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지금 북구청 시계는 ‘관치시대’
[기자칼럼] 지금 북구청 시계는 ‘관치시대’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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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청이 대형마트와의 전쟁에서 ‘백기투항’한 후 바리케이드를 쳤다. 북구상인들의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보다 물리적 봉쇄를 선택한 것이다. 바리케이드는 비단 트럭과 철 구조물 등 인공물에 국한되지 않았다. 경찰과 북구청 공무원들이 한데 엉겨 인간방패를 쌓은 것이다.

지난 6일 광주북구청. 바리케이드 바깥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북구 대형마트·SSM 입점저지 대책위원회가 북구 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대표단 10명을 구성한 뒤 청사로 향했다.

하지만 이들은 청사입구에서 곧바로 공무원과 경찰들에게 제지당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면담장소가 비좁다며 10명은 안되니 5명만 들어오라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북구대책위는 10명 모두가 정당·시민사회단체와 각동 대표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 면담대표들은 “북구주민들이 구청에 들어가는데 뭐가 무서워서 막냐”며 “공무 중에 업무를 봐야 할 공무원들이 구청장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무랐다.
급기야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한동안 연출됐다. 면담대표들은 “북구주민들이 구청에 들어가는데 뭐가 무서워서 막냐”며 “공무 중에 업무를 봐야 할 공무원들이 구청장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무랐다.

힘겨루기 끝에 10명 대표의 청장 면담이 성사됐지만 그 과정에서 구청이 보여준 태도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상식 이하였다. 북구의회 의원들의 출입까지도 막아서는 터에 주민들이 구청장을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사 안에서도 꼴불견은 계속됐다. 공무 중이 분명한데도 청사 현관과 복도에는 공무원들이 도열한 채 대표단을 향한 ‘적의의 시선’을 애써 감추려하지 않았다. ‘주민의 공복’이어야 할 공무원들이 ‘구청장의 충견’으로 전락한 현실이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면담대표들에 대한 ‘푸대접’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민원실에 도착한지 30여분이 지나도록 청장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항의서한을 받고나서야 부랴부랴 답변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북구 최대현안인 대형마트 문제를 바라보는 구청장의 인식수준이 어떤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구상인들이 수개월째 법정과 길거리를 오가고 있는데도 주민대표라는 구청장의 태도는 무사안일 그 자체였다.

면담이 이뤄졌지만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대형마트 입점 반대 의지를 보여 달라는 요구에 송광운 청장은 두 차례 행정소송으로 할 바를 다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타 자치단체의 사례를 들어 행정집행의 묘를 살려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일개구청이 법을 뛰어넘는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구청장이 주민대표의 역할을 포기하고 행정수장의 역할에 방점을 찍는 모습에서 ‘관치시대’가 연상됐다. 민선5기 들어 전국적으로 자치단체가 변화와 쇄신의 새바람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되고 있지만 어찌된 셈인지 북구청은 변화의 무풍지대로 남았다.

구청장의 수족을 자처하는 실·국장들이 ‘인의 장막’을 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구청장의 의지부족이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의 책임도 크다. ‘대형마트와 SSM 규제’ 당론에도 불구하고 어정쩡하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대형마트 건축주인 민주당 출신 전 광주시의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대형마트·SSM 입점저지 북구의회 특별위원회 구성에도 반대를 했다. 북구 대형마트 입점저지 싸움에서 ‘반민주당’ 구호가 커져가는 이유다.  

면담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큰 성과 없이 끝났다. 상인대표들이 하나 둘 씁쓸하게 빠져나간 민원실 입구에 나붙은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다’는 문구가 왠지 낯설었다.

북구청 관계자는 “청사외벽에 나붙은 시계 가격이 650만원”이라며 “휴대전화만큼이나 시간이 정확하다”고 자랑했다. 지금 북구청의 시계는 ‘관치’와 ‘민선’ 어느 시간대를 가리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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