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 산책로에 조성된 야생화 군락지, 관리 절실
푸른길 전체에 심어진 수종이 70여 종이나 되는데, 이 구간은 ‘단풍나무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단풍나무만 심어놓았다. 또한 20여 개의 격자모양 나무틀을 세워 색색의 덩굴장미가 감고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이 구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무리지어 피도록 조성해놓은 야생화들이다.
식재된 야생화는 20여 종으로 매발톱, 둥굴레, 붓꽃, 비비추, 원추리, 나리, 바위취, 패랭이꽃, 붉은 꿀풀, 맥문동, 벌개미취, 박하, 꽃 양귀비, 꽃 잔디, 아이비 등이다.
지난 봄,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적갈색의 매발톱, 보라색의 하늘매발톱, 연한 황색의 노랑매발톱이 얼굴을 내밀더니, 곧이어 무늬 둥굴레가 휘어진 줄기에 작고 귀여운 꽃을 매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맞이했었다. 그리고 붓꽃, 바위취, 원추리, 등이 꽃을 피워 제 계절을 알렸었다.
심지어 잡초에 비해서 생명력이 떨어지는 몇몇의 야생화들은 꽃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죽어가고 있다. 야생화는 대부분 다년생이라 한번 심으면 해마다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한다면 애써서 심어놓은 야생화들을 내년에는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아침 일찍 운동 삼아 산책을 나온다는 양모(75)씨는 “예쁜 꽃밭이 풀밭이 돼버렸어. 내가 허리만 안 아프다면 풀을 좀 뽑고 싶어.”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친환경적인 푸른길은 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런 면으로 본다면 야생화 군락지는,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절로 피고 지는 들꽃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익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꽃만 심어놓았을 뿐 꽃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자주 산책을 나온다는 이모(36)씨는 딸이 키가 작은 꽃은 다 채송화인 줄 알고, 키가 큰 꽃은 다 코스모스인 줄 안다며 “나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아이가 엉뚱한 소리를 해도 제대로 알려줄 수 없어요. 이왕 조성해놓은 야생화 군락지이니, 꽃의 이름과 특징을 적은 표지판을 세워서 아이들이 꽃에 대해서 많이 알도록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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