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안심(安心)예산 ‘빈축’
자사고 안심(安心)예산 ‘빈축’
  • 정영대 기자
  • 승인 2010.08.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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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위, 제2회 추경 611억 원 사실상 원안 의결
자사고·사립고 기숙사 등 지원 ‘선심성 특혜논란’

광주시교육위원회가 임기 말 ‘안(安)쓰러운’ 결정을 내려 ‘구설’에 올랐다.

시민사회단체의 거듭되는 자율형 사립고 ‘선심·특혜논란’에도 아랑곳 않고 광주시교육청이 요청한 제2회 추가경정 예산안 611억 원을 원안 가까이 통과시킨 것. 이 과정에서 장휘국 교육위원(교육감당선자)은 ‘원안의결 반대의사’를 밝힌 뒤 의결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전라북도 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은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립형사립고 지정에 대해 최종 취소 결정을 내리고 해당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법인 전입금 납부실적이 불량해서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학교법인이 교육환경 개선 등의 투자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법정부담금인 전입금 납부 가능성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끼쳤다. 자사고가 고교평준화를 깨뜨리고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인식도 한몫했다.  

▲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들이 기자회견이 끝난 뒤 광주시교육위원회 의장실을 찾아가 면담을 하고 있다.
시교육위는 9일 임시회를 열어 호남삼육고 특별학급 개설보수비 9500만원을 삭감하고 나머지 예산은 원안대로 반영했다. 시교육청은 ‘다양한 채널협의’를 통한 ‘추가예산 편성’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일찌감치 자사고에 대한 ‘퍼주기 예산’이라며 반발해왔다.

실제로 2회 추경을 뜯어보면 송원고·숭덕고·보문고 등 자율형 사립고 3곳의 기숙사 증축비로 각각 21억~23억 원씩 총 66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학교재단이 부담해야 할 기숙사 증축비용의 일부를 어찌된 셈인지 시교육청에서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자율형 공립고인 상일여고에 22억 원을 지원하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자사고에 예산을 배정한 것이라는 형식논리를 펴고 있다.

그뿐 아니다. 2회 추경에는 모 여고 급식소 증축비에 24억 원, 또 다른 여고의 교사 재배치에 23억 원, 모 고등학교 운동장 보수비 등에 16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장 위원은 이날 제2회 추경안 의결에 앞서 ‘입장’을 발표하고 ‘원안의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자사고 기숙사 증축비와 사립학교 급식실·기숙사 증개축비가 시급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사립학교 급식소 건축비는 사학재단이 담당해야 한다고 판결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자사고에 대한 기숙사 증축비 지원은 타 학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매우 불합리한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자사고가 타 학교의 세 배에 달하는 수업료를 받고 있고 학생선발에 있어서도 중학교 성적 상위 30% 이내만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등 상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사고는 학생과 학부모가 여러 가지 여건을 검토해 지원하는 학교로 학생들을 임의 강제 배정하는 학교와는 다르다는 점도 설명했다.

더군다나 자사고를 신청한 재단들이 인건비와 학교운영 재정결함비 보조를 포기하고 재원투자를 통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여건을 약속한 바 있고 심의과정에서 이미 검토된 사항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장 위원은 “광주에서 지정된 자사고는 3개 학교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라며 “이미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는데도 많은 재원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지나치게 특혜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교육위원들의 어정쩡한 태도도 꼬집었다.

장 위원은 “다른 위원님들의 온정적이거나 ‘좋은 것이 좋다’는 자세, 그리고 수적 열세 때문에 저의 의견이 묵살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추경안을 원안대로 의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퇴장했다. 시교육위는 장 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제2회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는 5일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회 추경예산은 안순일 교육감의 임기 말 선심성 특혜로 얼룩진 예산이라고 맹비판했다.
이에 앞서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이하 교육희망)는 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교육청이 편성한 추경예산은 안순일 교육감의 임기 말 선심성 특혜로 얼룩진 예산에 불과하다”며 “이는 시민의 소중한 혈세를 마구 퍼주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행태”라고 맹비판했다.

또 “자사고에 학교당 20억여 원을 지원해 기숙사를 증축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자 특혜”라며 “자체 재원으로 교육시설과 여건을 갖추겠다고 약속한 자사고에 시교육청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보면 설립승인 당시 사학재단과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통과된 2회 추경은 지난 7월 구성된 광주시의회 교육위원회와 예결산위원회 심의와  본회의 최종 승인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한편, 시교육청은 지난 5일 자율형 사립고 기숙사 증축 및 기숙사 보수에 66억 원 등 611억 원의 추가경쟁예산안을 편성해 시교육위원회에 심의·의결을 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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