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중심도시 제대로 되고 있는가
문화중심도시 제대로 되고 있는가
  • 정인서 조선대 경영학부 초빙교수
  • 승인 2011.02.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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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한 문화정책 자문단 구성
정치적 이해관계로 문화기식자 양성 우려

 

문화는 넓게 바라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형태 모두가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쉽게 모든 분야에 ‘~문화’라는 이름만 붙이면 그럴싸하게 포장되곤 한다. 과연 그러할까에는 당연히 의구심이 든다.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한다. 이미 그렇게 이름을 내걸었고 그 대표적인 구축물로 아시아문화전당을 짓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 정부, 광주시, 5·18단체 등의 이해가 엇갈려 허송세월하고 있다.
정부는 광주에 문화중심도시라는 간판을 붙여주면서 아시아문화전당을 빌미로 더 해줄 것이 없다며 다른 예산은 무관심이다.
지난 15일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은 “도청 별관 문제로 2년 넘게 시간을 버리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가 놀고먹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광주의 발전을 위한 대안들을 광주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산에선 ‘놀고 먹는 휴양소’라는 비판

지난 14일자 부산일보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 대해 30개월 동안 75명의 인력이 놀고 먹는 휴양소라는 비판을 하기에 이르렀다. 부산일보의 기사를 일부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은 지난 2005년 12월 광주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사업비 7천984억 원은 모두 '국고'이며 지난해 완공될 예정이었다.
워낙 거액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인 탓에 문화부는 별도의 추진단을 만들어 75명을 배치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추진단이 지난 30개월 가량 일손을 놓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됐다.
초기에는 지하건설안 반대에, 2008년 6월 이후엔 옛 도청별관 보존주장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문을 열려던 계획은 2014년으로 무려 4년이나 연기됐다.
건축이 진행되지 못해 할 일이 없어지자 추진단 일각에선 ‘휴양소’라는 소리도 들렸다. 본 공사 이후 지난해 말까지 2년 6개월 동안 인건비가 줄줄 샜다.
현재 6급 공무원(20호봉) 연봉이 5천45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해 40억원, 지체기간 중 약 1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추진단 운영경비 29억 6천만원을 기준으로 지연기간 동안 약 85억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공사가 지체되면서 불용예산만 무려 2천5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노골적인 모르쇠 일관

지난 15일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광주는 아시아문화전당에 발목이 잡혀 다른 문화예산을 수립하는 데 항상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문화중심도시가 갑작스런 선거공약이긴 했지만 그것을 임기 중에 실현했다면 예산도 절반 정도를 마련하고 임기를 마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중심도시 사업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 현 강운태 광주시장이 당시 민주당 광주시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대전은 행정수도, 부산은 해양수도, 광주는 문화수도라는 지역균형발전 대안을 제시하면서 급부상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임기 중 2023년까지 국비 2조8천억원을 포함한 총 5조3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문화중심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찔끔 예산만 있었고 아시아문화전당마저 발목 잡혀 지지부진한 셈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들어 노골적인 호남권 홀대로 아시아문화전당 문제에 대해 ‘광주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는 식으로 팔짱만 낀 채 지켜보고 있다. 이렇듯 모든 화살은 광주에 떨어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_설계 조감도

강운태 시장 ‘문화로 밥 먹자’

 

다만 분명한 것은 광주시가 바라는 문화중심도시의 지향점에서 ‘문화’의 정의를 내리고 여기에 맞는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그것이 부족했다. 다행히 민선5기 강운태 시장이 들어서면서 문화의 개념을 창조라는 가치로 확인했고 그 역할을 시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하겠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내세웠다.
이는 관이 나서거나 전문적인 예술가의 영역에서만 문화가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 누구든 창조적인 마인드로 우리의 삶의 영역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면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하나는 강 시장은 문화로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화산업의 시대를 넘어 문화경제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시민 누구든 광주의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그 영역을 넓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 여기에 맹점은 없는 것인가? 있다. 그것은 이 일을 누가 중간매개자로서 할 것인가이다.

구태의연한 문화정책 자문단 구성

광주시는 최근 문화정책자문단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광주시는 창조도시를 지향한다면서 각종 자문위원들을 구성하는 데 있어 ‘그 나물에 그 밥’들만 모아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60여명에 이르는 구성원은 대학교수, 연구원, 지방자치단체, 의원, 경제단체, 문화단체, 언론인 등으로 각계각층을 망라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하다. 흔히 하는 말로 이 구성원들의 면면은 “안 봐도 비디오다”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구색 맞추기 식으로 영역을 나누어 자리를 배치할 것이 뻔하다.
과연 그렇게 짜인 인물들이 회의 때 참석률이 얼마나 높을 것이며, 또한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개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데 힘쓰겠는가? 이 또한 형식적인 자문위원에 그치고 말 일이다.
행정공무원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어떤 사업의 타당성을 연구용역 결과에 맡기던가, 아니면 위원회의 회의 결과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타성에 젖은 관료행태에 다름 아니다.
이제 광주에는 광주문화재단이 만들어졌다.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무원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시민을 중심으로 문화정책을 펼치는 마인드를 문화재단에서 찾아내야 한다.
기존의 위인설관(爲人設官) 위원회를 구성하기보다는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아이디어가 충만한 우리 지역의 많은 인재들과 연계망을 구축하여 기발한 발상들을 찾아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문화기식자 양성 우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장석원 전남대 교수는 아트인컬쳐 2월호에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문화 정책과 그 허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광주는 문화 예술로 밥 먹고 사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문화 예술은 밥 먹는 문제와 별개의 영역이다”면서 “억지로 산업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게 되면 그때부터 왜곡되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는 이어 광주비엔날레, 문화중심도시, 문화재단 등이 왜곡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전문가들이 이 영역에서 더 활동적으로 권력화를 지향해 가고 있으며, 외부의 문화기식자들이 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중심도시, 아시아문화전당, 창조도시 모두 광주가 바라는 지향점의 하나일 수 있다. 광주를 사랑하고 광주를 열정적으로 키워내려는 젊은 피들이 주위엔 많이 있다.
내놓고 말 못하는 위원회나 문화기식자들보다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을 모아놓고 끝장토론이라도 벌여볼 일이다. ‘말’을 제대로 하는 문화광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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