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동네상권 공동묘지 만든다”
“대형마트 동네상권 공동묘지 만든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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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대책위, ‘근조 지역상권’ 상징적 장례의식 치러
고려중·고 건축심의 회의록 공개 등 법적 대응 채비

광주북구청이 대형마트 뇌관을 잘못 건드려 11일 북새통 속에서 하루 일과를 보냈다.   

▲ 광주북구청이 대형마트 뇌관을 잘못 건드려 11일 북새통 속에서 하루 일과를 보냈다.
구청 광장에는 ‘근조 지역상권’이라는 펼침 막이 펄럭였고 인근 나무와 각종 구조물에는 검은 띠가 내걸렸다. 지역 상인들이 “북구경제는 죽었다”며 상징적인 장례의식을 치른 것이다. 때마침 노인 어르신들에 대한 독감예방 무료접종까지 겹쳐 청사 광장은 흡사 장사판을 방불케 했다.

오전에는 구청공무원들과 북구상인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구대형마트·SSM 입점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장에 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구청공무원들이 강제철거에 나선 것. 이 과정에서 광주시의회 강은미 의원(민주노동당)의 옷이 찢겨지기도 했다.

구청은 또 고려중·고등학교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구청장 면담이 이뤄지던 시간 2층 청장실로 향하는 모든 통로를 철제 구조물로 차단해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고려중·고등학교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구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구청이 건축심의 과정에서 단 한차례라도 학교입장을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축위원회의 대형마트 건축허가 심의 회의록과 법원 판결 내용 등의 공개도 요구했다. 북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주면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다.

오후에는 대책위의 항의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지역상인, 학생,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제 정당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현성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부위원장은 “송광운 청장이 법과 절차를 운운하며 ‘아름다운 이웃, 다함께 잘사는 북구’라는 슬로건과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며 “지역 상권을 다 죽이고 소수 대기업만 부자 되게 만드는 것이 다함께 잘사는 북구냐”고 힐난했다.

또 “구청장이 대형마트 실무대책위를 구성하자고 하면서도 부구청장도 실국장도 아닌 과장과 담당자 2명만 내보내 법과 절차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대형마트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귀환 대책위원장은 “지역경제를 책임져야 할 주민대표인 구청장과 시·구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나몰라 하고 있다”며 “민주당 전 시의원 출신의 힘 있는 사람이 건축을 하니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고 조소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주민이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북구출신 시의원과 구의원은 얼굴한번 제대로 비추지 않고 있다”며 “비대해지다 못해 뚱뚱해져버린 민주당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다”고 일격했다.

윤주상 전남대 경영대 학생회장은 “대형마트가 들어와 지역경제가 몰락하고 지역 업체가 사라지면 대학생들은 어디 가서 일하고 살아야 하냐”며 “대형마트 입점저지를 위해 대학생들도 노력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정형택 민주노총 광주본부 부본부장은 “천막철거 공무원들이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어서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시험까지 봐서 공무원이 됐는데 천막이나 막고 있다”고 착잡한 심정을 내보였다.

정 본부장은 이어 “구청장이 법을 내세워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주민이 다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냐”며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골목상권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숨 쉬는 문화와 전통, 채취 등 모든 것이 죽는다”고 우려했다.

▲ 북구대형마트·SSM입점 저지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북구청 청사광장에서 항의규탄집회를 열어 구청의 전향적인 입장전환을 촉구했다.
민점기 광주전남 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삼성 홈플러스가 외국기업에 이름을 판 것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와 다름없다”며 “국민의 도움으로 기업을 일으켰으면 국민을 위한 경영을 하는 것이 기본 도리”라고 훈계했다.

또 “민주당 출신 시장과 구청장, 시·구의원들이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지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며 “골목상권까지 먹어치우는 공룡마트의 입점에 손을 놓고 있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전주연 시의원(민주노동당)은 “상인과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북구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대형마트 문제해결을 위한 유일한 대안은 북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형 국민참여당 북구지역위원장은 “지역에서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 어렵게 피땀 흘려 번 돈을 대형마트가 모두 서울로 빨아올리고 있다”며 “배고픈 도시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대형마트를 허가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대형마트 건축허가 심의에 민주당 의원이 참여하고 허가주체도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라며 “샹제리아코리아 대표도 민주당 전 시의원인데 무슨 연관이 있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는지 의혹해소 차원에서라도 정확히 되짚어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소재섭 북구의원은 “지자체 의원과 구청장, 국회의원, 대통령 모두 주민 손으로 선출했는데 약자 편이 아닌 가진 자 편에만 서고 있다”며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 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정희곤 시의회 교육의원은 “골목가게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등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며 “대형마트 입점은 동네상권을 확인 사살해 공동체를 공동묘지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 “법과 현실의 괴리에서 법은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지만 현실은 주민들이 죽어나게 생겼다”며 “구청장과 북구의원들이 머리라도 깎고 대형마트 입점반대에 대한 결연하고 치열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이어 “고려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북구청에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일언반구의 상의도 없었다”며 “학교에서 시의회 교육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정식 안건으로 다뤄달라고 한만큼 정식으로 문제 삼겠다”고 밝혔다.

▲ 대책위는 ‘근조 지역상권’이라는 펼침 막이 내걸고 인근 나무와 각종 구조물에는 검은 띠를 매다는 등 북구경제에 대한 상징적인 장례의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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