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법원과 통(通)하다
대형마트, 법원과 통(通)하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9.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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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재량권 일탈·남용’ 북구청 항소기각
대책위·정치권, 상고 등 ‘입점저지’ 강력 대응

대형마트로 가는 길은 법원에서 열렸다. 법원이 지역상권 다툼에서 또 다시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실낱이나마 희망을 품었던 골목상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이하 광주네트워크)는 지난 7일 오후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앞에서 ‘대기업 대형마트·SSM 입점 반대 시민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광주고등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방극성)는 9일 샹젤리제코리아(주)가 북구청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신청 불허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북구청이 ‘영세상인과 지역경제 보호’를 명분삼아 ‘불허처분’의 정당성을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항소기각’으로 응수했다. “주거나 교육환경 등 중대한 공익상의 피해가 없는 상태에서 요건을 갖춘 신청인에게 허가를 불허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는 것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하지만 이를 인정할 구체적인 근거도 없고 오히려 소비 등의 면에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래시장과 지역경제 보호라는 공익은 대형마트의 진입을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경쟁을 배제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재래시장이나 소상인들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이하 광주네트워크)와 북구 대형마트입점저지대책위원회(이하 북구 대책위)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용재 광주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대형마트 입점으로 지역중소상인들이 입을 피해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북구청에 상고를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원판결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며 “판결결과에 관계없이 북구청에 책임 있는 행동을 끝까지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SSM입점 저지를 위한 북구의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소재섭·이하 비대위)도 더욱 강력한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비대위는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이번 법원판결은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서민경제와 골목상권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여당의 무책임이 나은 불 보듯 뻔한 결과”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법과 상생법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비대위는 이어 “중소기업 보호라는 헌법조항과 정신을 법이 막아주지 못하면 주민들과 함께 직접 막아내기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며 “대법원 상고와 주민설명회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광주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형마트 승소는 중소상인들을 피눈물 나게 하는 결과”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광주시당은 “광주는 인구밀집도 대비 대형유통업체 비율이 전국 2위에 이르는 등 이미 골목경제가 처참히 무너져 있는 상태”라며 “법원이 헌법을 거스르고 경제적 약자의 보호를 외면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또 “대형유통업체 규제 없는 이명박 정권의 공정사회와 친 서민 정책은 중소상인들에게 울분과 절망만 더해줄 뿐”이라며 “한나라당은 말로만 서민을 이야기하지 말고 유통법과 상생법의 9월 정기국회에 통과에 나서라”고 강력 촉구했다.

한편, 샹젤리제코리아는 지난 2월 광주 북구 삼각동 고려고 인근부지에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신청했다가 북구청이 영세상인 보호 등을 이유로 불허 처분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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