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숨가빠, 잠시 멈춰봐-'P_A_U_S_E : 멈_춤'
아! 숨가빠, 잠시 멈춰봐-'P_A_U_S_E : 멈_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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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주제 'PAUSE' : 성완경 예술감독 구상은…>

P_A_U_S_E : 멈_춤. 2002광주비엔날레의 전시주제다.

'움츠렸다 뛰는 개구리가 더 멀리 뛴다'. 지난 20세기를 우리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 숨가쁨을 '잠시' 제어해 숨고르기를 하고 나면 더 멀리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성완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PAUSE'가 내포하는 의미를 이렇게 풀어낸다. "그래서 잠시 멈추고 세상과 삶을 바라보자. 좀더 이해를 쉽게 하자면 비디오데크에 있는 일시정지 또는 일시멈춤의 부호 ∥를 연상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멈춤' '일시멈춤' '쉼' '가눔' 등 여러 의미가 함축된다.

다만 우리말로 그 의미를 정확히 담아낼 단어들을 찾지 못해 고민하다 '멈춤'으로 지난달 31일 최종 확정했다. 한편 우리말 표기와 아울러 중국어 표기도 병행하는데 '휴(休)' '지(止)' 등 중국어 단어찾기도 함께 하고 있다. 동양문화권의 한자어가 갖는 의미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멈춤은 '중지이면서 움직임의 준비'

주제가 가시화 된 후 주변에서 '주제가 흥미롭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미술분야 뿐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꼭 필요한 화두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물질과 육체적 차원에서 중지이면서 다른 차원에서의 '움직임'을 준비하는 개념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존재하는,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또 비엔날레라는 프레임 속에는 예술적 목적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가를 알아야 전시주제의 물화를 극복할 수 있다."

사람들이 오게 한다기보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현재 제시된 주제를 중심에 놓고 내용적 공유를 위한 참여 확대를 위한 논의는 계속할 생각이다.

우선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 예술의 일반적인 특이성과 광주라는 지역적 특이성을 어떻게 조화시켜 예술적 목표를 구현하느냐 이다.


사람 오기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겠다

'내용적 공유와 참여'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출판, 디자인, 인터넷, 전시프로젝트 등 4가지를 제시한다. 광주시민은 물론 광주비엔날레에 관심 갖는 모든 이들에게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연결고리는 출판물이라며 내년 대회가 열리기까지 출판 분야에 가장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월1회 비엔날레 뉴스레터를 발간함은 물론 전시준비 소식이 필요할 때마다 호외 형식의 뉴스레터 특별판도 제작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25일 뉴스레터 특별판 1호 'XTRA 01'을 냈다.

인터렉티브(interactive) 참여도 중시한다. 인터넷을 활용해 대화형 참여, 대화형 홍보프로그램도 띄워 시민이 참여하고, 제안하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

광주시 공공예술 프로젝트 참여도 제안한다. 급속도로 도시는 발전하고 있는데 2000년 8월 이후 사용되지 않고 있는 10.8㎞에 달하는 폐선 철도구간 부지는 현재 휴식 중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하지만 그 방향을 내년 대회에서 제시하는 전시도 구상해 보겠다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의 본류인 전시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이 궁금하다. 도입부(introsion) 전시를 우선 제안한다. 50∼100평 정도의 면적에 전시 작품 일부를 전시주제의 키워드와 결합시킨 해설 공간을 따로 만들어 미술을 잘 모르는 학생, 시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엔날레전시관은 모두 5곳. 이를 텅 비워두는 형태의 전시구상도 하고 있다. "큐레이터들과 논의할 것이다"는 단서를 달아 아직 구체적인 틀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시관을 작품으로 채우는 관례적인 전시 개념을 탈피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성감독이 애착을 갖는 또 하나의 구상은 전시관 리노베이션이다. 기존 전시관이 국제적인 전시를 수용하기에는 너무 평면적이고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는 문제가 재단 자체내에서 제기되면서 시작된 것인데 이미 광주시는 리노베이션 구상 자체를 사실상 백지화시켰다(본보 5월25일자 6면).

그러나 이 문제는 비엔날레 이사회 내부적으로도 행정자치부 교부금 지원 등으로 리노베이션 계획을 발전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직 논의의 여지를 두고 있다.

그가 실현하고자 하는 2002광주비엔날레 전시 목표는 △퍼블릭엔터테인먼트로서의 비엔날레 △예술과 비예술의 이분법을 극복하고 그 상호적 관계를 주목하는 전시 △지역사회 공동체 및 문화공공영역의 새로운 정의 탐색 △문화적 다원주의 속에서 속→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전략적 포인트를 가진 전시로 집약된다.

"광주비엔날레는 3번의 대회를 치렀다.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런 의미에서도 'pause'는 4회의 주제로 적절하지 않는가. 잠시 숨고르기 하면서 시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리노베이션도 더불어 필요하다." 그는 다시 'pause'에 함축된 의미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멈춤' 의미는?■

반성…휴식…재창조

2002광주비엔날레 전시주제 '멈춤: PAUSE : 止.
항간에는 '멈춤'이라는 단어 자체의 기능적 의미 그대로 중단, 단절을 연상해 모순된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완경 예술감독의 해석은 다르다. 그가 구상한 멈춤이란 시간의 정지, 동작의 정지, 또 휴식 후 재충전 등 다음 단계의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것까지 고려한 것이다.

역사와 자본주의, 글로벌리즘, 신자유주의와 기술공학, 소비사회의 리듬, 속도, 광기에 대한 문명론적이고 문화론적인 그리고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반성과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방향전환을 의미한다.

멈춤의 행위는 목적의식을 향한 일시적 중단일 뿐이다. 발전, 진보, 성취를 위한 행진에 대한 반성으로 휴식, 휴전, 브레이크타임일 수 있다. 또 멈춤 자체를 즐기는 의미로 삶 속에서의 휴식과 즐김, 놀이와 오락 등 순수놀이 개념을 달성하는 단서도 된다. 일상으로부터 일탈하여 숨돌림, 생태회복, 놀이의 즐거움 속에서 재창조 가능성을 모색할 수도 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피로와 불안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이때 휴식을 위한 멈춤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물리적 정지' '비어있음'이다. 현실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보다 포괄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성감독은 이달 중순께 공동큐레이터와의 공동 논의를 거쳐 주제에 대한 부제를 첨가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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