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선생의 생가가 위치한 장소는?
①동구 불로동 ②남구 양림동

정답은 동구 불로동도 맞고 남구 양림동도 맞다. 광주시 정율성 선생 생가고증위원회(위원장 박선홍·이하 고증위)가 어정쩡하게 내린 결론이다.

고증위는 23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활동결과 보고회를 갖고 “정율성 선생의 생가는 불로동과 양림동 양쪽에 있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하지만 생가에 관한 확정적 증거가 나온다면 본 위원회의 결론은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구청과 정율성 기념사업회 및 하동정씨 종친회(이하 종친회)가 6년 간 법정공방을 벌이며 각기 생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양림동 79번지’와 ‘불로동 163번지’ 모두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마디로 ‘과학적 고증’에 따른 결론이라기보다 ‘정치적 절충’에 가깝다. 그 때문에 ‘수정여지’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불쏘시게’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고증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데는 크게 세 가지 전제조건이 고려됐다. 먼저 ‘생가 개념’이다. 고증위는 ▲출생당시 부모가 살고 있던 곳 ▲실제 출생한 곳 ▲출생 후 자란 곳 등을 생가개념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불로동을 정율성 선생의 ‘본적지’이자 ‘출생지’로, 양림동은 ‘출생지’이면서 ‘성장지’로 판단을 내린 것. 

고증위에 따르면 정율성 선생은 1914년 7월7일 당시 부동정 94번지(현재 불로동 163번지)에 본적을 두고 있는 정해업과 최영온 사이에서 5남3녀 중 5남으로 태어났다.

고증위는 “부모가 살고 있는 곳에서 정율성 선생이 태어났고 부친이 차남인 관계로 본적지가 주소지가 된다”며 “현재의 불로동 165번지를 정율성 선생의 본적지이자 출생지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본인과 일부 친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정율성 선생은 현재의 양림동에서 출생·성장했다”며 “출생지 분쟁에 대한 송사에서 본인 기록이나 유족주장을 중시한 대법원 판례 태도 등을 고려해 현재의 양림동을 선생의 출생지이자 성장지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양림동 79번지는 정율성 선생을 중국항일투쟁으로 이끈 바로 위 형인 정의은이 1944년 소유권을 획득했고 어머니와 누나, 조카 등 일족들이 해방 전후시기 생활했던 유서 깊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전제는 ‘현재의 불로동과 양림동이 1914년 당시까지 동일 행정구역’이었다는 사실이다.

고증위는 “불로동과 양림동은 현재 행정구역상 동구와 남구로 나뉘어 별개의 생활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두 지역은 인접지로 오랫동안 광주천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활권이었다”며 “1914년 3월까지 부동방면(不動坊面)이라는 동일 행정구역에 소속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전제는 ‘정율성 선생에 대한 명예 제고’다.

고증위는 “현재 중국을 이끈 1백명 영웅 가운데 한 분인 정율성 선생의 명예를 선양하는 데 활동의 초점을 뒀다”며 “정율성 선생 생가를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이 지속·심화되면 선생의 명예와 의향광주의 위상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증위는 이어 “현재의 불로동과 양림동을 하나로 묶어 가칭 ‘정율성 생장구역’을 설정해 문화자원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 한다”며 “정율성기념사업을 선생에 대한 명예제고 차원에서 구청단위 보다는 시에서 주관해 거시적으로 거행하라”고 권고했다.

고증위는 지난해 10월부터 학계·법조계·언론계·향토사 전문가 등 9명이 참여한 가운데 남구청과 종친회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현장검증과 관련자 증언청취, 문답 등 10차례 회의를 거쳐 이날 최종의견을 발표했다.

한편, 정율성 선생(1914~1976)은 중국 3대 혁명음악가 가운데 한명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중국인민해방군가의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