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무분규가 임금착취 불렀다
64년 무분규가 임금착취 불렀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8.13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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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속 운수노동자, 한국노총 탈퇴 민주노총 우산으로
최저임금정상화·체불임금지급…노조인정·단체교섭 등 촉구

금호고속 운수노동자들의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시작됐다.

지난 64년 동안 훈장처럼 여겨왔던 ‘무분규 신화’에 비로소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64년 무분규, 64년 임금착취’라는 구호 속에는 그 모든 의미가 압축적으로 집약돼 있다. ‘투쟁 없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다’는 뒤늦은 자각인 셈이다. 

하지만 ‘감언이설(甘言利說)’에 동조한 대가는 혹독했다. 임금착취 구조는 한층 견고해졌고 운수노동자들은 강제·임의배차에 옴짝달싹 할 수 없도록 일상을 저당 잡혔다.

또 다른 변화는 한국노총이 지난 35년 동안 제공했던 우산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거부다.

운수노동자들이 자신들을 ‘하루살이 노예노동자’와 진배없는 신세로 전락시킨 주범으로 현 노동조합을 지목하고 있어서다. 현 노조가 그동안 노동조건의 개선과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대의를 내팽개쳤다는 것이다.

운수노동자들이 ‘어용논란’을 제기하며 그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한국노총 호’에서 ‘민주노총 호’로 배를 갈아타고 있는 이유다.

▲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와 전국운수노조버스본부는 지난 12일 광천터미널 유스퀘어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시간 노동을 거부해 해고된 선종오 지회장 사례를 언급하며 금호고속의 임금착취 실태를 고발했다.
한국노총에서 이탈한 운수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민주노조 설립보고대회 및 민주노조 사수결의대회를 열어 민주노총 운수노조 금호고속지회(지회장 손종오·이하 금호고속지회)를 출범시켰다.

급기야 지난 8일에는 노동자 60명이 1차로 한국노총 탈퇴서를 제출했다. 이제껏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결국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설립으로 금호고속 사업장은 한동안 한국노총 산하 노조와 ‘한 지붕 두 살림’의 경쟁체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호고속지회는 출범이후 사측을 상대로 보름 남짓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현실화하고 그동안 체불된 금액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호고속지회를 합법노조로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임하라는 요구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와 전국운수노조버스본부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거부해 해고된 선종오 지회장 사례를 언급하며 금호고속의 임금착취 실태를 고발했다.

이들은 “입사 7년차 버스노동자인 선 지회장의 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 20여만 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임금채권시효 3년 동안을 합산하면 무려 65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선 지회장이 공개한 ‘임금산정내역’(2010년 4월·만 7년 기준)에 따르면 선 지회장은 기본급과 법정수당, 기타수당 등으로 월 154만7528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이를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시급 4110원)으로 정산할 경우 175만3066원을 받아야 한다. 매월 20만5538원을 덜 받은 셈이다. 

월 기본급과 법정수당 일부에서 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월 기본급의 경우 20일 만근을 하면 65만7600원을 받아야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회사에서는 같은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놓고도 60만5800원만 지급했다.

연장수당도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 39만4968원을 줘야 하는데 사측은 36만9000원 기준에 13만8673원으로 대폭 줄였다. 주 휴무 수당도 14만2700원을 지급하기로 해놓고 아예 누락시켰다. 반면, 야간수당과 휴일근무 수당은 최저임금보다 약간 많은 액수를 배정했다.

민주노총과 전국운수노조는 “금호산업(주) 고속사업부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복수노조 문제가 아니라 운수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미달, 가혹한 장시간 노동 등 임금착취와 노동착취를 감추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금호고속지회의가 요구한 단체교섭을 거부한데 대해서도 “현행법상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기업별 노조에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사항”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지역별·산업별 형태의 초기업 단위 노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국운수노조는 지난 10일 광주지방노동청에 체불임금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시킨데 이어 오는 18일 단체교섭을 개최하자고 사측에 재차 요구했다.

한편, 사측은 전국운수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현행법상 ‘복수노조’는 불법이라며 거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선 지회장 등 금호고속지회 조합원 11명과 민주노총 광주지부와 전국운수노조 간부 3명 등 1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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