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대책 ‘대북지원’ 처방 외면
쌀 대책 ‘대북지원’ 처방 외면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9.0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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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 수확기 쌀 40~50만t 규모 전량 시장격리
농민단체, 민심우롱 대책…대북 쌀 지원 재개 촉구

정부가 쌀값 지지를 위해 쌀 수급균형 대책을 내놓았지만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분분하다. 쌀 생산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반해 소비량은 해마다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지원이라는 확실한 처방을 두고 정부가 남는 쌀을 사서 보관하는 임시방편을 선택한 것에 비판이 집중됐다. 정치권과 농민단체들이 ‘근본대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선 이유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31일 올해 생산되는 쌀 가운데 50만t 규모를 전량매입하고 내달부터 묵은쌀 50만t을 긴급 처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쌀값 안정 및 쌀 수급균형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예상수요량 462만t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정부와 농협중앙회에서 각각 1조2천억 원과 1조4천억 원을 투입해 오는 10월부터 모두 사들인 뒤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준의 작황이 될 경우 올 초과 예상물량은 40만~50만t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149만t의 재고물량(2005~2008) 가운데 비축분 100만t을 제외한 50만t은 내년까지 긴급 처분키로 했다.  이에 따라 2005년산 묵은쌀은 9월부터 주정용 등으로 공급되고 2006~2008년산 재고 쌀과 수입쌀 39만t은 내년에 가공용으로 처분될 계획이다. 

이외에 내년부터 3년 간 매년 4만㏊의 논을 다른 작물재배용으로 전환해 연 20만t의 쌀 생산을 줄이고 연간 8만t 수준인 쌀가루 소비를 2012년까지 20만t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도 추진된다. 

농민단체들은 한마디로 ‘민심우롱용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대책도 아닌 대책을 내놓고 농심을 멍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이광석·이하 전농)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즉각적인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촉구했다.

전농은 “연간 예상수요량 462만t을 초과해 공급되는 쌀을 농협을 통해 매입하라는 것은 벼 매입자금을 빌미로 농협RPC와 민간RPC간의 수매경쟁을 통해 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천박한 시장논리”라고 일축했다.

또 “구곡재고 50만t을 긴급 처분한다는 것조차 가공업체에 대한 지원이 중심이며 즉각적인 시장격리를 할 수 있는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며 “농림식품부는 재고미 해결을 위해 대북 쌀 지원을 즉각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농은 이어 “농식품부의 이번 대책은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쌀을 시장에 내맡기는 공공비축제를 도입했던 천박한 양곡정책을 더욱 심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시장중심의 양곡정책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양곡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한국농업경영인 전라남도연합회도 1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된 후 쌀 재고량은 140만t을 넘어섰지만 정부는 쌀 대란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는커녕 양곡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초과 예상분 40만~50만t의 쌀을 공공비축미 기준가격으로 수매하고 시장격리 후 최하 2년간은 시장출하를 하지 않아야 다소 안정이 될 것”이라며 “쌀 산업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수확기 쌀값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농민출신 지방의원단들도 ‘쌀 대란 해결과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촉구했다.

지방의원단은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로 통일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남쪽은 정부의 양곡실패로 쌀이 남아돌고 북쪽은 식량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민족에게 평화를, 농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북 쌀 지원을 즉각 재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의원단은 이어 “대북 쌀 지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통일부가 5·24 대북조치를 내세워 쌀 지원 사업을 정면에서 막고 있다”며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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