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청 ‘대형마트와의 전쟁’ 한발 빼나
북구청 ‘대형마트와의 전쟁’ 한발 빼나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9.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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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대책위 ‘대법원 상고’ 요청에 ‘행정기관 한계’ 들먹
위생·소방점검 등 행정조치 요구에 공론의 장 마련 답변

▲ 지난 15일 북구대형마트 입점저지 장귀환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북구청의 대법원 상고를 촉구하며 삭발의식을 갖고 있다.
광주 북구청이 광주고등법원 항소심 패소 이후 대형마트와의 전쟁에서 한발을 빼는 모양새다. 북구상인들이 ‘대법원 상고’를 요청했지만 ‘행정기관의 한계’를 이유로 머뭇대고 있어서다.

북구 대형마트 입점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북구대책위)와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이하 광주네트워크)는 15일 오후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삭발의식을 치른 뒤 청장면담에 들어갔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면담에서 한목소리로 ‘대법원 상고’를 청원했지만 구청 측은 기대했던 확답을 주지 않았다. “고등법원 판결을 송달받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상위법이 없는 상태에서 법정다툼을 해봐야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실제로 송광운 청장은 “행정기관의 한계”를 들먹이며 “국회법 개정과 광주시 조례제정 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성의를 다했다는 자족감도 깔려 있는 듯했다. “자치구 차원에서 2심판결까지 받은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구 입점저지 대책위의 판단은 달랐다.

김용재 광주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재판에 졌다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북구청이 대법원 상고를 통해 대형마트 입점저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귀환 대책위원장도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우리세대는 어떻게 해서라도 먹고 살 수 있지만 자녀세대는 상권이 사막화 된다”며 “지금 구청이 제대로 해야 할 일은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고갑석 민주노동당 북구위원회 사무차장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며 “일단 대법원에 상고한 뒤 판결 때까지 구체적이 실질적인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삼성테스코 우회입점에 대한 경고음도 울렸다.

김용재 집행위원장은 “광주시가 삼성테스코 측에 우회입점여부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며 “롯데마트가 빅 마트를 인수한 것처럼 고의부도 등 어떤 형태로든 우회입점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당장 삼성테스코가 입점하지 않더라도 간판만 바꿔달지 않았을 뿐 모든 물품제공과 시스템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며 “일단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주민피해는 불 보듯 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 청장은 “삼성테스코의 우회입점 사실이 드러나면 중소기업청에서 사업조정대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 북구 대형마트 입점저지 대책위와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는 삭발식을 가진 후 북구청장실에서 송광운 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법리적 접근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구청의 강력한 행정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청에서 위생·소방점검과 환경·교통영향평가 등을 엄격히 적용해 대형마트 입점반대 의지를 강력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재 집행위원장은 “구에서 위생·소방점검 등 행정조치 등으로 압박하고 법적인 내용이 미비하더라도 대·중소업체가 상생·협약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홍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동구에 홈플러스 입점시 인근 상인회와 공청회를 거쳐 7가지 상생·협약안을 마련한 사례가 있다”며 “행정에서 공론의 장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청장은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하고 환경·교통영향 평가를 실시하는 등 행정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고 “시·구의원 등으로 유통·상생협의회를 구성한 만큼 대형마트 입점업체와 공식대화의 장을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구대책위와 광주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법원 상고’와 ‘삼각동 대형마트 입점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9일 북구 삼각동 고려중 인근 대형마트 입점허가와 관련한 광주고등법원의 패소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역사회와 지역상인들의 공감과 합의가 없는 무분별한 입점은 지역경제 전체를 향한 폭력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북구 삼각동 대형마트 입점여부에 많은 지역민들의 일터와 생존권, 지역유통경제의 생명줄이 걸려 있다”며 “오직 자신만의 돈벌이를 위해 법정공방까지 마다않고 일방적 입점추진을 멈추지 않는 이기적 영업윤리를 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어 “더구나 대기업 우회입점 의혹이 점점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법 타령만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북구청과 광주시가 모든 행정조치를 동원해 입점철회를 관철시킬 때까지 책임 있게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광주고등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방극성)는 지난 9일 샹젤리제코리아(주)가 북구청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신청 불허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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