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화통신사 광주방문…‘반성·화해·상생’ 전령
후가미 단장, “새 100년 위해 일본죄악 인정해야”
후가미 단장, “새 100년 위해 일본죄악 인정해야”
‘반성! 화해! 상생!’
한국과 일본의 지난 100년과 새로운 100년 사이의 빗장을 푸는 열쇠 말이다.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결코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특히 가해당사자였던 일본정부의 책임이 자못 크다.
한일강제병탄 100년을 맞아 사과라고 내놓은 ‘간 나오토 담화’는 알맹이 없는 정치적 수사의 포장에 불과했다. 강제병탄 과정의 불법성과 조약의 무효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급기야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와 자발적인 시민이 움직였다. 일본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평화통신사’를 자청해 21세기 판 한일 평화의 길(Peace Road) 개척에 나선 것이다.
400여 년 전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해 임진왜란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평화의 질서를 만들었던 역사의 재현인 셈.
지난 18일 오후 광주 YMCA 2층 백제실. 일본 평화통신사 단원 9명의 광주방문을 환영하는 조촐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의 화해를 넘어 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찾기 위한 ‘이음말’을 전달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광주NCC와 광주YMCA,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손님을 맞았다.
후가미 세이조 광주방문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과거 100년을 회고할 때 전반부는 메이지 시대부터 시작됐다”며 “일본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외치고 부국강병을 추구하면서 아시아를 멸시하고 침략하는 역사로 점철됐다”고 반성했다.
또 “일본의 죄악과 과거의 역사를 솔직히 직시하고 인정하는 자세야 말로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시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일병탄은) 일본이 한국 민의 마음속에 많은 상처와 아픔을 남긴 사건이 됐다”고 밝혔다.
이철우 광주YMCA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금년은 일제강제병합 100주년, 해방 65주년을 맞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해지만 한국은 해방 후 남북으로 분단됐다”며 “특히 지난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는 전쟁위기로 하루하루 불안하고 두려운 현실 속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이런 시기에 일본 평화통신사가 광주를 방문한 것은 정말 귀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만들어가자”고 촉구했다.
또 “평화통신사가 한국에서 평화의 걸음을 옮기고 있는 동안 광주 13명의 학생들이 나고야에 가서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왔다”며 “한일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생명과 평화의 길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광주방문단에는 대학교수와 대학생, 목사, 주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재일한국인 2세도 두 명이나 포함됐다.
야마모토 히데오씨는 “재일 한국인이지만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시골마을에서 자라 우리말을 못한다”며 “부모님이 지어준 진짜이름 민영곤 대신 조선총독부 명령에 따라 창씨개명 한 일본 이름을 쓰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일본인 다케구치 히로시씨는 “1980년 당시 일본에서 가톨릭 정의평화구현단의 광주항쟁 다큐를 책으로 출판했다”며 “광주방문이 처음이지만 당시 기억을 회고하며 좋은 대화를 나누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평화통신사 광주방문단은 이날 오후 5·18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나주로 이동해 전통한옥체험관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나주독립학생기념관과 금성관, 목사내아, 향교 등을 둘러본 다음 영광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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