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시민참여조례 총체적 부실
광주시 시민참여조례 총체적 부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8.27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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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광주시의회 행자위,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절차과정 비민주적·참여보다 관리 방점·법적권한 유명무실
공청회 청구인원·정보공개요건·예산참여위 분리 ‘수술필요’

▲ 지난 25일 오후 광주시의회 5층 대회의실에서는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영남) 주최로 시민사회단체와 시청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광역시 시민참여기본조례 제정’ 간담회가 열렸다.
‘광주광역시 시민참여기본조례안’이 총체적 부실 판정을 받았다.
조례제정 절차와 과정의 ‘비민주성’뿐만 아니라 시민참여보다 관리에 방점을 찍은 내용적 오류, 법적효력과 권한배제에 따른 ‘실효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25일 오후 광주시의회 5층 대회의실.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영남) 주최로 시민사회단체와 시청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광역시 시민참여기본조례 제정’ 간담회가 열렸다.

광주시 홍진태 자치행정국장은 “민선5기 중점 100대 과제중 하나로 시민참여조례안을 마련했다”며 “민선4기 때 추진하다 자동폐기 된 조례안보다 나름대로 진일보한 안”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매서운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첫 번째 포문은 시민참여 없는 조례안 마련에 집중됐다. 시민참여활성화라는 조례제정의 기본취지를 망각했다는 것이다.

안평환 광주YMCA 기획부장은 “조례를 만드는 과정부터 광주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절차를 가졌어야 한다”며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시민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절차와 과정의 ‘민주성’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전제라는 주장인 셈. 
안 부장은 “과거 유사한 조례들이 처음에는 반짝하다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며 “광주정신에 근거한 조례제정을 위해 자구수정이라는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말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시민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공청회와 설명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홍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조례제정 과정의 민주성 확보를 위해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한 뒤 의견과 의제를 한 데 모아 전체 간담회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홍 국장은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지만 특수한 이해관계가 없어서인지 시민의 참여가 부족하다”며 “협치의 차원에서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민참여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처장은 “시민참여조례는 시정과 의회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라며 “시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례내용에 대한 논박으로 들어서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창끝은 더욱 예리해졌다.
오미덕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시민참여를 위한 조례안 상정은 일단 환영할 일”이라고 긍정 평가했지만 ‘빈 인사’는 여기가 끝이었다.

오 처장은 “조례안 내용이 시민참여와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인지 의문이 든다”며 “2007년 대전시와 제주도에서 이미 시행된 조례안에 비교해 결코 발전된 내용이 아니다”고 혹평했다.

또 “시민참여조례는 단체장 의지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정책과 예산결정에 주민참여가 보장돼야 하는데 ‘한번 해봐라’ 식으로 하려는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책토론 청구요건 규정완화와 회의자료 등 정보공개, 각종 위원회 구성과 역할 강화, 예산참여위원회 보완 등의 요구가 잇따랐다.

김 처장은 “대부분 주민들은 일반시정보다 민원과 이해관계에 더 관심이 많다”며 “공청회 청구를 위해 주민 1000분의 3의 연서를 요구하는 것은 청구인원에 대한 과도한 제약으로 성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청회 청구요건을 1000분의 3으로 규정한 제주도는 지금까지 토론청구가 1건밖에 없었지만 청구인원을 300명으로 정한 청주시는 21건이나 됐다.   

오 처장은 “광주시에 공청회를 청구하려면 3300여명의 연서가 필요하다”며 “시급성을 요하는 정책토론을 위해 청구인원이 과도한 만큼 실질적인 시민참여를 위해 청구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주연 의원(민주노동당·비례대표)도 “시민입장에서는 토론회와 설명회를 자주 개최해야 하는데 집행부는 남발로 인식하고 있다”며 “광주시가 세 번째 조례제정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공청회 청구인수, 위원회 구성 등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홍 국장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지금도 행정집행을 막기 위해 방해를 하고 있는 실정인데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면 더욱 힘들어 진다”며 “공청회의 시민청구 남발가능성이 있어 3000여명의 연서 제한을 뒀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간담회 말미에 공청회 청구요건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자료 등 정보공개 요구도 거셌다.
김 처장은 “정보공개는 이해당사자 사이의 갈등 조정을 위해 시의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조항은 문구가 매우 추상적이고 공개결정 범위 등이 애매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처장도 “광주시가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정보공개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시민참여 활성화 의지가 있다면 정보공개 요건부터 정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홍 국장은 답변을 통해 “법령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것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제한 뒤 “공개거부에 대해서도 처벌규정을 둬야 하는데 조례에 규정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위원회 구성과 역할을 둘러싸고는 인적구성과 법적효력, 권한범위 등이 논란이 됐다.
오 처장은 “이번 조례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민참여와 권한규정이 필요하다”며 “각급 위원회에 민간인 구성을 확대하고 공무원과 의회의 과반수 금지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처장은 “공청회 내용이 형식적 권고와 제안에만 그친다면 시민참여조례의 실효성이 없다”며 “위원회의 권한과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홍 국장은 “공청회에서 다수 동의로 정책과 의견이 수렴된다면 어떻게 반대 행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법적 제도화를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민참여조례와 예산참여위원회의 분리론도 제기됐다.

홍인화 의원(민주당·북4)은 “대전시에서 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민참여조례와는 별도”라며 “광주시 시민참여조례의 예산참여위원회 조항이 서구의 참여예산조례보다 턱 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오 처장도 “예산참여위원회 구성인원과 자문기구 역할이 도리어 주민참여 예산제의 취지를 악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강운태 시장이 참여예산제를 부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공약한 내용과도 어긋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민종 의원(민주당·광산4)은 “광주시가 2007년 조례를 제정하려다 무산된 후 3년여 시간이 경과 했는데 예산참여위원회를 자문기구로 한정한 것은 대전보다 폐쇄적”이라며 “조례 원 취지에 맞는 방향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진기 광주시 예산총괄담당은 “시민참여조례에서 예산항목을 빼면 너무 형식적이 될 수 있다”며 “광주시 예산참여위원회 인원은 15~20명이지만 내부 각 실·국당 민간인 전문가 10여명이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있어 대전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자위했다.

또 “예산참여위원회에 시민들이 참여하면 지역사업, 민원사업 등 지엽적인 요구내용이 많아 진다”며 “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전문지식과 미래발전방향을 바탕으로 시민의견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전에서 예산을 심의한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의견수렴과 제출, 홍보 활동하는 것이 전부”라며 “심의와 자문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내용적 충실성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 처장은 “시민참여는 전문가 참여가 아닌 말 그대로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소수 몇 사람이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게다가 자문역에 한정돼 있어 제도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허문수 의원(민주당·광산2)도 “광주시 시민참여기본조례에서 주민참여 예산제를 분류해야 하는데 하나로 묶어 혼선을 빚고 있다”며 “시민단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의원회의를 통해 보다 진전된 안을 마련하자”고 밝혔다.

홍 국장은 마무리 답변을 통해 “참여예산제의 자문을 심의로 바꿔도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조례가 입법화 되는 시점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한 차례 더 간담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한편, 김민종 의원은 시민참여기본조례가 시의회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예산편성과 정책결정은 의회의 권한이 아니다”며 “시민참여조례는 시민과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의회권한 침해가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시민참여기본조례안을 보완한 뒤 9월 의회 회기에 맞춰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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