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참았던 것이 폭발했다”
“이제껏 참았던 것이 폭발했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10.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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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구청장 대형마트 입점반대 의지 있나”
북구청, “사법판단 끝…재심의 요구 실익 없다”

광주 북구청과 북구대형마트·SSM입점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북구 대책위)가 지난 6일 청사 민원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북구 대책위가 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후 구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리다.

북구대책위는 구청장의 대형마트 입점저지 의지표명과 인허가 과정의 각종 의혹해명, 사업자와 공론의 장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송광운 청장은 사업자와 만남 주선 이외의 요구에 대해서는 모두 거부했다. “구청은 법을 집행하는 곳”이라는 말과 “인허가 심의과정의 잘잘못을 지금 시점에서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로 즉답을 회피한 것.

결국 면담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 채 큰 성과 없이 끝났다.

▲ 광주 북구청과 북구대형마트·SSM입점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북구 대책위)가 지난 6일 청사 민원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대형마트 입점반대 의지

북구대책위는 타 자치단체 사례에 비춰 ‘구청장의 대형마트 입점반대 의지 부족’을 따졌고 송 청장은 ‘행정기관의 한계’로 응수했다.

장귀환 북구대책위원장은 “지난 2월18일부터 지금까지 대형마트 입점과 관련 북구청이 영세 상인보다 대기업 입장만 존중했다”며 “이제까지 참고 참았던 것이 폭발했다”고 서두를 꺼냈다.

또 “오는 11일 건축허가가 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심의는 제대로 했느냐”며 “건축허가를 내줄 지 여부를 명확히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송 청장은 “일선구청은 법을 집행하는 곳으로 법에 규정된 것 이외는 할 수 없다”며 “중앙부처와 국회, 광주시에 관련법안 개정과 조례제정을 요구했다”고 항변했다. 결론적으로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승인해줄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았다. 특히 북구청의 대처방식과 역할에 비판이 집중됐다.

장 위원장은 “법적 문제를 따지기 전에 구청에서 상권피해와 학생 학습권 피해 등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해 재판부에 전달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구청 변호사가 행정소송 답변서에 보충서류를 제출하는 하등의 노력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소재섭 민주노동당 북구의회 의원도 “구청장이 대형마트를 행정적으로 막기 위한 강력한 의지가 없다”며 “사실 행정소송 항소도 검찰청 지휘에 따른 것이지 구청장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기홍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타 지역사례를 보면 행정관청이 상인과 사업자 간 간담회와 공청회를 거쳐 합의에 이를 때까지 인허가를 반대했다”며 “그런데도 유독 북구만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구청의 적극적인 행정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동구 계림동 홈플러스 우회입점 사례를 들었다. 사업자와 대인시장 상인들이 8개항의 상생협약에 합의한 뒤 사업추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법이 없어도 행정관청이 적극 대처하면 상생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다”며 “북구청이 지금이라도 공청회와 피해대책 등 대안을 제시하고 사업자에게도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 청장은 답변을 통해 “재판 때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발끈했다.
또 “행정소송 1, 2심에서 패소한 뒤 고등검찰청 지휘를 받아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며 “행정기관에 법을 뒤엎을 만한 권한과 재량행위가 없어 건축허가를 안내 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 북구대책위는 특히 고려중·고가 건축심의 이전부터 북구청에 학습권 참해와 학교건물 안전성을 이유로 대형마트 입점반대 의사를 밝혔는데도 건축심의 과정에서 누락된 경위를 집중 캐물었다.
▲인허가 과정의 의혹

북구대책위는 북구청의 대형마트 건축심의에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대형마트 입점 예정지 주변의 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을 부실하게 진행하고 인근 고려중·고가 학습권침해와 건물안전성 등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는데도 묵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구청은 지난 1월 단 한차례의 건축위원회를 열어 12가지 항목 보완을 전제로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조건부로 의결해 부실심의 의혹을 키웠다. 건축위가 남긴 회의록 분량도 서너 쪽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대책위는 특히 고려중·고가 건축심의 이전부터 북구청에 학습권 참해와 학교건물 안전성을 이유로 대형마트 입점반대 의사를 밝혔는데도 건축심의 과정에서 누락된 경위를 집중 캐물었다.

소재섭 의원은 “대형마트가 들어설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누차 학습권 침해와 건물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며 “건축심의와 허가과정에서 학교 측의 입장이 논의되거나 제대로 심의가 이뤄졌는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담당공무원은 답변을 통해 “건축계획 때 학교 측에서 전화는 왔었지만 이의신청은 없었다”며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왔을 때 학교는 대상이 아니어서 심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귀환 위원장은 “북구청이 법적 하자가 없어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내준다고 결론을 냈는데 애초에 제대로 심의를 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라며 “교통·환경영향 평가 심의결과를 공개하지 않다 주민들이 항의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곡동 대형마트 입점부지는 고려중·고와 기계공고, 국제고 등 학생 5천여 명이 밀집된 지역으로 공사가 진행되면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대형마트 부지와 고려중 기숙사가 암반층으로 연결돼 있어 학교건물 안정성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용재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고려중·고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며 “건축 인허가 과정과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심의자료를 공개하고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송 청장은 “대형마트 입점의 문제점에 대해 처음부터 인식하고 불허가 처분을 내린 것이지 민원이 들어와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법에 따라 출원자가 사법기관에 의뢰해 이미 법률적 판단이 끝난 상황”이라며 “지금 와서 심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재심의를 요구하는 것은 실익도 의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북구대형마트·SSM입점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북구대책위)는 6일 오후 북구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송광운 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사업자와 면담 주선

사업자와 면담에 대해서는 “건축허가와 관계없이 일단 만나자”는 북구청의 입장과 “건축허가를 위한 요식행위는 안된다”는 북구대책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북구대책위의 ‘건축 허가 중지’요청을 북구청이 사법판단을 이유로 거부한 것이다.

장귀환 위원장은 “법률적 판단 이전에 대화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모두 끝난 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게다가 북구청이 구체적인 안건과 대책도 없이 시간과 장소만 제시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장 위원장은 이어 “기왕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형태가 돼야 한다”며 “학습권 침해와 교통·영향평가 등에 대해 시간을 갖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용재 집행위원장도 “구청이 인허가 연기 후 공청회를 실시해 지역사회가 납득할만한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단순하게 양자가 만난 후 건축허가가 난다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홍 사무처장은 “사업자가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구청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화가 요식적 행위로 끝나버리면 또 다른 갈등을 부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소재섭 의원도 “현 상황에서 건축주와 대책위의 만남은 건축허가를 위한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며 “북구청이 상권영향과 학습권 침해에 대해 먼저 대안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광운 청장은 “일단 사업주와 대책위, 구청의 3자가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일단 협의의 틀에서 내용을 만들어가야지 조건부터 제시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법에 따라 들어온 대형마트의 건축을 불허하며 시간을 끌었지만 항소심까지 가서 패소하고 사법심사가 끝난 사안”이라며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중지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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