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속 생명들, 신기하기만 해요”
갯벌 속 생명들, 신기하기만 해요”
  • 김무진 시민기자
  • 승인 2010.07.26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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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치평중-강진 칠량중, 2008년부터 도농 교류
75명 도시어린이들, 갯벌에서 꼬막, 조개잡이 체험

▲ 개구쟁이 남학생들은 일부러 갯벌에서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자빠지면서 서로 씨름하고 진흙싸움을 하는 등 학교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었다.
방학. 놓을 방(放), 배울 학(學). 잠시 배움을 멈춘다는 뜻이다. 과거 아이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개울가에서 피라미를 잡고 산으로 들러 잠자리를 잡으며 뛰어 놀았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방학은 자신들을 얽어매는 또 하나의 올가미로 인식하고 있다. 부모 등살에 학원순례는 물론이고 고등학교에서는 방학이 없는 학교가 부지기수이다.

이런 방학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3년간 도(都)·농(農)교류 체험 학습을 실시,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에 힘쓰는 학교가 있다. 그곳은 바로 광주 치평중학교(교장 정병표). 교장 공모제로 취임한 정병표 교장은 매년 여름방학이면 전남 강진 칠량중학교(교장 심경섭)와 협약을 맺고 농촌체험 학습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실시된 도·농 교류체험 학습에 동행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영암 월출산을 뒤로 하고 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강진에 도달하게 된다. 강진읍에서 23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왼쪽 마량 방면으로 핸들을 틀어 10여분 더 들어가면 칠량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5.18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씨의 고향인 칠량면은 남서쪽 방면에는 해남 두륜산 산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북서쪽으로는 도도히 흐르는 구강포 건너에 다산초당이 손에 잡힐 듯 지척거리다. 칠량면 면소재지에 있는 칠량중은 학교 뒤편 500m 거리에 기름진 갯벌 수십만 평이 펼쳐져 있다.

19일 오전 9시에 출발한 75명의 치평중 학생들은 왕인박사 유적지와 도갑사. 하멜기념관, 다산초당을 답사하고 오후 6시에 칠량중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려 학교 주변을 둘러보고 자연 경관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장맛비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청자빛 하늘과 드넓은 갯벌, 짙푸른 녹음 속에 힘차게 울러 퍼지는 각종 풀벌레 소리에 아이들은 “우와 좋다~”를 연발했다.

이번 체험학습을 인솔한 정영란 교사는 “도시와 농촌의 서로 다른 체험을 통해 그 지역의 성격과 환경을 이해하고 새로운 교육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는 인내심을 기르고 있다”며 “또 농촌체험 기회의 확대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 정신을 함양을 통해 사회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이번 체험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날 9시 아침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학교 뒤편 농게가 우굴 거리는 오솔길과 논둑을 10분 정도 걸어 짙은 갈색의 갯벌에 도착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뻘밭 속에서 양손을 휘저으며 손을 들어 올리자 참꼬막과 조개 등이 한 움큼씩 나왔다.

개구쟁이 남학생들은 일부러 갯벌에서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자빠지면서 서로 씨름하고 진흙싸움을 하는 등 학교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푸는 모습이었다. 온몸에 갯벌 진흙으로 범벅이 된 아이들은 갯물을 뚝뚝 흘리면서 선생님에게 다가와 “선생님 안아 주세요”라며 애교를 떨었다.

선생님은 차마 안을 수가 없어 한발 뒤로 물러섰지만 눈빛에는 제자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듬뿍 묻어 있었다. 2학년 박다빈 학생은 “먹물 같은 진흙밭 속에 수많은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것이 신기했다”며 “이번 체험학습을 통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생겨났고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돼 내년에도 다시 올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도농 체험학습 프로그램은 교장 공모제로  취임한 치평중 정 교장과 칠량중 심 교장의 남다른 교육 철학에서 비롯됐다. 두 분 다 ‘교장 공모제’ 출신이라는 점과 평소 친분이 두터워 우리 교육 문제점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왔다.

자연과 멀어지고 경쟁교육에 정서가 메말라 가는 아이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교류체험 학습을 마련한 것이다. 칠량중 학생들도 지난해 치평중 학생들과 함께 5.18기념식에 참석해 뜻 깊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 교장은 다이아나 루번스의 시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는 구절을 읊으며 “치평중 학생들이 미래에 큰 떡갈나무로 성장해서 그 안에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넓은 그루터기가 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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