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부활한 안기부 망령인가”
“현대車 부활한 안기부 망령인가”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12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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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무소 여성판매노동자 3일 동안 감시·미행
지역여성·노동계, 공식사과와 책임자처벌 등 요구

현대자동차는 부활한 안기부 망령인가?

현대자동차 업무지도 팀이 광주사무소 여성판매노동자를 3일 동안이나 감시·미행하는 등 불법사찰에 나서 ‘인권침해’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도 사측은 노동조합의 공식사과와 책임자처벌 요구에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하고 있어 ‘안일한 사태인식’이라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 지역 여성계와 노동계는 지난 11일 현대자동차 광주사옥 앞에서 ‘현대자동차 여성판매노동자 불법미행 감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사진제공=현대차 노동조합 판매위원회 광전지회>
더군다나 사측은 이 과정에서 불법사찰을 정당한 암행감사 업무로 호도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근무시간 무단이탈 등 구체적인 제보가 입수돼 암행감사에 착수했다고 발뺌하고 나서서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 판매위원회 광주전남지회(지회장 이현승·이하 광전지회)에 따르면 현대차 본사 업무지도 팀 소속 이모 과장과 문모 사원은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광주사무소 여성판매노동자를 미행·감시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계속적인 미행차량에 신분의 위협을 느낀 피해노동자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

하지만 이들은 경찰에게 신분을 밝힌 뒤 회사일이니 비밀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16일 경찰이 해당노동자에게 조사결과를 통보하면서 밝혀졌다. 현재 피해노동자는 극심한 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전지회 기운영 부장은 “지난달 14일 불법사찰이 이뤄졌지만 사측은 아직까지 일언반구도 없다”며 “2002년 입사해 9년 동안 성실하게 일해 온 여성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고 불법사찰을 합리화하기 위해 심각한 2차 가해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지역여성계와 노동계는 기자회견 직후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광주본부장은 한 달 전 건강검진 예약을 이유로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사진제공=현대차 노동조합 판매위원회 광전지회>
지역여성계와 노동계는 분노로 들끓었다. 사측이 공식사과와 책임자처벌 등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전국적인 이슈로 삼겠다고 최후통첩에 나선 것.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과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전남도당 여성의원단, 전남대학교 여성대표자 등은 지난 11일 현대자동차 광주사옥 앞에서 ‘현대자동차 여성판매노동자 불법미행 감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대차의 불법사찰과 미행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들을  버젓이 진행하는 회사 측의 모습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현대차가 불법사찰과 감시·미행행위를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기는커녕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피해당사자가 마치 문제 있는 직원인 것처럼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어 “현대차가 앞에서는 신뢰경영과 인재경영을 외치면서 뒤로는 여성판매노동자를 상대로 비겁하고 치졸한 수단을 동원해 인권탄압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회사 측의 인식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집중 성토했다.

강은미 광주시의원도 “이명박 정부가 불법사찰을 스스로 감행하고 묵인하는 상황에서 전국의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감시를 받고 있다”며 “언제 누구에게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니만큼 지역여성계가 재발방지를 위해 전면적인 공동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 광주전남 여성계 대표들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차 노동조합 판매위원회 광전지회>
기자회견 직후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광주본부장은 한 달 전 건강검진 예약을 이유로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현승 지회장은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음에도 본부장이 건강검진 예약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등 문제해결 의지가 없다”며 “이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위축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정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항의서한을 전달한 자리에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불법미행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현대차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현주 전남도의원은 “인권침해도 큰 문제지만 해결이 늦어질수록 피해노동자의 고통도 길어진다”며 “현대차가 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은미 의원도 “지금은 광주지역만 나서고 있지만 향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국노동자들과 연대할 것”이라며 “사측에 책임자 처벌과 공개사과 입장을 제대로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광전지회는 지난달 27일부터 정의선 부회장 공식면담을 요구하며 집행부 천막 철야 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4일에는 이 지회장이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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