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내 다방 DJ 휘호 떼어낸 사연
광주시내 다방 DJ 휘호 떼어낸 사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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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대로는 안된다"

광주시내 중심가의 한 다방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휘호가 담긴 액자가 최근 사라졌다. 김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토로하던 단골손님들이 '이젠 DJ의 글씨도 보기 싫다'며 강력히 항의했기 때문이다

이 다방을 찾는 고객은 주로 60∼70대 노인층인데 과거 교직에 몸담었거나 자수성가형 사업가들이 대부분이어서 나름대로는 세상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자신들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DJ에 대한 이 지역 정서 이반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확인해 준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다방 주인 박모씨(45)는 "두달전부터인가 손님들이 대통령의 액자를 계속 걸어놓으면 앞으로 오지 않겠다고 하길래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지난주부터 정말 안오시길래 그냥 한번 해본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떼어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결과 김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20%로 떨어진 것이 광주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반증일까. .

"기무다이조가 몬다이다"

"기무다이조가 몬다이다"(김대중이 문제다)

일제때 목포에서 중학교를 나와 지금도 친구들끼리는 일본말을 자유롭게 할 정도인 박모씨(75·광주시 봉선동)의 요즘 화두다.

박씨를 비롯 모두 5명의 친구들이 교직에 몸담았고 그중 4명은 교장까지 역임한 지식인층인 이들은 요즘에도 이틀에 한번꼴로 산행을 하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치이야기만 나오면 한결같이 DJ가 잘못하고 있다는 비난이라는 것.

DJ가 지금까지 정치, 경제, 사회문제 등 국정전반에서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하는둥 마는둥 하는가하면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결국 민주주의고 뭐고 박정희나 전두환정권때가 낫지 않느냐는 식의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른다는 게 박씨의 토로다.

이 때문에 박씨는 "요즘 민심대로라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김대통령의 임기나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김대통령이 정치중립을 선언하거나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정에만 전념하는 것이 그나마 해결방법중의 하나가 될랑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러면 한나라당이 대통령 잘되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를 생각하면 그것도 답이 아닌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지역현안 정치적 소방수가 없다

지역현안에 대한 정치적 소방수가 있나.

민주당 정동채 시지부장은 지난 2월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요한 광주에 돌을 던졌지만 파장이 미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청이전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작 광주출신 지역구 의원들끼리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시지부장으로서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았던 것.

정지부장은 무엇보다 광주발전의 비전이 없다고 광주시와 고재유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지만 과연 지역비전이 시장만의 책임인가라는 지적과 함께 스스로 어떤 대안을 내놓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지부장에 앞서 시지부장을 역임했던 박광태의원은 고재유 시장과 함께 광산업, 디자인산업 등 지역경제 챙기기에 전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도청문제와 자신의 지역구이며 지역사회의 최대 노동현안인 동광주병원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비난을 받다 뒤늦게 나섰지만 역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경천의원은 초선이라고 하지만 지역구 최대현안인 도청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최근에는 전교조와 시 교육청간의 갈등이 빚어진 상황에서 국회 교육위원으로서 나몰라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앙당 당직을 맡은 강운태의원이나 초선이라는 이유인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전갑길의원 역시 지역현안과 민심잡기를 위한 행보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에서 광주출신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돌을 던지겠다는 것인가..

광주 국회의원들 함께 돌 던지나

민주당 중앙당이 정풍파동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광주지역 출신 국회의원 6명이 합동으로 1일 시지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광주발전을 위한 지역사업보고회를 갖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김경천(동구)·정동채(서구)·강운태(남구)·박광태(북갑)·김태홍(북을)·전갑길(광산)의원이 참석, 어려운 광주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21세기형 광주발전의 패러다임과 비전 제시 및 중장기적 지역경제발전의 새로운 방향을 시민들에게 상세히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광주출신 지역구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합을 과시하며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앞서 국회의원들이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광주시와 어떤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과연 대책을 내놓더라도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가 지역사업보고회라는 명칭에서도 드러나듯이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나왔던 이야기를 종합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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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심 제대로 읽어라

지역현안과 비전에 대해 정치인들이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임기응변식 땜질처방이라거나 명분쌓기식 또는 책임떠넘기기식이라면 결코 지역민심을 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불신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그동안 정치사의 명백한 교훈이다.

이같은 지적은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당 쇄신과 국정난맥을 극복하고 민심을 잡아야 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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