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음식 어려워요, 참치찌갠 자신 있어요”
“명절음식 어려워요, 참치찌갠 자신 있어요”
  • 황현미 시민기자
  • 승인 2010.09.16 22: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국서 시집온 새댁 수아씨의 추석맞이

▲ 시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남편 광윤씨와 포즈를 취한 수아씨. 수아씨는 가족들의 배려가 마냥 고맙기만 하다.
광주 남구 방림동 조그마한 골목슈퍼에서 시어머니와 남편 김광윤(41)씨와 함께 사는 이주여성 수아(22)씨 가족. 태국에서 시집 온 그녀(태국이름은 세앙소피아)가 한국에 온지는 이제 갓 1년이 넘었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남편을 처음 만나 자상한 모습이 좋아 지난해 1월에 결혼을 하고 1년 7개월째 한국생활에 적응해 가며 살고 있다.

수아씨를 처음 만났을 때 광윤씨가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사진을 찾으러 간 사이 그녀 또한 가만있지 않고 남편을 꼭 따라다니며 함께 챙겨주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처음 한국에 올 때는 일주일 동안 남편과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할 정도로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듣지 못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한글교실을 다니면서 한국말도 제법 잘하고 웃으며 의사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그날도 한글교실에서 소풍을 다녀온 늦은 시각이라 피곤할 만도 한데 가족들이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수아씨는 매일 아침마다 오토바이로 데려다주는 남편과 시어머님의 배려로 자주 다문화 사람들과 어울려 다닐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한국음식을 잘하느냐는 질문에 “잘 못해요, 젤 잘하는 건 참치 김치찌개에요.”하며 수줍게 웃었다. 남편 광윤씨가 수아씨 옆에서 “우리 아내는 고기를 좋아해요. 특히 갈비를 좋아해요.”라며 은근히 아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했다.

우리나라 고유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아씨에게 태국에도 전통 명절이 있느냐고 묻자 “한국과 비슷한 설날이 있어요. 제가 사는 곳은 태국북쪽이 작은 시골 마을 ‘쁘라차 판타나’인데 마을 사람들이 다 친척이에요. 가장 더운 날인 4월 13일 태국 전통의상을 입고 소만한 돼지를 잡아 가족친지들끼리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해요.”하고 답한다. 새해를 반기는 ‘새해맞이 축제’로 서로 물을 뿌려주며 복을 빌고 평소에 존경하는 어른들을 찾아가 복을 빌고 인사를 한다고 한다.

광윤씨 가족은 명절마다 서울 큰형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명절을 보낸다.
한국살이가 얼마 되지 않은 수아씨에게 명절은 고역이 아닐 수 없을 텐데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저는 음식을 잘 못해서 설거지와 전 부치는 일을 도와드려요. 가족들이 다 알아서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웃는다.

가족들과 함께 있고 즐거운 생활을 하지만 그녀는 그럴 때마다 태국에 있는 동생들과 부모님 생각이 난다. “고향 생각 많이 나요. 오늘도 집에 전화했어요. 엄마가 한번 한국에 왔으면 좋겠어요.”하며 금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족들과 자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그녀 옆에 든든한 남편과 자상한 시어머님이 계시기에 그녀는 오늘 하루도 감사하며 살아간다.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수아씨는 시어머니 손부터 잡아끌고는 “어머니가 가운데로 앉으세요. 여보, 어머니 옆으로 가요.”하며 먼저 챙긴다.

서로서로 배려해주는 가족들의 모습에 내게로까지 행복이 옮겨오는 것 같아 괜한 미소가 지어졌다. “마냥 한가위만 같아라”던 조상들의 바람처럼 이 땅의 모든 이주여성들이 수아씨 만큼만 행복했으면 하고 빌면서 발길을 돌려 나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