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영산강 기행<5>
다시면 동당리 석관정부터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 식영정에 이르는 S라인은 영산강을 대표하는 상징 구간이거니와 영산강 절경을 살필 수 있는 곡강 일대로 느러지-물이 느려지는 곳이라는 뜻-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마치 안동 하회마을 앞 낙동강 물줄기와 비견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1630년경 배뫼마을 바래봉 아래 지어진 식영정에서 에스자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영산강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영산강의 몸매에 눈을 돌릴 수가 없다. 가히 신만이 만들 수 있는 여인의 몸매에 비견 될 만하다. 가서 보시라. 아흔 아홉 구비를 돌고 돌아 서해 바다로 휘돌아 나가는 아름다운 비경을.
그대를 잊을 수 없는 건
메밀꽃 같던 그대 첫 그리움 되어
소름에 떨 듯 나누었던 연분홍빛
입맞춤 때문 아니지
꽃물 가득 차오른 가슴으로
바랄 바 없이 품어 안아주던
시큰했던 사랑 때문 아니지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의 길목에서
말없이 괴어내리는 눈물 닦아주며
심장을 뚫듯 얼굴을 묻고 한없이 울었던
가슴 찢는 슬픔 때문 아니지
그대를 잊을 수 없는 건
생의 아픔들이 말없이 응결해 논
퇴적층에 소리 없이 그대와 내가
어김없이 만나 으깨지고 섞이어
그대가 내가 되고 내가 그대가
되어 쌓여 있을 운명 때문 아니지
……
……
<이수행 시‘강에게’ 전문>
석관정으로 밀려드는 노을을 바라보면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나도 모르게 묻혀 지고 쌓였던 울혈(鬱血)들이 붉디붉은 해 울음으로 번져오는 것 같아서 속울음을 얼마나 꾹꾹 눌러야 했던지.
옛 시절 나라를 변고를 당할 때마다 강 건너 떠나는 낭군들 무사귀환을 바라며 눈물 훔치던 아낙들 처절한 슬픔을 머금은 석관정 아래 이별바위는 어쩌면 또 그렇게 유년의 애절한 내 사랑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닮았다고 믿었던, 붉은 이무기가 하늘로 오르기 위해 온 몸에 불을 휘감고 마지막 용트림을 하던 모습이 똑 필자의 가슴 속 같기도 했던 그 석관정.
그 석관정이 지금은 검은 창자를 부여잡고 울부짖고 있다. 시방, 영산강만큼이나 세상 돌아가는 모냥새가 다 그렇다. 그렇게 우리들의 시대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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