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주민 대형마트 막았다
북구주민 대형마트 막았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19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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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인 지핀 반대 불씨 지역사회가 풀무질
구청, 건축허가 신청서 반려·재신청 요건 강화

광주북구청이 지난 18일 매곡동 대형마트 건축허가 신청서를 건축주에게 되돌려 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북구 영세 상인들이 제기한 영업피해와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 민원을 전격  받아들인 결과다.

그 과정에서 건축허가 재신청요건도 대폭 강화했다. 건축주가 북구 영세상인과 인근 학교를 직접 설득해 합의서를 제출하도록 빗장을 치고 진입장벽을 높인 것이다.

▲ 18일 오전 북구청 앞. 대형마트 입점반대를 요구하는 지역상인·학부모·시민사회단체·제 정당 관계자들이 몰려들면서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홍의 북구부구청장은 이날 오후 북구 대형마트입점저지대책위원회(이하 북구대책위)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형마트 건축으로 학습권 침해와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우려돼 건축허가 신청서를 반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구 상인들은 모처럼 날아든 낭보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당초 북구청이 ‘조건부 허가’를 공언한 상태여서 그 기쁨은 더했다.

앞서 북구청은 지난 15일 ‘민관정책협의회’를 열어 ‘일단 건축허가를 내준 뒤 착공 전 조건을 내걸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구 대책위가 강력 반대에 나섰지만 북구청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18일 오전 북구청 앞.
대형마트 입점반대를 요구하는 지역상인·학부모·시민사회단체·제 정당 관계자들이 몰려들면서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구대책위는 이날 오전 송광운 청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데 이어 대형마트 입점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건축불허 처분을 요구했다. 북구상인 3명은 이 자리에서 “차라리 나를 죽이고 가라”며 항의 삭발의식을 치렀다. 

고려중·고 학부모와 교직원 60여명도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막아서는 공무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구청 공무원들은 학부모들이 청사 안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한동안 대치국면을 연출해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북구의회에 이어 구청장과 잇단 면담을 갖고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송 청장은 ‘논의해보겠다’는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하는데 그쳤다.

오후에는 북구대책위와 공무원들이 ‘구청장 면담’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북구청이 ‘입장표명’ 약속을 지키지 않자 북구대책위가 실력행사에 나서면서다. 결국 북구청은 간부회의를 열어 ‘건축허가 신청서 반려’라는 결정을 내렸다.

▲ 북구청은 18일 구 입장 발표를 통해 “교통체증과 소음 등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가 예상된다는 대책위와 학교 측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구청이 ‘건축허가’ 입장에서 ‘신청서 반려’로 입장을 급선회한 배경은 뭘까?

무엇보다 정치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재균 의원과 강운태 광주시장의 압박에 이어 손학규 민주당 대표까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다음으로는 대형마트 싸움의 기세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서다. 애초 북구상인들이 지핀 불씨가 지역시민사회단체와 제 정당, 급기야 인근 학교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까지 참여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인 셈.

특히 교육문제가 무엇보다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인근 학교의 적극적인 문제제기는 불붙은 섶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

북구청은 이날 ‘우리 구 입장’을 통해 “법원이 대형할인점 건축은 제한 법 규정이 없는 한 허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과 주민의 권익을 준수해야 하는 현실사이에서 고뇌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북구청은 이어 “주변 영세상인의 피해와 공사 진행 시 소음·분진·지하 암반층 굴착에 따른 인근 학교의 피해가 예상 된다”며 “특히 교통체증과 소음 등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가 예상된다는 대책위와 학교 측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구대책위는 이날 즉각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북구대책위는 “북구청이 매곡동 대형마트 건축허가 건을 반려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 한다”며 “이번 승리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상생하는 지역사회를 위해 큰 관심과 참여를 보내준 광주시민 모두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북구청의 건축허가 신청서 반려조치가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샹제리제 코리아(주)는 지난 2월 북구청이 건축허가를 받아들이지 않자 ‘건축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건축주가 북구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할 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조치를 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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