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외고지정 ‘총체부실’ 판정
광주 외고지정 ‘총체부실’ 판정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15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기 말 속도전 무리수·절차 정당성 훼손·부실심의 ‘뭇매’
교과위 국감, 시교육청 자진철회 요구…안 교육감, 버티기

광주시교육청의 외국어고등학교 지정이 ‘총체적 부실’ 판정을 받았다.

시기적으로 임기 말 ‘무리수’를 둔데다 ‘속도전’까지 벌여 ‘과속딱지’를 받았고 절차에 있어서는 광주시의회 공청회 요구 묵살과 지정·심의위원회 일방구성으로 정당성에 큰 흠집을 남겨서다. 게다가 내용적으로도 재정건전성 ‘부실심의’와 ‘비리사학 특혜’ 등의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해 결국 뭇매를 맞았다.

지난 15일 오전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광주시교육청 국정감사 현장. 홍복학원 산하 대광여고의 외고지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너나없이 외고지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안순일 교육감을 몰아세웠다.

▲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광주·대전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위해 지난 14일 오후 정부광주지방합동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김향득 객원기자>
하지만 안 교육감은 일부 ‘졸속심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적하자가 없는 만큼 교육과학부기술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버텼다.

첫 번째 포문은 김영진 민주당 의원(광주 서을)이 열었다.
김 의원은 “시교육청이 광주시의회의 공청회 제안에 응하지 않고 경찰력까지 동원해 외고 지정심의 운영위를 소집해 전격 가결했다”며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신임교육감과 협의도 없이 새로운 정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당학교가 사학비리로 논란이 되고 있고 법정전입금 납부율도 2.15%에 불과한 상태에서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며 “지역사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아 교육부 장관에게 승인제고를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교육감은 “외고설립은 공약사항이고 지정심의 운영위를 개최한 것은 공청회가 9월17일에서 10월5일로 연기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서울 서대문)은 외고설립 취지를 따져 물었다. 외고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가 외국어 영재양성보다 수월성 교육 때문이 아니냐는 것.

정 의원은 “수월성 교육을 위해 일류학교를 만들면 나머지는 삼류학교, 삼류학생을 만드는 꼴”이라며 “외고에 학생 선발권 특혜를 주는 것은 인류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세계적으로 해괴망칙 한 제도로 교과부에서도 개선하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육감은 “외국어 영재양성이 외고 설립 취지이고 광주만 외고가 없어 금년만 해도 200명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고 맞섰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홍복학원 재정건전성 실사평가와 사학비리에 초점을 맞췄다.
김 의원은 “대광여고의 법정납입금 비율이 2.2%에 불과해 재정결함보조금을 받는 등 건전재정에 회의적”이라며 “추가 출연한 36억여 원대의 토지도 15년 전 편법 구입해 교육청에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공매해도 매수자가 있을 지 불투명하다”고 실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어 “홍복학원은 교비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는 등 타의추종을 불허할 사학비리의 결정판”이라며 “하반기 국정지표가 ‘공정한 사회’인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외고전환을 철회할 의향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안 교육감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었다”며 “교과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주광덕 한나라당 의원(경기 구리)은 홍복학원의 증자보고 누락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과 대광여고 지원금 환수조치를 촉구했다.

주 의원은 “홍복학원이 95년 서부교육청에서 하남북초 분교부지를 구입하고도 증자보고를 하지 않았고 감독관청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며 “15년 동안 토지를 숨기고 재정이 어렵다며 받아간 지원금을 환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또 “지난 3년 동안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2%정도에 불과한 데도 외고로 지정된 것이 납득이 안 간다”며 “2014년 법정전입금 100% 납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책임질 것이냐”고추궁했다.

안 교육감은 “교육청과 서부교육청의 유기적 업무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인정한다”고 말하고 “재정지원금에 대해서는 환수를 검토하고 법정납입금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외고지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대전 유성)은 인재유출 근거와 대광여고가 외고로 선정된 이유를 캐물었다.

이 의원은 “광주에 외고가 없어 2007년 34명, 2008년 42명, 2009년 95명 등의 우수한 인재가 유출됐다고 했는데 그러면 수천, 수만 명의 아이들은 뭐가 되느냐”고 따져 물은 뒤 “광주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은 인재유출 아니고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홍복학원이 그동안 인사·납품비리, 교비횡령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대표적인 비리사학”이라며 “왜 이런 재단을 외고로 지정했느냐”고 호통을 쳤다. 

안 교육감은 “관내에 (육영) 독지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홍복학원의 외고설립 의지가 강해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서울 노원)은 현 교육감과 신임 교육감의 외고철학의 차이 때문에 발생할 광주교육 혼란과 학생·학부모 피해를 거론했다.

권 의원은 “임기가 20일 남은 시점에서 후임 교육감이 반대하는데도 무리해서 교과부에 승인요청을 한 것은 광주교육에 큰 혼란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후임교육감이 더 많은 여론을 수렴하고 제로베이스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더 옳은 결정”이라고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안 교육감은 “지난 9월27일 교과부에 외고 지정승인 신청을 해 두 달 후인 11월27일 결정 때까지 시간이 있다”며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재일 교과위원장(민주당·충북 청원)은 “오늘 국감을 통해 외고지정과 관련한 절차와 형식의 문제, 심사과정의 정밀성 부족과 신뢰성 결여, 재정능력 평가 미흡 등에 증인도 동의했다”며 “교과부 심사과정에 자료보완과 추가 검토를 요청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영진 의원은 보충질의를 통해 “외고문제에 대해 여야 3당 의원 전원이 문제점을 지적했고 결자회지 차원에서 시교육청에 철회를 건의했다”며“국정감사가 끝나면 여야 3당 합의로 교과부에 시정지시 사항을 제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