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대시민 사기극’
광주시교육청 ‘대시민 사기극’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9.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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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여고 막무가내 외고지정…교육단체 강력 반발
장휘국 당선자, 공청회 거부·법정부담금 문제 별러

광주시교육청이 막무가내로 외국어고등학교 지정을 강행해 관련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외고 설립을 위한 운영위원 위촉에서부터 회의날짜 지정, 경찰력까지 동원한 비공개 회의진행 등 잇단 무리수를 둬 ‘날치기 통과’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시교육청은 추석연휴 다음날인 24일 ‘광주광역시 특수목적 고등학교 지정·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홍복학원 산하 대광여고를 외고 설립법인으로 인정하는 큼직한 보따리를 선물했다.

▲ 광주시교육청은 추석연휴 다음날인 24일 ‘광주광역시 특수목적 고등학교 지정·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홍복학원 산하 대광여고를 외고 설립법인으로 인정하는 큼직한 보따리를 선물했다. <사진제공=전교조 광주지부>
하지만 전교조 광주지부 등 교육 관련단체들은 ‘대시민 사기극’이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홍복학원이 부정부패의 온상인 ‘비리재단’으로 지탄받았던 터라 교육단체들의 반감은 더욱 컸다.

특히 장휘국 교육감 당선자는 시교육청이 광주시의회의 공청회 요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교육민주주의가 사망한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관련 공무원들의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광여고의 사립학교 법정부담금이 평균 2.21%에 불과한 점에 대해서도 취임 후 반드시 문제 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어 외고전환문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장 당선자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교육청이 지역현안인 외고추진을 하면서 의견수렴 공청회를 생략하고 단 한차례 심의·심사로 결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회계부정 사학을 밀어주기 위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장휘국 시민교육감 취임준비위는 조만간 ‘부적절한 광주 외고 추진반대’ 내용의 정식 공문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정성 광주시의원(교육위원회·남구2)도 이날 유감성명을 발표했다.
서 의원은 “최근 광주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특수목적고 지정 및 운영위원회 회의를 연기해 달라는 공문을 시교육청에 발송했으나 이마저도 무시됐다”며 “시교육청의 일방적인 외고설립 강행행위는 광주시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은 이어 “외고설립 문제는 공청회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외고설립 문제로 야기되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 전교조 광주지부는 27일 오후부터 시교육청에서 ‘대광여고 외고 추진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가는 등 즉각적인 행동 전에 돌입했다. <사진제공=전교조 광주지부>
전교조 광주지부는 이날 오후부터 즉각적인 행동 전에 돌입했다. 시교육청에서 ‘대광여고 외고 추진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광주지부는 앞서 성명을 통해 “광주시교육청과 안순일 교육감이 사회적 합의과정을 무시한 채 외고설립을 위한 운영위원회 회의를 날치기 했다”며 “비리재단 대광여고의 외고지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먼저 외고지정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다.
광주지부는 “시교육청이 외고지정을 위해 운영위원 위촉에서부터 회의날짜 지정까지 입맛대로 운영했으며 공개원칙인 운영위 회의도 교육청 직원과 경찰력까지 동원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는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광주시의회의 회의연기 공식요청을 묵살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시의회는 다음 달 초 공청회를 열어 외고설립에 관한 의견수렴에 나설 참이었다. 안순일 교육감의 임기가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외고지정이 전격전으로 이뤄진 것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 됐다. 

광주지부는 “시의회가 시교육청에 회의연기를 공식요청 했으나 안순일 교육감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며 “매우 중요한 교육적 현안이고 광주시민들의 의사수렴과 사회적 합의 과정이 꼭 필요한 사안임에도 안 교육감이 임기 한 달을 남겨둔 시점에서 성급하게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질책했다.

시교육청의 ‘외고 지정협의 신청포기’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외고설립 요구거절’도 촉구했다. 
광주지부는 “시교육청과 안 교육감이 늦어도 내달 4일 이전까지 예정돼 있는 교과부 장관과의 지정협의 신청을 포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하고 “교과부도 절차상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장휘국 교육감 당선자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는 만큼 시교육청의 외고설립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정도”라고 촉구했다.

광주지부는 천막농성기간동안 1인 시위와 대시민 선전전 등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며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단체도 함께할 계획이다.  

▲ 시교육청은 이날 경찰력까지 동원한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는 등 잇단 무리수를 둬 ‘날치기 통과’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사진제공=전교조 광주지부>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이하 참학 광주지부)도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교육청이 궁색하기 짝이 없는 이유를 들어 ‘광주교육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참학 광주지부는 “외고가 없어도 광주학생들의 성적은 여느 지역에 뒤지지 않았다”며 “중학생이 타 지역 고등학교에 가면 인재유출이고 고등학생이 타 지역 대학을 가면 학교의 명예로 치부하고 현수막을 학교 앞에 붙여대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힐난했다.

또 “외고설립은 학교와 학생서열화를 가속시키고 학부모들을 경제적 요인으로 서열화 시켜 지역공동체를 와해시킬 뿐”이라며 “시교육청은 위원을 비밀리에 사적으로 구성한 것부터 사과하고 찬성표를 던진 위원들은 사퇴를 통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추궁했다.

참학 광주지부는 이어 “홍복학원은 교재비 15억 원을 횡령해 교장과 행정실장 등이 수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는 비리사학재단”이라며 “이러한 비리사학을 마지막까지 오고로 지정해놓고 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앞선 24일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이하 교육희망)와 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준)도 각각 성명을 내 ‘대시민 사기극’과 ‘또 다른 학벌의 통로’라며 외고설립 중단을 촉구했다.

교육희망은 “불과 임기가 1개월 남은 교육감이 경찰력까지 동원해 기습적으로 부패사학에 외고설립을 안겨주는 모습은 추악하기 그지없다”며 “이번 결정은 안순일 교육감의 독단·독선으로 자신의 오만함과 탐욕스러움을 드러낸 대시민 사기극으로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또 “외고가 초·중·고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단 한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도 없이 외고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안 교육감의 행태가 얼마나 무식하고 무모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교육희망은 이어 “특목고 지정·운영위에 참석해 안 교육감의 거수기 역할을 자행한 위원들도 비판받아야 한다”며 “그들의 결정이 광주교육 발전이 아니라 교육양극화와 교육 불평등을 전면화하는 것으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교육희망은 향후 외고지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각계각층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교과부에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광주모임(준)은 “교육청이 학생·학부모의 다양한 요구 수용과 지역인재 외지유출방지를 외고설립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며 “지방인재를 발굴하려면 지방교육지원을 늘리면 되는데 왜 몇몇 학교에 지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또 다른 일류학교를 만들려 하냐”고 캐물었다. 

광주모임(준)은 이어 “외고에 쏟아지는 지역사회의 압력은 결국 입시성적극대화일 수밖에 없다”며 “외고는 지역사회를 황폐화시키는 일류학교이자 국가가 주도하는 입시중심학교로 특화돼 입시경쟁문화와 학벌사회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내달 4일 이전에 교과부에 외고 지정 협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해당 학교법인의 교육과정 운영 등 중점 사항을 점검한 후 2개월 이내에 최종 동의 여부를 통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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