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생매장은 학살이다
가축 생매장은 학살이다
  • 정의행시민기자
  • 승인 2011.01.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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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돼지·닭·오리가 언제 사람에 해코지한 적 있나
병 걸릴 우려 있다고 생매장하는 건 학살행위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가 정부당국의 늑장대처로 온 나라에 퍼져버린 어느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시골에 내려가다가 할머니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 놈을 생매장하니 이것이 재앙이제, 뭐가 재앙이다요?”
“죄로 갈 짓이제, 아먼.”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버스 기사가 한 술 더 떠서 말했다.
“이러다가 소 돼지고 닭 오리고 모조리 수입해야 할 판이랑께요.”
할머니들이 더욱 분기탱천하여 말씀하셨다.
“벼락 맞을 놈들! 우리 한우나 돼지는 다 죽으라고? 제때에 예방 못하고 이제 와서 약도 아깝다고 생매장을 혀?”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생매장을 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제.”
“아, 어떤 놈들은 병도 아직 안걸렸는디 예방한다고 죽여분당께.”
시골 할머니들은 바로 이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축 ‘살처분’을 규탄하고 계시는 것이었다. 그분들에게 가축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생명이다. 생명이 병들었거나 병들 우려가 있다고 폐기물 다루듯 살처분하고 심지어 생매장하다니, 그것은 생명에 대한 잔인무도한 학살이다.
실제로 구제역 발병지역에서 키우던 소를 살처분한 농민은 “내 생명과도 같은 소를 살처분하니 정말 마음 아프다.”고 고백했다. 어떤 농민은 소를 살처분하고 나서 몇날며칠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웠다. 살처분을 담당한 어떤 공무원은 소에게 독약을 주사하며 “제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네요” 하고 울었다고 한다.
살 처분에 참여한 어떤 이들은 현장에서 사망하기도 하고 유산을 하기도 했다. 살 처분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수의사들이 사직이나 휴직을 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학살을 겪은 많은 광주사람들처럼, 가축 살처분을 겪은 이들이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끔찍한 일이다.
1월 12일 현재 소와 돼지는 141만 마리나 살처분되었고, 구제역이 전라도까지 확산되면 300만 마리를 넘게 될 거라고 한다. 특히 돼지는 백신접종 대상도 아니라고 방치하다가 살처분 대상으로 찍히면 모두 생매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닭과 오리는 광주전남만 해도 살 처분할 대상이 325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심지어 구제역이 걸리기 전에 빨리 처분하려고 너도나도 도축장에 넘기는 바람에 ‘도축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쌩쌩한 가축마저 대량으로 죽임을 당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4대강사업과 같이 실로 동물에 대한 대량학살이다.
소나 돼지, 오리가 언제 사람들을 죽이거나 해코지한 적이 있던가? 죄 없는 가축들은 그저 사람들의 입맛을 즐기고 배를 불리는 데 이용만 당해왔을 뿐이 아니던가. 그런데 질병이 돈다고 산 채로 구덩이에 몰아다가 파묻어 버린다. 죽기 싫다고 눈물 흘리고 소리 지르는 가축들을 보며 농민들도 눈물을 흘리지만, 포클레인은 무자비하게 뭇 생명을 생매장해 버린다. 뭇 생명의 보금자리인 4대강의 둔치와 습지를 포클레인으로 마구 파헤치고 없애버렸듯이……

제때 예방 못하고 4대강 밀어 붙이 듯 살처분만
대량축산과 육식문화에 대한 깊은 반성 필요한 때 

 
지금도 정부는 ‘최선책은 살처분’이라고 강변한다. 과연 그럴까?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가? 공장식 대량축산 때문이 아닌가? 광우병이 발생한 것도 바로 이 공장식 대량축산 때문이라고 떠들썩했다. 몸무게를 늘이기 위해 운동을 못하도록 빽빽한 우리 안에 가축을 가둬놓고 학대하며, 잡아 죽일 날까지 사료만 먹여대는 공장식 대량축산은 환경오염뿐 아니라 온갖 질병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네티즌을 울린 ‘구제역 살 처분 축산농가 아들’의 애절한 아고라 글은 가축 살처분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한다. 공무원이 살처분을 위해 농장 한가운데를 파서 매립하겠다고 했지만, 지하수 오염과 121마리를 매장한 곳에서 편히 살 수 없다는 어머니의 눈물바람에 하루 연기했다. 결국 공무원과 함께 눈물 흘리며 모든 소를 살처분하고 나서 그는 다음 글을 끝으로 여운을 남겼다.
“과연 소비자인 저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웃으면서 쇠고기나 삼겹살에 소주를 마실 수 있을까요…….”
구제역 살 처분 파동 이후 동물평화운동과 채식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유럽의 보기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나라도 대량축산과 육식문화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할 때다.
불교에서는 첫 번째 계율로 살생을 금하고, 자비의 종자를 끊는 육식을 삼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뭇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라는 뜻이다. 불가의 ‘연지대사 방생문’에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생명이고, 천하에서 가장 잔인하고 처참한 것은 살생이다”고 하면서, 살생과 육식을 즐기면 끔찍한 업보를 받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육류 소비량이 날로 늘어가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초래한 끔찍한 살 처분 생매장에 따른 환경오염과 식품공포와 1조3천억의 비용지출까지 전 국민이 당장 끔찍한 과보를 받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이러한 악순환을 막으려면, 동물보호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에도 위반되는 생매장을 중지해야 하고, 돼지를 포함해 전국의 모든 가축에게 백신접종을 꼼꼼히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이후 해마다 계속되는 ‘살처분’이라는 이름의 동물학살에 책임을 지고, 국민의 비판과 친환경적 대안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동물을 생명이 아니라 상품으로 대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바꾸어, 가축을 생명으로 보고 가족처럼 기르는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질병감염과 환경오염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모든 사람이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생활화하는 것이 인류의 건강은 물론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도 좋다. 육식문화로 인한 대량축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모든 교통수단의 배기가스보다 많은 양이라고 하니 말이다(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
유엔 기후변화위원회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은 세계인들에게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육식을 줄이세요. 고기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합니다.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광주 남구 칠석동 입구 포충사에서 방역 현장모습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가? 공장식 대량축산 때문이다 몸무게를 늘이기 위해 운동을 못하도록 빽빽한 우리 안에 가축을 가둬놓고 학대하며, 잡아 죽일 날까지 사료만 먹여대는 공장식 대량축산은 환경오염뿐 아니라 온갖 질병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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