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 원조 서구청 ‘적반하장’
민간위탁 원조 서구청 ‘적반하장’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13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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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동원 제도개선요구 천막농성장 강제 철거
공공노조·민주노동당 서구의원단 항의농성 돌입

광주서구청 공무원들이 13일 업무와 무관한 일로 하루 종일 욕을 봤다. 부구청장의 지시 한마디에 300여명의 공무원이 득달같이 ‘구청대(救廳隊)’로 차출된 것이다.

▲ 서구청은 이날 오전 10시 공무원 300여명을 동원해 천막농성장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사진제공=공공노조 광전지부>
이들은 오전 출근하기가 바쁘게 구청 앞 대로변으로 달려가 공공노조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오후에는 구청광장에서 독일병정처럼 일사분란 하게 열병대오를 갖췄다. 공공노조 광전지부의 항의규탄 기자회견을 사전에 봉쇄하기위해 인간방호벽이라도 쌓을 태세였다.

기자회견 직전 부구청장의 전격적인 업무복귀 지시가 떨어져 물리적 충돌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오전의 상황과 겹쳐지면서 한동안 ‘살풍경’이 연출됐다.   

서구청이 공공노조 광전지부의 천막농성장을 폭력적으로 강제 철거하면서 노동자 3명이 부상을 당해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노동자들이 천막 노숙농성에 들어간 지 꼬박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광전지부에 따르면 서구청은 이날 오전 10시 공무원 300여명을 동원해 천막농성장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공무원들은 준비한 칼로 천막을 찢고 부순 뒤 농성물품을 파손하고 빼앗아 갔다. 심지어 이를 막아서던 10여명 남짓한 조합원들을 집단폭행하기도 했다.

▲ 공무원들은 준비한 칼로 천막을 찢고 부순 뒤 농성물품을 파손하고 빼앗아 갔다. 심지어 이를 막아서던 10여명 남짓한 조합원들을 집단폭행하기도 했다. <사진제공=공공노조 광전지부>
노동자들은 ‘방귀 뀐 놈이 성낸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구청이 재활용·대형폐기물 처리업무를 민간에 넘겨준 ‘원조’라는 구악(舊惡)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폭력을 행사하는 등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는 것.

광전지부는 이날 오후 서구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구청의 불법적인 폭력만행 규탄과 민간위탁 철회, 해고자 원직복직 등을 요구했다.

안주승 부위원장은 “어제 부구청장과 면담에서 해고자 원직복직과 제도개선 위·수탁 계약이행 두 가지를 요구했다”며 “하지만 서구청에서 노골적으로 거부해 어쩔 수 없이 농성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안 부위원장은 이어 “서구청이 농성시작 하루 만에 공무원 300여명을 동원해 조합원 10여명을 집단폭행하고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며 “이 과정에서 3명의 조합원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정형택 민주노총 광주본부 부위원장은 “서구청 공무원노조도 민주노총 산하인데 노동자끼리 갈등을 유발시키는 부구청장의 처사가 안타깝다”며 “상사 지시에 따라 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공무원들도 자괴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9년 동안 투쟁해왔던 조합원들이 이깟 천막철거에 결코 주눅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강운태 시장은 10만개 일자리를 말로만 하지 말고 구청과 공공기관에서부터 정규직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은하 서구의원은 “서구청 공무원이 천막을 철거하기 위해 몰려왔을 때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지켜만 본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민간위탁을 처음 실시한 서구청과 오늘 문제를 야기한 부구청장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구청 공무원들에게 뜯기고 파손당한 농성물품. <사진제공=공공노조 광전지부>
광전지부는 규탄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민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공무원들이 집회를 방해하고 천막을 부수고 노동자를 폭행하는 등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다”며 “서구청이 이번 불법폭력만행 사태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구의회 민주노동당 의원단 4명도 ‘부구청장 사과’를 요구하며 청사 현관 앞에서 항의농성에 들어갔다.

이대행 서구의원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그동안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결국 오늘 같은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유감스럽다”며 “서구청이 민간위탁 문제를 수수방관해온 책임을 지고 행정지도 실시 등 문제해결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들은 농성돌입 기자회견문에서 “위·수탁 계약준수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할 서구청이 9개월 동안 노사문제를 수수방관해온 책임이 크다”며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미래환경 사측의 계약위반 사항에 대해 서구청의 특별감사를 요청한다” 밝혔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농성천막이 좁은 인도를 막아 만약 보행자에게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보행자 통행로 확보차원에서 천막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한편, 광전지부는 이날 서구청 앞 노숙농성을 재개했으며 오는 19일 공공노조와 민주노총, 지역 노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항의시위를 전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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