피해의 참살극이 제주의 도처에서 아비규환으로 벌어졌는데, 반세기도 훌쩍 넘는 시점에서 정부의 진상조사에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누적된 체념은, 진주를 머금는 조가비처럼 차라리 진흙탕 꽃송이를 선호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까?

냉전의 세계적 질서는 한반도를 분단하여 남북을 상잔의 땅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제주인들의 삶을 짓이겨놓고 말았다. 남과 북의 냉전 부역자들은 전비를 회개하고 새로 열리려고 하는 한반도의 밝은 제2의 여명에 백의종군하는 것도 감지덕지해야 할 일이거늘 민중의 굶주림은 아랑곳없이 핵폭탄 제작에 올인 하고 있고, 굶주린 이웃 동포를 많이 돕지 못해 송구해야 할 마당에, 먼 데 사람들이 이웃 내 동포들을 도울까 염려하여, 군량미 운운하면서 인면수심의 파렴치를 외교행위라고 펼치고 있으니, 한국동란의 동족상잔도 부족하여 또다시 남․북의 정부가 「나 살고 너 죽이기」투쟁 속으로 치달리려고 하는 것인가?

뭐라고 해도 자유당시대가 좋고 박정희시대가 좋았다고 외쳐대는 인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공존하고 있는 현실이고 이를 광정할 어떤 수단도 없는 마당에 상생을 모색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후손들도 살아가야 하는 삶이기에 회개하여 귀향하는 탕자를 맞는 부모의 심정으로 그들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지성이면 감천이고, 엄청난 전화를 경험한 우리들의 유전자는 동귀어진의 파멸에 이르는 데에 까지는 가지 않는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다보면, 민족․민주의 제2의 여명이 밝아 올 것이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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