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역사, 시민의 힘으로 청산한다.
굴욕의 역사, 시민의 힘으로 청산한다.
  • 윤영덕 전남대5.18연구소연구교수
  • 승인 2011.02.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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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굴욕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도 못한 채 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했었다. 그리고 또 한해가 흘렀다. 열 세 살 어린 나이에 일본 군국주의의 전쟁물자 생산에 동원되었던 ‘식민지 소녀’는 급여 한 푼, 사죄 한마디 받아보지 못하고 어느덧 여든 살이 되었다. 지난 60여 년 동안 국가는 아무런 관심도 가져주지 않았고, 국민들의 기억 어디에도 그녀들의 역사는 없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스럽게도 2009년부터 굴욕의 역사를 청산하겠다고 나선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결성되었다. 변변한 사무실 하나 두고 있지 못한 ‘시민모임’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지하며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의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진행된 208일 간의 1인 시위와 1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운동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협의의 장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시민이 끌어낸 근로정신대 협상

지난 해 11월부터 일본 도쿄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모임’은 1월 22일 후원의 밤 행사를 갖고, 협상의 종국적 승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또 한 번의 역사적인 ‘대장정’을 선언하고 나섰다. ‘99엔 문제 해결과 근로정신대 협상기금 마련을 위한 10만 희망 릴레이’가 그것이다. 이날 발표된 ‘10만 희망 릴레이’ 선언문은 단순한 유인물이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를 일구어 가고자 하는 시민들의 비장한 자기 결의문이다. 여기에 그 선언문을 요약해 본다.
혹자는 ‘지나간 과거’라고 한다. 혹자는 ‘언제까지 매달릴 것이냐’고 한다. 한번 묻자. 그러면, 곁에 있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딴 세상에서 온 사람인가? 일제에 열 세 살 청춘의 푸른 꿈이 짓밟힌 것도 부족해, 해방된 내 땅, 해방된 내 조국의 하늘 아래에서까지 아직 얼굴을 묻고 있다. 저 기막힌 현실을 두고 감히 ‘과거’라고 하는 자, 누구인가? 저 할머니들의 손을 제쳐놓고, 대체 달리자고 하는 그곳은 과연 어디인가?
그래서다. 세치 혀로, 어설픈 궤변으로 ‘역사’니, ‘국익’이니 들먹이는 일일랑 아예 거둬라. 저, 할머니들의 눈물하나 거두지 못하는 ‘정치’가 무슨 ‘정치’며, 저 할머니의 아픔 하나 보듬지 못하는 ‘인권’은 무슨 ‘인권’이며, 죄 짓는 자에게 사죄 한마디 묻지 못한 채 도리어 용기를 안겨주고 있는 ‘평화’가 무슨 ‘평화’라는 말이냐!
모든 일은 때가 있다. 다 죽고 난 뒤, 사죄와 배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피해자들은 이미 한계 연령에 와 있다. 역사의 부름 앞에 우리들이 ‘화답’할 시간 역시, 많지 않다. 99엔(1,300원), 인생의 황혼녘에 이른 여든이 넘는 할머니들에게, 아이들 아이스크림 값을 지급하는 것이 오늘 일본정부다. 99엔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다. 잘라 말하건 데, 이 치욕을 거두지 않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역사는 다시 쓰일 것이다. 결코 국가가 아니었다. 해방 65년 만에, 미쓰비시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낸 것도 시민들의 결집된 힘이었고, 출구를 찾고 있는 미쓰비시로부터 끝내 사죄문(謝罪文)을 받아 쥐는 것 역시, 시민들의 결집된 힘에 있다 하겠다. 팔부 능선을 넘어, 승리의 종착역은 목전에 와 있다. 굴욕의 역사, 이제 ‘10만’의 ‘신 독립군’에 의해 다시 쓰일 것이다. 우리에겐 아직 빈주먹 뿐, 그러나 1월 22일은 이미 역사다!


1,000원으로 희망을 만든다

올해 5월까지 진행할 ‘10만 희망 릴레이’는 1,000원씩 후원하는 10만 명의 힘을 결집하는 운동이다. 정부도 국가도 하지 않고 있는 일을 시민들의 힘으로 해내겠다는 역사의 참된 주인의식을 가진 시민들이라며 누구나 시민모임 홈페이지(http://cafe.daum.net/1945-815)나 문의전화(062-365-0815)를 통해 동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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