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지회, ‘총파업’ 으름장
금호고속지회, ‘총파업’ 으름장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8.22 20: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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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노동착취 해소…민주노조 인정·단체교섭 요구
사측, 노동청에 복수노조여부 문의 중 ‘일단 거부’

▲ 민주노총 산하 금호고속 지회는 지난 17일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광장 앞 인도에서 ‘최저임금 위반 규탄 및 단체협약 쟁취 결의대회’를 갖고 사측이 광주고속 지회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64년 무분규 ‘마이웨이’를 질주하던 금호‘고속’에 급제동이 걸렸다.

금호고속 운수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새 둥지’를 튼데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최저임금’과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싸움을 20여일 넘게 계속하고 있어서다. 현재 민주노총 금호고속 지회에는 광주지역 650여명 운수노동자 가운데 과반수를 상회하는 400여 명이 가입한 상태다.

게다가 금호‘타이어’지회가 강력한 연대투쟁을 표방하고 나서 흡사 천군만마까지 얻었다. 역시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알아주는 법이다. ‘고속’과 ‘타이어’가 금호그룹의 ‘임금·노동 착취’ 급발진 해결사를 자처한 셈이 됐다.

금호산업(주) 고속사업부와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로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간데 이어 올해에는 노동조합 주도권을 둘러싸고 각각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다.

이에 힘입었을까.
선종오 금호고속지회장이 ‘총파업 불사’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7일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광장 앞 인도에서 열린 ‘최저임금 위반 규탄 및 단체협약 쟁취 결의대회’ 자리에서다.

선 지회장은 이날 “사측이 만약 운수노조 광주고속지회를 인정하지 않고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계속 보일 경우 쟁의권 발생시점에 총파업도 불사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선 지회장은 이어 “금호고속 35년 어용노조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몸부림이 꾸준히 있었지만 어용세력의 협박과 회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난달 30일 좌절과 굴종의 세월을 꺾고 민주노조의 깃발을 세운 뒤 이미 승리의 길로 들어섰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봉갑 금호타이어 대표지회장도 ‘9월말 총파업’으로 화답했다. 금호자본과 싸움에서 최종 승리할 때까지 연대와 지지의 깃발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사업장은 달라도 금호자본이 조합원을 회유·협박하고 어용노조를 이용하는 방식은 똑같다”며 “금호자본과 싸움에서 금호타이어 지회가 먼저 승리하더라도 금호고속 지회가 이길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지·연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피와 땀으로 흑자를 일궈내자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에 복귀하려하고 있다”며 “9월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사훈 전국 운수노조 버스본부장은 금호그룹과 어용노조를 향해 일갈했다. 금호그룹이 전근대적 노사관으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을 착취하는 동안 기존노조가 ‘노무2과’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비판에 다름 아니다.

박 본부장은 “금호그룹이 버스회사에서 출발해 항공사를 소유할 때까지 운수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았다”며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수십 년 동안 노동자들을 머슴과 노예로 부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노사관을 유지해왔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그동안 운전원들이 사측이 입맛대로 정한 빡빡한 배차시간을 지키기 위해 사잣밥을 먹으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장시간 노동을 했다”며 “그런데도 어용노조는 노무2과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노동자를 착취해 왔다”고 비판했다.

백정남 본부장은 “금호고속 노동자들이 64년 어용의 사슬을 끊고 올해 광복을 맞이했다”며 “금호고속 역사가 새롭게 쓰여 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은미 광주시의원(민주노동당)은 사측에 단체협상 수용과 임금·노동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어용노조에 대해서는 ‘맞장투쟁’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금호고속 사측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노조가 요구하는 단체협상을 수용해 최저임금과 장시간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자본가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본에 빌붙어 노동자를 등쳐먹는 노동자성을 상실한 노조”라고 일침을 놨다.

금호고속지회의 한 노동자도 ‘규탄사’를 통해 그간 어용노조의 치부를 낱낱이 고발했다.

고용수 교육국장은 “64년 무분규는 사측과 어용조합의 부정과 탄압으로 이뤄진 위선이자 기만”이라며 “운수노동자들은 그동안 쇠사슬에 묶인 노예처럼 죽어라 일만하는 책임과 의무만 강요당한 채 억압된 삶을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고 국장은 이어 “노조는 사측의 조직적인 비호아래 그들 소수를 위해 조합원들의 권익을 내팽개치고 허구 헌 날 악덕자본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며 “돌이켜보건 데 단 한 번도 사측의 횡포에 항의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또 “피 같은 조합비를 걷어 조합원을 탄압하고 소수 어용세력을 위해서만 사용했다”며 “임단협 시에는 조합원의 뜻을 한 번도 묻지 않은 채 사측과 밀통해 마음대로 조작·유린하고 회유·협박을 통해 조합원의 알권리를 철저히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호고속 최저임금 위반 규탄 및 단체교섭 쟁취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이하 참가자 일동)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단체행동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참가자 일동은 “금호고속의 최저임금법 위반이 노동청에 접수되고 대법원 무시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교섭거부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운수노조는 법적 절차를 밟아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며 민주노총 등은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사측의 반응은 아직까지 시큰둥하다.

선 지회장은 “18일 사측에 재차 교섭을 요구했더니 지회명단을 제출하고 노동청에 복수노조 관련 질의를 해놓은 만큼 기다려달라고 했다”며 “이미 대법원에서 복수노조가 아니라고 판결이 났는데도 노동청을 핑계로 사실상 단체교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광주본부 소속 조합원들과 대전·대구·전북지역 운수노동자, 금호고속지회 조합원과 가족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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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영 2010-08-25 09:19:14
이거는 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