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여론조사 ‘짜고 친 고스톱’
외고 여론조사 ‘짜고 친 고스톱’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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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업체는 주문자 입맛대로…언론은 받아쓰고
전교조 광주지부, “의뢰자·질문 비공개 이상한 조사”

지난 10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외국어고등학교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여론조사 전문업체가 외고도입 찬성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문자의 입맛에 맞게 설문내용을 요리하고 유도질문에 나섰다는 의혹 때문이다. 게다가 여론조사 주문자를 공개하지 않고 식단표(설문내용)의 내용까지 짜깁기 발표해 ‘이상한 여론조사’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10일 ‘광주시민 10명 중 7명이 외국어고 설립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호남지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정보리서치가 9일 광주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외고설립 현안에 대해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69.2%, 반대 20.1%, 모르겠다 10.7%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설문내용과 의뢰자가 보도내용에서 누락돼 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해당기자가 외고지정 심의위원으로 참여한데다 의도가 수상한 설문결과만을 받아쓰는데 급급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11일 논평을 통해 “의뢰자와 질문내용을 공개 못하는 이상한 외고 여론조사”라며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치명적인 오류와 함께 상당한 무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여론조사의 목적이 ‘외고도입’이라는 특정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설계된 ‘맞춤형’이라는 것이다.

몇몇 제보자에 따르면 질문지에 ‘광주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어고가 없는 곳’, ‘광주에 외고가 없어 연간 80억 원의 재정손실이 있다’, ‘외고 등 특목고가 특수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부는 “여론조사 업체가 사전에 여론조사 목적을 설명하면서 외고도입을 위한 취지임을 드러낸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러한 조작성이 높은 여론조사는 올바른 여론을 왜곡하고 특정집단의 여론조작을 위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두 번째는 여론조사 의뢰기관이 ‘유령단체’인데다 여론조사업체가 질문항목 수와 내용을 축소·왜곡해 발표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업체는 10일 언론사에 배포한 자료에서 지난 9일 하루 동안 7700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1천명의 샘플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장 여론조사에 들어간 뒷돈을 누가 부담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광주지부는 “실제 7천명이 넘는 여론조사를 시도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해당 여론조사 기관이 지금이라도 예산출처와 의뢰기관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론조사 업체는 또 설문항목이 ‘광주지역 외고설립 여부’와 ‘외고 등 특목고의 인재양성 기여 여부’ 등 2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제보자들은 3개 항목에 질문내용도 달랐다고 밝혔다.

광주지부는 “공정한 여론조사를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언론기관과 관련단체 등이 참여해야 한다”며 “문항과 조사기관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뢰가 담보되는 여론조사기관과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는 보도기자가 외고지정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전력을 문제 삼았다. 보도기자가 외고지정에 큰 영향력을 미친 만큼 기사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인 셈.

광주지부는 “해당기자가 그동안 시교육청의 각종 위원회에 참석해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출입처 기자가 그 의도가 의심되는 여론조사 결과만 보도하는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언론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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