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다 샀다면 집 한 채 값은 될 걸요”
“빌린 책 다 샀다면 집 한 채 값은 될 걸요”
  • 나정이 시민기자
  • 승인 2010.09.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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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서관협회 선정, 2010년 상반기 ‘책 읽는 가족’

▲ 김은정 씨네 가족이 ‘책 읽는 가족’ 인증서와 여러 대회에서 받은 표창장을 들어 보이고 포즈를 취했다.
9월은 ‘독서의 달’이다. 도서관에 가면 ‘독서의 달’ 관련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어, 책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몇 권쯤은 읽어야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듯 ‘독서의 달’을 강조하는 것은, 일부러 시간을 정해놓고 독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할 만큼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서의 달’과는 상관없이 일 년 내내 책과 함께하는 가족들이 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해마다 상·하반기로 나누어서 ‘책 읽는 가족’을 선정하고 있다. 선정방식은 각 도서관의 추천을 받는다. 산수도서관은 책 대여수가 많기도 하지만, 온 가족이 도서관 이용을 생활화하고 있는 김은정(38·주부)씨네 가족을 추천했다.

김은정 씨는 북구 용봉동에 살고 있다. 북구에 있는 도서관을 두고, 동구에 있는 산수도서관까지 다니는 이유가 궁금했다. 웃는 모습이 얼굴에 배어있어 사람 좋아 보이는 김은정 씨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다른 곳보다 책을 2권씩 더 빌려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지 10여년이 된다는 김은정 씨네 가족은 산수도서관뿐만 아니라, 시내에 있는 여러 도서관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미 남편 홍민희(44)씨, 아들 현호(초등학교3), 딸 지호(초등학교2)가 번갈아가면서 3년 연속 중앙도서관이 주는 다독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여러 도서관들을 이용하고 있어서인지, 김은정 씨는 각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특히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어동화책 비치현황에 대해서는 관계자 못지않게 잘 파악하고 있다.

“영어동화책만 따로 비치되어 있는 곳은 서구에 있는 학생문화회관 뿐이에요. 다른 곳은 어린이실 한구석에 조금씩 비치되어 있죠. 그나마 영어동화책이 가장 많은 곳은 중앙도서관이에요. 바라는 것은 부록으로 나오는 CD도 같이 구비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은정 씨네 가족이 일주일동안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읽는 책은 50여 권이다. 우리나라 책이 40여권이고, 영어동화책이 10여권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현호와 창작동화를 좋아하는 지호는 영어동화책도 곧잘 읽는다. 따로 영어를 배운 적은 없다. 단지 영어동화책을 읽을 때 엄마인 김은정 씨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아이들이 생후 6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무릎에 앉혀놓고 하루 3시간씩 책을 읽어줬다는 김은정 씨의 독서지도는 단순하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전부이다. 단 하나 신경 쓴 것이 있다면 독서습관이 몸에 밸 때까지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전화도 안 받았다.

현호와 지호는 학원에 가는 대신에 책을 읽는다. 이제까지 다녀본 학원이라고는 태권도와 피아노 학원밖에 없다. 그래도 성적은 상위권이다. 글도 잘 쓴다. 두 아이 모두 모자독후감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다. 특히 현호는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모자독후감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가끔 현호와 지호가 책에 빠져들면 주위를 줘야할 정도로 책을 좋아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컴퓨터게임과 자전거타기도 좋아한다. 아이들이 책만 아는 외곬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책들은 대개가 어른들이 읽는 것들뿐이라는 김은정 씨는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책들을 다 샀다면 아마 집 한 채 값은 될 거에요. 그만큼 혜택을 받았으니 저도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 샀던 명작동화와 창작동화 전집 200권을 무등도서관에 기증했어요. 이젠 그 책들이 보고 싶으면 빌려다가 읽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은정 씨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독서의 달’에 도서관 순례라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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