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아름다운 ‘서어나무 숲’
작지만 아름다운 ‘서어나무 숲’
  • 안영옥 시민기자
  • 승인 2010.07.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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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길에서 만난 마을숲

▲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마을 초입에 있는 아름드리 ‘서어나무 숲’. 환경부와 유한킴벌리가 ‘제1회 아름다운 마을 숲’ 상을 줄 정도로 아름다움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나는 숲을 좋아한다. 숲길을 걷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자연과 하나가 된다. 숲이 좋아서 찾아다니는 탐방 길은 나의 유일한 산소 통로이다. 탐방 지역은 광주시 주변에 위치한 전라권이다.

화순 너릿재 옛길과 별산을 시작으로 담양의 금성 산성, 나주의 운흥사와 산림자원연구소, 장성 축령산 자락, 목포 해양박물관, 전북 산림박물관 등 열거를 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 멀리는 지리산 둘레 길과 전북 대아 수목원에 이르기까지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숲은 주변 환경에 따라 느낌을 달리하고 있다. 일례로 지리산 둘레 길을 탐방하다가 1구간의 마지막 지점인 아름다운 숲의 극치에 여러 번 끌린 적이 있다.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라는 마을 초입에 아름드리 우거진 ‘서어나무 숲’이다.

환경부와 유한킴벌리가 ‘제1회 아름다운 마을 숲’ 상을 줄 정도로 아름다움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비록 작고 아담하지만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수형이 매끄럽다. 바래봉 아래 있는 이 숲은 서어나무 군락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마을이 사방으로 트여있어 좋은 기운이 못 빠져나가게 막고, 겨울철 매서운 한파와 함께 여름 하천의 수해를 막는 기능을 하고 있다. 지형적으로 풍수지리에 근거를 둔 유서 깊은 전통 마을 숲이다
 
서어나무는 느티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수피가 하얗고 자태가 멋들어진 수종이다. 이 숲의 면적은 작지만 심은 지는 200년이 넘었다. 60여 그루가 한 가지 수종만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호감이 더 간다. 소나무만큼은 아니지만 서어나무는 흔한 나무로써 목재로는 가치가 별로 없어 홀대를 받고 있는 처지이다.

나무마다 살펴보면 둥치가 굵고 수피는 근육처럼 툭툭 불거져 나와 옹이와 함께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생채기 난 나무의 몸에다  긴 안부를 물어서 무엇하리. 그래서인지 수피에서 서어나무 특유의 하얗고 리드미컬한 줄무늬 모양이 지난한 광음을 대변해 준다. 나무 밑둥에 기대어 올려다보면 서어나무는 오롯이 하나의 뜻만 품고 사는 것처럼 하늘로 손을 쭉쭉 뻗고 있다.

들녘의 한 가운데 있어 한 폭의 풍경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흔한 수식이다. 향긋한 숲 내음을 맡으며 찬찬히 둘러보면 푸근한 고향의 품 속 같은 그리움도 일렁인다.
 
여느 숲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숲 또한 자연의 소리가 일품이다.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숲과 어우러져 듣는 즐거움을 횡재하게 된다. 숲이 얼마나 멋스럽게 우거졌는지 임권택 감독이 찍은 영화 <춘향뎐>의 무대였다고도 한다. 춘향이가 탔다던 그네도 고스란히 매어져 있다. 숲 사이에 놓여져 있는 바위는 당산제 구실도 하겠지만 농사일로 지친 마을 사람들의 쉼터와 지리산 도보 여행객들의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숲은 자랑거리가 또 있다. 입구에 커다란 굴참나무 한 그루가 숲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나무의 크기나 수형이 예사롭지 않아 서어나무 숲에만 시선을 빼앗기기에는 너무 아깝다. 마치 이 숲의 호위무사 같은 굴참나무를 놓치면 손해를 본다.
 
이 숲은 다른 숲에서 느낄 수 없는 맑은 정서가 삶의 지혜와 함께 숨어있다. 지리산의 후광 때문인지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환기시키는 자양분이 되어 고요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숲에 끌려오면 우리네 힘든 삶은 그저 사치로 여겨질 뿐이다.
 
현대사회는 문명인의 편리함 때문에 자연 환경을 해친다. 나무를 잘라 내는가 하면 맥없는 산을 뚫어서 도로를 내고,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아름답고 울창한 숲을 자연 그대로 보존한다면 후손들에게도 맑은 영혼을 가져다 줄 것이다. 숲은 자연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끝으로 좋은 숲일수록 넉넉한 품을 우리에게 내어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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