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협정문 논란 심해
한-EU FTA 협정문 논란 심해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1.04.0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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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골목상권 붕괴 위기
유통법과 상생법마저 흔들

 

한-EU-FTA 정식서명 <사진출처: 외교통상부>

올 7월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EU FTA 협정문이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심하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보호받아야할 법으로부터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대기업의 교활한 시장잠식에 의해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마당에 한-EU FTA마저 체결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된다.

한-EU FTA 협정문에는 ‘서비스 양허표’의 도매, 소매, 프랜차이즈 유통업 항목에다 유통법과 상생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국회가 비준 동의하면, 국회 스스로 유통법과 상생법을 폐기시키는 꼴이 된다. 게다가 협정문 7조 9항에는 한국 유통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유럽 투자자까지도 보호해주도록 되어 있어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협정보다 더 나아간 것이며, 대기업의 대형 슈퍼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히 보호받게 된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유통법과 상생법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전통시장이나 전국 39개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500미터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하여 이 구역 내에는 대형마트와 직영점 SSM에 대해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여 등록을 받아준다는 것이 이 법의 중요내용이다. 문제는 영업품목·영업시간 제한 등과 같은 영업행위 조정에 대한 규제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데다 3년 동안만 적용되는 한시법이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3년 이후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과 같은 규정들이 폐지되어 대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들을 보호할 제도는 아예 사라진다.

여기에 법망을 교묘히 피해나가는 대기업들의 상술이 장난이 아니다. 차명으로 SSM을 개업하고 난 후 간판 바꿔달기와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하여 진출하는 편법개점, 기존 개인 슈퍼를 대상으로 점주의 경영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상품을 공급하는 '완전 가맹' 모델로의 출점, 편의점에서의 가격할인과 농수산물의 확대 취급 등을 통해 유통법과 상생법을 농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시장과 동네상권의 매출은 나날이 줄고 있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점포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 전통시장상인연합회 김영호 회장은 “현재 협정문대로라면 전통시장에 매우 치명적이므로 한-EU FTA 비준에 반대한다”며 “굳이 해야 된다면 유통법과 상생법을 강화해서 법적으로 전통시장이 보호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후에 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매곡동 이마트 입점 저지 시민대책위 장귀환 위원장은 “현재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SSM의 진출을 막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마당에 유럽의 유통자본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들어온다면 지역의 중·소 상공인들이 살 수 있는 길은 없다”며 “중·소상공인을 보호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EU FTA의 국회 비준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EU FTA는 EU나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에게는 이익이 되겠지만 서민들에게는 독이다. 정부는 한-EU FTA의 비준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명무실한 유통법과 상생법을 더 보강하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상시 보호하여야 한다. 서민경제가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 한-EU FTA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서민들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한-EU FTA의 비준은 가능한 늦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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