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음식(6)쑥국
민족음식(6)쑥국
  • 기세문
  • 승인 2010.07.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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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건강법 강의⑩(기세문 자연건강회 대표)

승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옛조선(단군조선) 건국설화로서, 단군의 아버지 환웅대왕에게 곰과 호랑이가 와서 사람이 되기를 빌었는데, 환웅은 곰과 호랑이에게 쑥 한 심지와 마늘 20개를 먹으면서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굴속에 살고 있으면 사람으로 화신한다고 일렀다.

성질 급한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뛰쳐나갔으나, 참을성 있는 곰은 환웅대왕이 시킨 대로 마늘과 쑥만을 먹고 햇빛을 보지 않고 굴속에서 37일 만에 여자로 화신하였다. 환웅이 그 웅녀와 혼인하여 단군(왕검)이 탄생하였으며 나라(단군조선)을 세웠다.

「농가월령가」에는 “산나물은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머거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리쟁이 물쑥이라 달래 김치 냉국은 비위를 깨치나니”라고 노래했다. 또 고대부터 전해오는 시가(시경)에도 “다북 쑥을 캐어서 온 정성 다하여 제사를 받드네 산골 물줄기 타고 다북쑥을 캐어서 온 정성 다하여 사당에 바치네…”라고 읊었다.

예로부터 내려온 풍습에도 우리 선조들은 단오 날 쑥을 사립문에 걸어놓고 부정을 막았다. 쑥은 여러 들나물 중에서도 영양가가 높고, 약리적 효과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는 쑥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보고도 있다.

근세조선의 봉건 왕조시대에, 굶주리는 백성들은 산과 들의 쑥으로 봄, 여름의 보릿고개를 연명하였으며,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에는 집집마다 쑥밭을 만들고, 학교 운동장도 파서 쑥밭을 만들어 수탈과 공출로 인한 식량부족의 굶주림을 쑥으로 대처했다.

알 곡식은 일제에 빼앗기고 민중들은 초근목피로, 그 중에서도 영양가가 가장 높고 생명력이 강한 쑥으로 죽과 국을 끓여 먹으며 겨우 생명을 이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쑥은 흉년의 식량기근에 사람을 구해주는 구황식품이라 하였다.

내 어렸을 적만 해도, 눈이 거의 다 녹은 이른 봄이면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동네의 여인들은 늙은이로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모두 다 바구니를 이고 쑥 담을 자루와 보자기를 들고 들로 강변으로 산으로 쑥을 캐러 가는 것이 날마다 하는 중요한 일과였다.

쑥은 다만 나물 채소가 아니라 중요한 식량이었다. 곡식 한 줌에 많은 양의 쑥을 듬뿍 물에 넣어 끓인 쑥죽, 쑥보무래기, 쌀은 어쩌다 보이고 쑥만 듬뿍 든 쑥밥, 쑥개떡, 쑥을 넣어 끓인 구수한 떡국…. 우리 세대들이 겪은 보릿고개의 추억이다. 나는 은은한 쑥 향기가 감도는 쑥국을 국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고, 떡 중에서도 쑥떡을 으뜸으로 치고 잘 먹는다.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독일과 이탈리아가 이미 항복하고 일본이 최후의 발악을 하며 멸망직전에 있을 때,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하여 수십만의 무고한 일본국민이 죽고, 온 시가 잿더미로 변했을 때 30년 동안 풀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원자탄에 불타버린 땅에 그 다음해 봄 맨 먼저 푸른 생명을 싹을 틔운 것이 쑥과 어성초(삼백초)였다. 쑥과 어성초가 그만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의 제방이나 길가에 자라는 쑥을 사람들이 아무리 베어가고 짓밟고 다녀도 다시 또 새움이 수북이 돋아나서 번성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할 정도다. 우리나라 쑥의 종류는 약 25가지 쯤 되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는 산에 들에 흔히 나는 사철쑥(인진)을 여럴 가지 방법으로 많이 먹고 있다.

또 바닷가에나 섬에서 자생하는 쑥이 더 건강에 좋다고 한다. 쑥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서, 쑥국과 쑥떡은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민족음식이라고 할 만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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