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순 자사고 ‘헌재 간다’
성적순 자사고 ‘헌재 간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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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진입장벽 놔두고 상위 30% 제한규정만 ‘손질’
특권·특혜 꼬리표 여전…교육단체 등 헌법소원 추진

법원이 자율형 사립고의 ‘성적순’ 신입생모집 방식에 ‘조건부 위헌’ 딱지를 붙였다. 지원 자격 제한선인 ‘내신 성적 상위 30% 이내’ 규정이 헌법상 교육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자기주도형 학습능력을 가진 학생선발을 위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자사고의 입장에도 손을 들어줬다. 진입장벽 자체는 그대로 두고 자격제한 비율만 문제 삼은 모순된 결정이다. 한마디로 ‘소 잡을 칼로 닭 잡은 격’이 됐다.

▲ 정희곤 광주시의회 교육위원장과 이상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25일 광주시의회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판결 후속대책으로 전국 자사고 모집요강에 대한 ‘헌재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추진의사를 밝혔다.
광주시의회 일부 교육의원과 학부모들은 법원판결을 환영하면서도 ‘헌법재판소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등 추가소송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 자사고의 모집요강이 들쭉날쭉하고 학생선발 기준이 될 수 없는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해 위법을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지법 민사10부(재판장 선재성)는 지난 25일 광주 북구 K중 3학년 김모 군(15)의 부모가 최근 보문고 재단인 학교법인 보문학숙을 상대로 낸 ‘신입생모집 효력가처분 신청’의 일부를 수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자사고가 내년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30% 이내’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것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학생선발을 위해 ‘상위 30%만의 리그전’을 치르게 한 것도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등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교과지식 측정을 목적으로 한 입학전형에 해당된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서울은 내신 성적 50%를 지원 자격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광주는 30%로 제한하고 있어 기준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며 “성적 30~50%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전체적으로 성적 30%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 뒤떨어진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자사고가 설립취지에 맞게 학생선발권을 갖도록 일정한 자격제한을 취하는데 동의해 분쟁의 소지를 남겼다.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이 균형을 이루는 성적 50%제한에서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이에 따라 자사고의 문턱은 다소 낮아질 전망이지만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특권·특혜’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희곤 광주시의회 교육위원장과 이상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이날 광주시의회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판결 후속대책으로 전국 자사고 모집요강에 대한 ‘헌재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추진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오늘의 판결은 자사고가 특별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선발하는 특권을 통해 ‘특혜 받은’ 학교로 운영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만약 자사고가 지금처럼 운영되면 사교육과 교육양극화가 더욱 심화돼 사회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 “전국적으로 자사고가 모집요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결코 선발기준이 될 수 없는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고 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전국교육의원 협의회를 통해 전국 자사고 모집요강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광주지역 자사고들이 올해의 경우 법원이 정한 상위 50% 성적으로 학생들을 추가모집하고 내년부터 모집요강을 바꿔야 한다”며 “오늘로 마감되는 자사고의 입학원서 제출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법원판결의 효력을 두고서도 시각이 엇갈렸다.

재판부가 ‘신입생모집 제도 전반’이 아닌 ‘가처분 신청인’과 ‘보문학숙’으로 국한했지만 신청 대리인 이상갑 변호사는 “실제적으로는 상위 30% 규정을 둔 자사고 모두에 적용 된다”고 해석했다.

‘상위 30%’ 제한규정에 막혔던 석차백분율 31~50% 학생들도 별도의 가처분 신청이나 추가소송을 통해 지원 자격을 얻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상위 30% 이내’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경기와 인천, 대구 등 12개 시·도 자사고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광주지법 민사10부는 K중 3학년 김군의 부모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자사고인 보문고에 원서를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김군의 중학교 성적이 상위 42.8% 해당돼 지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서울의 기준인 석차백분율 50% 이내를 적용해 ‘유효한 지원자’로 결정을 내린 것.

앞서 김군의 부모는 법원에 보문학숙의 내년도 신입생 전형요강 가운데 일반전형의 지원 자격 부분의 효력을 정지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신입생 일반전형 추첨과 합격자 발표를 해서는 안된다며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이들은 “자율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제3조)상 필기고사나 교과지식 측정을 목적으로 한 입학 전형을 실시할 수 없도록 했다”며 “보문고가 일반전형에서 석차백분율 상위 30% 이내인 자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것은 이 같은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문고를 비롯한 송원고, 숭덕고 등 광주지역 자율고 3곳 모두는 내년도 신입생입학 전형에서 석차 백분율 상위 30% 이내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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