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 여신, 김동일에게 미소 짓다
테미스 여신, 김동일에게 미소 짓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8.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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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전 국세청장 비판 글 항소심서 무죄 판결
민변광주전남지부, “권력기관 자기반성 계기삼아야”

▲ 김동일씨./시민의소리자료사진
테미스 여신은 결국 김동일 전 나주세무서 계장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광주지방법원 제6형사부(재판장 이성복)가 10일 항소심 판결을 통해 김씨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해서다.

김씨는 지난해 5월28일 국세청 내부통신망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같은 해 12월28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었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12일 선거공판에서 ‘허위사실 적시’에는 무죄판결을, ‘명예훼손 혐의’에는 70만원의 벌금을 선고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렸다.

‘김동일씨가 게재한 글이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김씨에게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문제 삼으면서도 ‘진실을 적시했지만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허위사실 적시’를 인정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인정해 ‘비방목적’에도 혐의 없음의 면죄부를 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법부가 국세청과 검찰 등 공권력의 무리한 수사에 제동을 걸어 인권의 최후 보루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한 점에 경의를 표한다”며 “국세청직원 김동일씨에 대한 무죄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공적인물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허용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를 무리하게 고발하고 파면까지 한 국세청의 행위와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은 검찰의 기소가 잘못된 것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광전지부는 이어 “이번 사건은 공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수사를 통해 비판적 표현행위자를 일정기간 겁주고 위협하는 것이 가능한 우리사회의 비민주적인 일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며 “검찰과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전지부는 김씨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자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무죄입증’을 위해 변론을 펼쳐왔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하의 글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내몰게 한 한 전 청장의 행보를 비판했다. 또 국세청 수뇌부가 태광실업의 세무조사에 나서게 된 배경과 각종 국민적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국세청과 검찰의 전 방위 압박에 김씨는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안으로 고통을 곱씹어야 했다. 진실규명을 요구했던 글이 끔찍한 납량물로 둔갑해 김씨를 ‘부엉이 바위’ 앞까지 내몬 것이다.

광주지방국세청은 지난해 6월1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국가공무원법과 국세청 공무원 행동강령의 ‘공무원 품위 유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김씨를 판면하는 ‘중징계’를 단행했었다.

김씨는 행정안전부에 ‘소청심사’를 의뢰해 지난 1월15일 ‘해임’으로 징계가 다소 완화됐지만 기대했던 직장복귀는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 됐다. 경찰이 ‘무혐의 처분’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정치적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5개월 만에 전격 기소한 까닭이다.

당시 검찰은 국세청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도 한상률 전 청장의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서는 ‘불 처벌 의사를 증명할 수 없다’는 상식 밖의 이유를 들어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앞서 광주 남부경찰서는 지난해 8월 “김씨가 올린 글이 국세청 내부 망에 게시돼 국세청과 직원들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고, 명예훼손 당사자인 한상률 전 청장이 처벌의사를 밝히지도 않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었다.

현재 김씨는 광주지방법원 행정부에서 국세청을 상대로 ‘해임처분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광전지부는 “이번 무죄판결은 당초 국세청이 주장한 징계원인 사실이 진실이 아님을 확인시켜줬다”며 “국세청은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에 반성적 차원에서 김동일씨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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